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ure of life: 삶] ‘무도실무관’, 그리고 꿈
-Intro-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따라잡기란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최근 가장 유행했던 것은 다름 아닌 ‘흑백요리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 역시도 구독을 잠시 하지 않고 있어 지웠던 넷플릭스 앱을 다시 받았으니 말이다. 계정을 다시 로그인했을 때였다. 어디선가 추천작이라고 한 번 정도 말로만 들어보았던 ‘무도실무관’이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알고리즘의 탓이겠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려 하다가 문득 예고편이라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무도실무관이라는 것이 직업 명칭이라고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고, 단순히 액션 영화겠거니라는 짧은 감상 정도만 있었다.
그러나 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오늘은 반드시 이 영화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잠과 맞바꾼 영화는 지금 이 시기 내가 가장 고민하던 어떠한 부분에 답을 조금이나마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아래 한 문단에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정도’는 젊음의 영광을 오롯이 누리며 ‘즐거운 일’만을 하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와 친한 3명의 친구들도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듯 보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정도는 ‘무도실무관’의 공석을 임시로 채우게 된다. 무도실무관으로의 실무를 경험하고, 정도와 아버지의 대화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심장에서 나온 에너지가 다른 사람의 심장에 딱 닿았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있거든? 그게 느껴질 때 가장 행복해.’
이 영화에서는 이 대사 이외에도 숱한 명장면들과 느낄 점이 많을 테지만 유독 내게는 저 대사가 말 그대로 ‘심장에 딱 닿았다.’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적어 두었는데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강연을 준비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당연히 강연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렇게 에너지를 쓴 것이 강연장이 크든 작든 강연을 할 때면 오롯이 강연을 듣는 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심장에 딱 닿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이 느껴질 때면 척추 끝에서 머리까지 단번에 전기가 찌릿 통하는 기분이 든다. 형용할 수 없을 감사와 희열에 더없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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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Swing Science]
오랜만에 돌아왔다. 사실 이 BRIC이라는 플랫폼은 내게 있어서는 ‘친정’이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대학원 시절부터 연재했기 때문도 있고, BRIC이 내 모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도 있다. 그곳의 따스함으로 청운을 품고 무럭무럭 성장한 내게 아직도 BRIC은 무척이나 애틋한 공간이다.
제목을 마치 음악가 혹은 가수처럼 붙여보았는데, 마치 열심히 준비한 곡들을 묶어서 앨범을 내는 가수의 마음으로 나의 지난 1년을 묶어 정리해 보고 싶어 저렇게 붙여보았다.
작년 딱 이맘때쯤부터 울림은 태동했고, 약 일 년 여의 시간 동안 참으로 신기한 많은 일들을- 상상만 해보았지 한 번도 현실이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겪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정말 감사함만 그득그득한 나날들이었고, 다시 돌아가서 또 해볼 수 있겠냐 물어보면 엄두가 나지 않거나, 일어난 것이 신기한 일들이 워낙 많아서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울림으로 본격적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던 것은 2023 페임랩 코리아 대회였고, 그 이후에 자연스레 강연 등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 창구가 쉬이 열리지 않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나는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열정을 풀어낼 수 있는 자리나 상황이 없다는 것이 나를 고민하게 했다.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고, 분출하지 못한 나의 열정을 쏟아낼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울림으로서가 아닌, 원래의 나를 아는 분들은 울림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무척 신기해한다. 내가 한 노력이, 나의 이 열정이 어디에라도 어떻게라도 닿았으면 좋겠다고 절절하게 생각했다. 쉬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단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감사한 기회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대학교에서 2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정부출연연구소와 교육청들, 여러 곳의 영재교육원들에서도 강연을 진행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들도 다녔고, 과학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방이나 카페에서도 여러 강연들을 진행했다. 대상도 어린 학생들부터, 선생님들 대상으로, 교직원 분들이나 연구원 분들 대상으로 참으로 다채로웠다.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들을 다 하면서 지냈을지 아득하기까지 한 일정들이었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단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강연 과정들 속에서 항상 내가 할 수 있을 모든 최선을 다했다는 점, 그리고 그 진심이 어느 정도 통했음을 느껴서 나 역시도 감동이었다는 점이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절절하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순간들이었다. 강연을 준비할 때 저녁 즈음부터 시작을 하다가 어느덧 어스름이 동이 터오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그럴 때면 몸은 당장 쓰러질 듯 너무나 피곤했음에도 무언가 만들어간다는 희열이, 강연할 때의 공기와 분위기가 상상되며 더없는 기쁨을 느꼈다.
실제로 강연을 가서도 그 준비함의 진심을 가득 담아 온몸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강연을 진행했다. 나의 몸짓, 숨소리, 말 한마디, 강조하는 표현 하나하나에 집중해 주며 같이 공감해 주는 눈빛들에 나는 더없이 감사함을 느꼈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강연을 마칠 때면 와서 해주시는 열정적인 강연이었다, 좋은 강연이었다고 감상을 나누어 주시고 본인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시고, 계속 교류해 주실 때에는 이보다 더 보람찰 수가 없었다.
강연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내가 더 많이 힘을 얻었다. 밤을 새우고 강연하게 되면, 강연장에 가기 직전까지 피곤함에 비척거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이크를 잡으면 어디에서 솟아난 것인지 알 수 없을 무한한 힘이 올라왔다. 그 무한한 동력으로 강연을 했다. 과학을 알렸다. 강연은 쌍방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강연을 듣는 분들도 무언가 영감을 얻고,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연을 준비하고 실제로 하는 나 역시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 특히 공감이 많이 된다고, 진심을 다해서 강연하는 것이 와닿는다고, 소통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코멘트를 들을 때면 특히 내가 하는 것이 일방향의 전달이 아닌 소통이 잘 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더욱 차오른다.
특히나 가까운 이들로부터, 내가 어떠한 상황과 환경임에도 과학을,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더없이 반짝인다고 말을 들을 때, 그리고 내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더라도 잘할 것이라고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말들 그리고 그 믿음,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곤 한다.
이제 울림은 EP 2를 준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니, 굳이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미래의 나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무엇인가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한다. 내가 걸어가는 작은 오솔길에서 한 번씩 예쁜 들풀이 있다면 가만 서서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곰곰이 생각도 해보려고 한다. 나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온전히, 담뿍 느끼며 다만 진정성을 갖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싶다.
청명한 가을 하늘, 모두에게 환한 하루로 채워지길 바란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BRIC(ibric.org) Bio통신원(울림(필명)) 등록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