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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부터 90%까지' 계속 바뀌는 집단면역 기준…전문가들도 확신 잃었다

산포로 2020. 12. 28. 13:32

'60%부터 90%까지' 계속 바뀌는 집단면역 기준…전문가들도 확신 잃었다

기준 명확치 않아…기준 집중하기보다 방역에 더 신경써야

 

지난 22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는 장면이다. AP/연합뉴스 제공

각국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집단면역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집단면역은 지역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항체를 가져서 바이러스 전파를 낮출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전 인구 60%가 항체를 가질 경우 감염병의 전파를 느려지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으나 최근 70~75%, 75~80%까지 상향 조정했다. 전 국민의 90%까지 항체를 가져야 한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25일 뉴욕타임즈에 “(집단면역 기준과 관련된) 진짜 숫자가 무엇인지는 모른다”면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멈추기 위해선 90%의 인구에 항체가 형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면역 형성 기준은 감염병마다 차이가 있다.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일수록 집단면역 기준이 높다. 인류가 겪은 최악의 질병인 홍역의 경우 집단면역의 형성 기준이 92~94%로 분석된다. 홍역은 공기 중에 몇시간 동안 머물 수 있고, 통풍구를 통해 표류하며 다른 방에 있는 사람들도 감염시킬 수 있다. 


전파력은 결국 ‘감염재생산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전파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감염재생산지수가 2이면 1명이 2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전염병 역학자들은 감염재생산지수를 가지고 집단면역의 형성 기준을 산출하는데,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변동이 크다. 국내 방역당국 또한 “감염재생산지수는 발병일, 확진일, 또는 신고일에 따라서 계산하는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며 감염재생산지수를 예측하는게 쉽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기며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집단면역 형성 기준을 추측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RVTAG)은 18일 새 변이체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변이체의 전파력이 다른 바이러스보다 평균 71% 빨리 전파된다고 밝혔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컬리지런던대 교수 역시 변이체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률이 50~70% 높다고 추정했다.


파우치 소장도 계속 바뀌는 집단면역 형성 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져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했으나 한달 전쯤인 11월에는 70~75%로 이를 상향했다. 그러다가 또 한번 80~85%로 높였고, 이달 25일에는 최대 90%까지도 기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파우치 소장의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이 역시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역학과 교수는 “내 방정식에 어떤 숫자를 입력해야하는지 알려주면 (집단면역 형성 기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모렌스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역학부문 수석고문은 “집단면역의 정확한 형성기준은 실제 감염병이 지나간 후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홈페이지에 집단면역 형성 기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모른다”며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캐서린 오브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책임자도 “60~70% 추정치는 너무 낮다”며 “집단면역 형성 기준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과 같이 붐비는 도시에 전파를 막으려면 붐비지 않는 도시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의 면역을 형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 형성의 기준이 명확치는 않지만 백신을 맞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예방 조치를 통해 우리 자신을 보호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립시치 교수는 “코로나19 전염을 완전히 막기 위해 85~90%의 집단면역이 필요하더라도 우리는 그전에 더 빨리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고위험군에게 예방접종을 하게 된다면 코로나19는 더 가벼운 질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0.12.27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