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걸리던 혈액 세균 감염, 이젠 3시간 안에 알아낸다!
혈액의 세균 감염 여부를 3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최대 2~3일이 걸리던 진단 시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긴 기술이다. 추가 검사 없이 단번에 세균의 종류와 양도 분석도 가능해졌다. 치명률이 높은 패혈증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새로운 진단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은 혈중 감염성 세균을 빠르게 검출하는 진단 칩 기술을 개발하고, 동물모델과 세균 감염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이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도 입증했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권태준, 김하진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이재혁 교수팀이 함께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스몰 메소드’ (Small Methods)에 3월 18일 자로 공개됐다.
혈액의 세균 감염 여부(균혈증)를 알아내는 것은 세균 감염이 악화해 발병하는 패혈증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다. 전신 염증 증상인 패혈증은 10대 사망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치명률이 높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세균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널리 쓰이는 혈액 배양법은 최소 하루의 시간이 걸리며, 정확한 처방을 위해 원인균을 알아내기까지는 추가 검사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연구팀은 미세 유체 칩 기술에 유전물질 검출(FISH) 기술을 접목해 3시간 안에 원인균의 종류까지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손가락만 한 칩 안에서 혈액을 흘려 혈중 세균을 분리·농축한 뒤 이를 FISH 기술로 검출해 내는 것이다. FISH 탐침(probe)이 특정 세균의 유전자(핵산 염기서열)와 결합하면서 형광 발색이 되는 원리를 쓴다. 이 발색 변화를 보고 특정 세균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또 형광 세기를 비교 분석하면 감염 사실 뿐만 아니라 감염된 세균의 양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진단기술을 이용해 기존 진단기술로 음성이 나온 패혈증 의심 환자의 혈액에도 세균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진단법은 미세 유체 칩 안의 자성 나노입자 덕분에 혈액 속에서 세균만 분리해 빠르게 농축할 수 있다. 입자 표면에는 면역 단백질이 코팅되어 있어 세균만 자성 나노입자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자기장(자석)을 이용해 세균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하루 이상 걸리던 기존의 혈액 배양법이나 복잡한 유전체 기반 진단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빠르고 간편한 검사법을 개발했다”라며 “혈액 배양법보다 빠른 PCR 같은 유전체 기반 검사도 여전히 유전체를 추출하고 증폭하는 시간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기술은 빠른 세균 분리 농축과 즉각적인 감지 기술로 시간을 크게 줄이고 검사 과정도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FISH 탐침의 종류와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의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추가 계획 중”이며 “항생제 내성균 검출과 항생제 감수성 진단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이민석, 현휘, 김성호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박인원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 의료기기 플랫폼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Quantitative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FISH) of Magnetically Confined Bacteria Enables Early Detection of Human Bacteremia,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smtd.202101239)
연구 결과 개요
1. 연구 배경
균혈증이란 혈액에 세균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며, 세균이 세균성 감염이 있는 장기에서부터 혈액으로 유입하여 발생한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의 면역체계는 이렇게 유입된 적은 양의 세균을 혈류에서 신속하게 제거하나,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은 때때로 전신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패혈증으로도 이어진다. 패혈증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균혈증 원인균에 대한 조기진단이 필요한데 현재 병원에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혈액배양법은 균종에 따라 최대 2~3일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혈액 내에 미량 존재하는 세균을 배지에서 증식(배양) 시켜야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식이 잘 안 되는 세균에 감염됐을 경우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기존 진단법의 한계를 PCR(중합효소연쇄반응법) 등의 분자진단기술을 통해 극복 하려는 시도가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또한 혈액 내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균을 검출하기에는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지 않다. 또 핵산(DNA, RNA)1)추출 및 증폭과정이 필요하여 이를 위한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 단축에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혈증 진단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진은 기능성 자성 나노입자, 형광동소보합법(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FISH) 기술과 미세 유체 칩(마이크로미터 굵기 미세 관 회로로 구성된 손가락 크기 칩)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균혈증 진단법을 개발하였다. 기능성 자성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혈액 속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세균을 자기장을 이용하여 분리 및 농축하고, 특정 세균 종에 특이적인 형광 DNA 탐침(FISH probe)을 이용하여 균혈증을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먼저 기능성 자성 나노입자 표면에는 세균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면역 단백질인 렉틴 단백질 (mannose binding lectin)이 고정되어 있어 세균을 기능성 입자 표면에 부착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칩에 포함된 자석에 노출되면 자기장에 의해 기능성 자성 나노입자를 모아 세균을 분리할 수 있다.
자성분리 된 세균을 미세 유체칩 내에서 FISH 형광 염색 처리하면 세균을 검출할 수 있다. FISH는 세포 내 목표로 하는 핵산 염기 서열(유전자)에 형광 프로브를 특이적으로 부착시키는 기술로 특이성이 높고 핵산 추출과 증폭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미세 유체 칩 기술을 활용하여 혈액 내 균의 빠른 진단 및 정량화가 가능하였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장 진단 기기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또 돼지를 이용한 동물 전임상실험을 통해 균의 동정 및 정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였으며, 실제 패혈증 의심 환자의 혈액 검체를 이용하여 본 기술로 검증해본 결과, 기존 진단 방법에서는 음성 결과가 나온 검체에서도 균을 정량적으로 동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3. 기대효과
본 기술은 기존 방법보다 진단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민감도를 향상하게 시켰으며 진단에 필요한 혈액량도 많지 않아 의료현장에 사용되기에 적합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조기 균혈증 진단을 통해 패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불필요한 항생제 오남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학약학 UNIST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