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목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중증환자 치료 가능성
일라이릴리가 영국 베네볼런트 사와 공동으로 인공지능(AI)를 이용해 발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서 고령을 포함한 중증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아직 정교한 임상시험은 아니어서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한 단계지만, 현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와 영국 임페리얼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인 바리시티닙(상품명 올루미언트)을 70대 이상 노인을 포함한 고위험군 중증환자 수십 명에게 투여한 뒤 생존율을 관찰한 결과 투여하지 않은 환자 수백명에 비해 생존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4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바리시티닙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다. 세포 증식과 분화, 면역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누스인산화효소(JAK)’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약물이다. JAK는 ‘신호 전달 및 전사 활성화 인자(STAT)’라는 신호경로와 결합하는데, 면역 유발 등과 관련이 있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감지하는 수용체 약 40종이 이 JAK-STAT 신호경로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JAK 억제제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을 억제하는 신약의 표적으로 널리 연구돼 왔고, 바리시티닙은 그 중 하나로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6 생성을 줄이는 원리로 류머티즘을 치료한다. 2017년 유럽연합, 2018년 미국에서 각각 류머티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일라이릴리는 AI를 이용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기존 약물 중에서 찾던 중 바리시티닙을 발굴해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탈리아 피사에서 179명의 입원 환자를, 스웨덴 알바시테에서 4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피사에서 37명, 알바시테에서 46명의 환자에게 하루 한 번씩 2주간 바리시티닙을 투여했다. 알바시테의 약물 투여 환자는 모두 70세 이상으로 고령의 환자였다. 그 뒤 투약하지 않은 나머지 환자군과 비교해 위중 또는 사망으로 얼마나 진행하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 바리시티닙 투여 환자 가운데 기계식 인공호흡이 필요한 위중 환자로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는 16.9%로 나타나 위중과 사망 환자가 34.9%에 이른 대조군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개선하는 약효는 첫날부터 나타났지만 2주간 투약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도 밝혔다. 간 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2a가 있을 때 세포 표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를 개시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바리시티닙이 이 과정을 차단해 감염과 복제를 막고 염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바리시티닙은 안전하면서도 효과 좋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연구가 위약(플라시보)를 사용하고 누가 위약을 투약했는지 환자와 의사 모두 모르는 정교한 무작위 대조실험을 한 것은 아니며 임상 참여자 수도 적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ashilla@donga.com 2020.11.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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