"mRNA 백신 개발에서 LNP 기술 매우 중요합니다"
남재환 교수에게 듣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슈
"리피드나노파티클(Lipid Nano Particle; LNP) 기술은 정말 중요해요. 우리 연구팀 역시 mRNA백신개발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이를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이 드디어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코로나19 백신 ‘BNT162b2’에 대해 지난 2일(현지시각 기준)긴급사용승인(EUA)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은 12월 중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제 mRNA 백신 접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전으로 개발 중인 모더나 백신도 주요 외신을 통해 이번 달 안으로 EUA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자.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보물질은 제외하더라도,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충분히 공급이 가능할까?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개발 주기가 빠른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히트뉴스는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와 1일 인터뷰를 통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에서 국내 연구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 mRNA 기반 백신(화이자, 모더나)과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의 차이, 국내의 mRNA 백신 생산 현황에 대해서 짚어봤다.
남재환 교수 연구팀은 금교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장 연구팀과 함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RNA 기반 백신 플랫폼을 개발했다. 현재 SML 바이오트리 그룹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백신 개발 컨소시엄을, SK 바이오사이언스와는 코로나19 예방용 백신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 중이다.
mRNA 백신 개발을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mRNA 발현 플랫폼 개발, LNP 등을 통한 전달 기술 개발, 대량생산 문제에 대해 고려가 필요합니다. 특히 플랫폼과 LNP 개발을 할 때는 특허권 회피에 대한 전략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술은 이미 특허로 등록돼 있습니다. 생각보다 신규 특허를 등록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미국 특허·상표국 산하 특허심판원은 지난 7월 미국 아르부투스 바이오파마의 '069특허('069 patent)를 무효화해 달라는 모더나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로 인해 모더나는 해당 LNP 기술을 사용하는 데, 상대 회사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이자와 공동 개발을 바이오앤텍은 자체 LNP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백신의 보관조건을 살펴봤을 때, 화이자의 LNP 기술이 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자 백신의 영구 보관 조건이 영하 70도, 반면 모더나는 영하 20도에서 약 6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이는 두 회사의 LNP 기술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LNP 개념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mRNA는 온도나 화학물질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합니다. 또 몸 속에는 RNA를 분해하는 여러 효소가 있죠. 때문에 mRNA 백신을 우리 몸에 주사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기 까지 다양한 신체 환경에도 안정하게 물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이처럼 신체 환경으로부터 mRNA 백신 물질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LNP죠."
국내는 LNP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 연구팀 역시 플랫폼 개발을 했지만, LNP와 같은 '전달'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 했습니다. 우리 팀과 금교창 박사가 관련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LNP 관련 논문이 발표된 적은 없습니다.
생각보다 LNP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 바이오앤텍, 큐어백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LNP를 합성(formulation) 해 봤습니다. 그러나 예상처럼 작동(working)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논문으로 발표된 내용 이외에 각 회사가 가진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니들과 전기충격기를 활용해 전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들 방법 역시 몇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임상에 적용 할 수있을것 같습니다."
실제로 LNP 등 전달 기술을 연구할 때, 시험관내(in vitro)와 생체내(in vivo) 양상이 매우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in vitro 시험인 세포 배양에서 효과가 좋았던 것이 in vivo 마우스 실험에선 효과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mRNA와 LNP의 용량 조절을 다시 해 봐야 할 것을 보입니다."
국내 연구자가 플랫폼 개발을 할 때 어떤 전략을 취해야 좋을까요?
"일단 트라이링크(TriLink)와 같은 곳에서 이미 제작된 것을 토대로 mRNA에서 테스트를 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싸토리우스, 론자 등에서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검증된 샘플로 연구에 임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우리 연구팀에서 공동 연구 차원에서 자체 개발한 mRNA 플랫폼을 몇몇 회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화이자가 모더나의 백신이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 생산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아직까지 없습니다. 몇몇 준비 중인 회사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미가 원천기술을 갖고 생산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모더나와 화이자 쪽에서 기술을 알려준 뒤, 한미가 생산 공장 정도를 제공하는 정도의 형태일 수도 있을듯 한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대규모 생산기지를 가진 회사가 생산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mRNA백신과 기존의 백신 타입인 생백신이나 단백질 기반 백신의 생산은 그 과정이 매우 다릅니다. 가령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아데노바이러스(AD) 기반 백신은 대량생산을 위해 큰 규모의 배양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이미 이 기술은 앞서 있고, 시간과 비용은 들지만 얼마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반면 mRNA 백신 생산 설비는 생백신 생산 설비 대비 큰 규모는 아닙니다. 대규모 세포배양기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과정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내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현 시점에선 우리나라는 이런 노하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한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 바이오사이언스 등과 같이 좋은 인력과 대규모 연구비 조달이 가능한 회사라면, 이 기술과 노하우를 배워서 관련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순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독자적으로 mRNA 생산기술을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mRNA 외에도 LNP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투자를 하면 이들 회사가 독자적으로 mRNA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이들 회사가 승부를 걸 정도로 고객사가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아직 mRNA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모더나, 화이자, 큐어백 정도 거든요. 이 마저도 이들은 자체 공장을 갖고 있어요. 과연 이들인 위탁생산(CMO)를 맡길지 미지수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생백신 생산 시설은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게 핵심입니다. 백신 생산 뿐만 아니라 다른 단백질 의약품도 만들 수 있어요. 반면 mRNA 생산기지는 mRNA 물질 밖에 만들지 못 하거든요. 오히려 작은 회사가 도전하기 좋은 영역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mRNA 백신 플랫폼이 기존의 백신 타입을 대체 할 수 있다면, 곧 그렇게 될수 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생산 설비를 갖추고 연구를 진행 하는 것이 좋을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빠를 수 있지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AAV 기반 백신이 가격, 유통 측면에서 앞선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동의해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인데요, 생백신과 거의 유사하죠. 때문에 이미 전 세계에 생산설비도 잘 갖춰져 있고, 특히 우리나라와 인도에 관련 설비와 인력이 많죠.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도 우리나라와 생산계약을 맺은 것이고요. 반면 mRNA 백신은 지금까지 대규모 접종이 이뤄진 적이 없어 생산 설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죠.
화이자의 경우 영하 70도 보관 등의 유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놓았죠. 일명 '화이자 피자박스'라고 불리는 박스를 통해 영하 70도를 유지하면서, 유통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구축해 놓았더라고요. 물론 유통보관 이슈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에는 그리 큰 이슈는 아닐 것 같아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잖아요. 1회 절반 용량 투여 후 정량 투여 받은 군에서 예방효과가 90%로 나타났으며, 2회 모두 정량 투여 받은 군에서는 예방효과가 62%로 나타났어요.
"좀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백신 연구자들이 첫 번째는 낮은 용량을 주사하고, 두 번째는 용량을 늘려 백신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첫번째 접종부터 고용량으로 주사하면, 사용한 바이러스의 벡터에 대한 항체가 생성됩니다. 이 항체가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면, 두번째 접종 시 오히려 바이러스 벡터에 대해서 생성된 항체로 인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두 번의 접종에서 다른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기도 합니다. 가령 첫 번째에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두 번째에 단백질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죠. 이 역시 바이러스 벡터에서 유도된 항체가 두번째 부스팅 효과를 방해하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4건 정도 보고됐는데, 이 변이가 기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지속적으로 변이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지만,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백신 회피주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 없습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SARS-COV-2가 RNA 바이러스라고 하니, 변이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하지만 같은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보다 코로나바이러의 돌연변이율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이는 '프루프리딩(Proof reading; 교정 기능)'의 차이 때문입니다.
SARS-COV-2의 경우 대략 30 kb로 그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에 Proof reading 기능을 가지고 있어,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SARS-COV-2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 유전자가 분절 형태로 되어 있어 종류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끼리 뒤섞이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급격하게 변하는 타입이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백신 회피 바이러스 주(strain)는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과학자들이 면밀하게 보고 있습니다. 설혹 백신 회피 SARS-COV-2가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역시 현 상황에선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백신 플랫폼만 인허가를 받은 상황이라면, strain만 바꿔 백신을 재생산 하면 됩니다."
히트뉴스 홍숙 기자 hs@hitnews.co.kr 입력 2020.12.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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