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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돌려놓고 한 장] 싯다르타 무케르지 - 세포의 노래

산포로 2024. 6. 21. 09:57

  [PCR 돌려놓고 한 장] 싯다르타 무케르지 - 세포의 노래

 

이름을 믿고 보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저에게도 믿고 보는 작가 리스트가 몇 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믿고 보는 유일한 작가입니다. 무케르지는 콜롬비아 대학의 현업 의사이며 연구자입니다. 전문적인 과학 연구도 얼마든지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브릭의 여러분이라면 경험으로 아실 이야기를 책으로 퍼트리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이전에 브릭에 소개했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는 물론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테드 강연록인 <의학의 법칙들>까지, 무케르지의 책은 생명과학 연구를 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케르지의 신작 <세포의 노래>는 저자가 세포 하나에만 집중해서 쓴 책입니다. 무케르지의 두 역사책과 달리, 이 책은 연대기 형식은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포의 면모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기능에 따라 일화를 모았습니다. 일화를 선정하는 통찰도 대단합니다. 시험관 아기와 크리스퍼 베이비를 나란히 두어 비교하고, 면역학의 최전선 지식을 설명하다가도 그것이 코로나19 앞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 의사의 절절함을 담아 이야기합니다. 

 

<세포의 노래>는 현재에 집중하는 책입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최초로 CAR-T 치료를 받은 에밀리 화이트헤드의 사례가 나옵니다. 무케르지는 백혈병에 걸린 7살의 화이트헤드와 CAR-T 치료 10년 만에 학회에 초대받은 10대의 화이트헤드를 같이 그리며 세포 치료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손에서 죽은 암환자를 그리며 인류가 여전히 세포를 모르고 있음을 인식시킵니다. 이외에도 무케르지 자신의 연구를 포함해 아직은 입증되지 않은 연구를 소개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진행되는 세포 연구를 전합니다.

 

2022년 에밀리 화이트헤드의 CAR-T 치료 10년 경과 기념 사진. 에밀리 화이드헤드 재단

 

무케르지는 할 수 있는 한 지구 곳곳을 다니며 연구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 논문만으로는 알기 힘든 연구의 뒷이야기를 찾아냈습니다. 최초로 골수 이식을 실행했던 돈과 도티 토머스 부부 세미나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돈은 2012년, 도티는 2015년 돌아가셨습니다), 수술을 직접 시행한 간호사를 한 명 한 명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식입니다. 간호사들은 성공한 수술보다 실패한 수술을 기억했고, 50년 전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케르지가 책을 쓰지 않았다면 그대로 사라져 버렸을 이야기입니다.

 

<세포의 노래>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게 책은 다양한 세포와 연구자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세포생물학 교과서 같은 책은 아닙니다. 설명은 친절하지만 최근 연구를 많이 담아 낯선 이야기가 많습니다. 비전공자라면 이 두꺼운 책을 소화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제 감상으로는, 세포생물학 지식이야 상식처럼 갖고 있지만 그 지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알지 못하는 연구자들에게 <세포의 노래>가 빈 곳을 채워줄 것 같습니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니 지식이 이어지지 않는 느낌은 있습니다. 한 번 읽고서는 일화를 읽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방대합니다. 그래도 어디서도 듣기 힘든 연구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가 있기에, 브릭의 여러분께 완독이나 통독 부담 없이 곁에 두고 심심할 때 읽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한동안 브릭에 서평을 많이 올리지 못했습니다. 좋은 책을 찾아 읽을 시간을 제 책을 쓰는 데 보냈습니다. '실험실의 삶'이 안에서는 평범하고 지루해 보여도, 비전공자가 듣기에는 어떤 곳에서도 겪기 힘든 신기한 일이었기에 책으로 엮을만한 내용이 되리라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릭의 연구자분들께는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일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생물학 실험실이 어떤 곳인지 궁금한 후배들에게, 설명하기 귀찮다면 올여름 책 한 권 선물해 보는 건 어떠실지 감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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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이지아) 등록일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