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가 열린다. 오는 31일(현지 시각)부터 내달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를 앞두고, 항암신약 및 AI 활용 기술 등 핵심 연구 성과 공개에 나서는 국내 기업도 분주한 모습이다.
그간 해외에서 차세대 항암 기술로 인정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 K바이오가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인 ASCO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높아진다. 더불어 다양한 암종에서 글로벌 항암신약의 임상 결과를 공개 예정인 만큼 주목할 만한 주요 임상연구를 알아봤다(편집자 주).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인 ASCO, 차세대 항암 기술로 기술수출 기대감↑
[바이오타임즈] ASCO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 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다. 매년 70여 개국의 암 전문의와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를 포함해 4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해 전 세계 기업의 암 분야 주요 파이프라인 후기 임상 결과가 공개돼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구도 및 빅딜 성사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바이오텍에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는 기회의 장으로 불린다. 자사의 기술 및 브랜드를 홍보하고, 기술이전 논의까지 이뤄질 수 있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장은 없다.
올해는 전년보다 더 큰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ASCO 2024에는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600여 개 기업이 전시부스를 운영해 항암신약 기술을 선보이고, 2,000여 건의 임상연구 결과 초록이 포스터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밖에 200여 개 세션에서 최신 항암 기술에 대한 강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항암신약 및 AI 활용 기술 등 핵심 연구 성과 공개에 나서는 K-바이오, 美 무대에서 저력을 뽐낼 기업은?
국내에선 유한양행·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앱클론·지아이이노베이션·앱클론·티움바이오·큐리언트·신라젠·루닛·GC지놈·HLB 등이 참가해 신약 임상시험 결과 및 AI를 활용한 진단·검출 플랫폼을 대거 공개한다.
우리 바이오 기업은 신약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 도전과 더불어 해외 기술이전 및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연구 등의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오며, 글로벌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기대감을 받는 기업은 유한양행이다.
오는 8월 렉라자의 미국 FDA 승인을 앞둔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임상 결과 5건을 공개한다. 특히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SC) 제형으로 투여했을 때 효능과 안전성을 연구한 'PALOMA-2'와 'PALOMA-3' 결과도 포함돼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는 오는 8월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에 공개할 연구 성과로 FDA 심사 통과 여부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다수의 기술이전과 초기 임상 결과를 통해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기술을 적용한 전이성 위암 신약 'LCB14'의 임상 2상과 고형암 신약 'LCB71'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한다.
LCB14는 최근 글로벌 ADC 항암제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엔허투의 대체할 수 있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약물은 차별적으로 대다수 HER2 ADC 경쟁약물이 토포아이소머라이즈 저해제 '엑사테칸(exatecan)' 약물을 사용한 것과 달리 세포독성약물 '모노메틸 오리스타틴 F(MMAF)' 약물을 접합했다. 향후 엑사테칸 기인 약물 내성으로 재발한 환자 시장 및 엔허투 약물 부작용을 겪는 환자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CB71은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과 PBD 전구약물(Prodrug)이 적용된 혁신 신약(First-In-Class) ROR1 ADC이다. 낮은 용량에서도 높은 효능 확인됨에 따라 자체 링커 기술 및 톡신 기술의 높은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과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분자인 '4-1BB'를 동시에 표적 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503'에 대한 초록을 공개한다.
ABL503은 약물용량증량(Dose Escalation) 파트를 진행 중이며, 기존 발표에서 완전관해(CR) 1명, 부분관해(PR) 3명이 확인됐다. 이는 이미 바이오엔텍과 젠맙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에 비해 우수한 결과로, ABL503이 기존 결과에서 추가 효능을 보인 환자군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진행성·전이성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D80과 변이형 IL-2의 이중융합단백질 차세대 면역항암제 'GI-102'의 임상 1/2상 단독요법 중간 데이터를 발표한다.
GI-102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인터루킨(IL)-2 기반 면역항암제다. NK세포 등 면역세포수치를 늘려 치료효과를 극대화한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티움바이오는 경구용 면역항암제 ‘TU2218’의 임상 중간결과를 공개한다. TU2218은 체내에서 면역항암제 활성을 방해하는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계열내 최초 이중 저해제다.
현재 미국에서 TU2218과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 1b상 진행 중이며, ASCO에서 공개한 초록에는 임상 1b상 환자 중 12명까지의 중간결과가 담겨있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글로벌 임상3상에 참여한 환자의 최종 생존 기간을 추적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에 발표된 임상결과에 따르면 환자생존 기간(mOS)은 22.1개월로 간암치료제 최초로 20개월을 넘었으며 이번 ASCO에서는 전체생존 기간(OS)의 최종분석을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리보세라닙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신약 승인의 고배를 마신 상황으로, 연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큐리언트는 항암 후보 물질 'Q901'에 대한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네오이뮨텍은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NT-I7의 병용 요법 임상 및 비임상 시험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할 예정이다.
Q901이 암종에 상관 없이 투여된 모든 용량 구간에서 좋은 안전성을 보였고, 최저 용량에서부터 임상적인 효과를 동반하는 표적 결합 수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동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신라젠은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진행한 신장암 2상의 후속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신라젠과 리제네론은 지난 2017년 신장암 임상 관련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항암바이러스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하는 연구는 전이성 신세포암 환자에서 펙사벡과 세미플리맙 병용 요법의 임상적 효과(혈장 사이토카인/케모카인 프로파일과 연관 지어 분석)와 관련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검출 기술의 임상 연구에도 관심이 모인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 초저발현 유방암환자군 확인, 병리 이미지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비소세포폐암환자 면역관문억제제(ICI) 치료 반응 예측 연구를 포스터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AI를 활용한 호르몬수용체 양성 조기유방암환자의 재발 위험성 및 무병생존율 예측 ▲동서양 흑색종환자의 면역표현형 구분 및 면역관문억제제 반응 분석을 동서양 차이점 중심으로 분석 ▲비소세포폐암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반응 예측을 위한 AI 기반 3차 림프구조 분석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개별 환자레벨 생존 자료를 바탕으로 비소세포폐암환자의 면역-화학항암제 병용요법과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비교 분석 연구 등을 발표한다.
GC녹십자그룹의 임상유전체분석 계열사 GC지놈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비침습적 대장암 검출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직 절제 없이 혈액 등 체액 속 DNA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신기술인 '액체생검' 방식으로, 인체 모든 부위의 암 검사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이번 ASCO에는 카나리아바이오, 일동제약(아이디언스) 등 국내 17개 기업이 참가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또한 에이비온, 루닛 미국 자회사, 한미약품 롤베돈 미국 판매사 등이 부스를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ACR이 초기 전임상 연구결과도 발표하는 학술대회지만, ASCO는 임상 2~3상 등 후기 임상결과가 주로 발표되는 행사”라고 설명하며,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은 액체생검, 항체약물접합체, 이중항체, 키메릭 항원 수용체 T 등 차세대 표적항암제 등 항암 신기술 및 AI 의료 연구 결과를 대거 발표할 예정으로 기술이전, 파트너십 체결 등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노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다.
바이오타임즈(biotimes.co.kr)=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2024.05.27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