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생명공학 난제… 비만치료제 개발
비만인구 2015년이면 7억 명, 신약개발 시급
신체에 지방이 과잉 축적돼 골격과 육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상태를 보통 ‘비만(obesity)’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경우 보통 신체비만지수(체질량지수: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한국은 인종 간의 차이를 감안, 서양인(30)에 비해 낮은 비만지수를 책정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세계 비만인구는 4억 명에 이르고 있으며, 오는 2015년에는 그 수가 7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미국, 일본, 그리고 EU 5개국의 비만 성인 수는 1억2천500만 명으로, 오는 2018년이 되면 그 수가 훨씬 더 늘어나 1억4천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비만시장 규모는 2008년 5억1천310만 달러였으며, 10년이 지난 오는 2018년에는 5억6천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수치가 비만 인구 증가율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라는 점이다.
비만인구는 늘고, 시장규모는 정체
데이터모니터는 2009~2018년 비만시장을 전망하면서 오는 2018년 미국 시장은 2004~2008년에 비해 4.3% 성장하지만 일본과 5개 EU국가들은 매출액이 각각 0.5%, 3.5% 포인트 씩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2004~2008년 대비 2018년 평균 시장규모는 0.8% 신장에 그친다는 것.
암 치료제 등 다른 의약품들과 비교해 비만시장 미래가 이처럼 어두운 것은 비만치료제의 안정성 때문이다.
2007년 EU의 비만시장은 6억1천84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비만치료제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오리스타트(orlistat)와 사노피 아벤티스의 리모나반트(rimonabant)가 출시돼 매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리모나반드가 안전성 문제를 일으켰다. 우울증 환자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심화시켜 자살충동을 일으킨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오리스타트 역시 재판매 제한 등의 규제가 가해진다. 이로 인해 2007년 1억1천960만 달러에 달했던 매출액이 2008년 7천67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막대한 시장을 앞에 놓고 애가 타는 곳은 제약회사들이었다. 안전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최근 급격한 체중감소를 지양하면서, 가능한 비만환자 안전에 목적을 둔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로슈(Roche), 클라소스미스클라인(GlaxSmithKline), 애보트(Abbot), 사노피 아벤티스(Sanofi Aventis), 산도즈(Sandoz), 에이사이(Eisai) 등 비만치료제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임상실험 규모를 200~400명에서 1천500~2천 명으로, 임상실험 기간도 12주에서 1~2년으로 대폭 늘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치료제보다 운동 및 식이요법에 더 관심
그러나 비만 치료제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만치료를 위해 의약품에 의존하기보다는 운동 및 식이요법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OECD는 제약사들이 지금과 비교해 훨씬 더 안전하고 신빙성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내지 못하면 까다로워진 비만치료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기 힘들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설사 그 심사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의학의 발전은 암, 당뇨병, 심장병 등 과거 불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인간복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 개발이 안되고 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하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나의 요인을 해결해도 또 다른 비만 원인이 나타나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아 헤매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비만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뇌의 판단도 문제가 된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이 같은 뇌의 명령을 거스르는 것은 쉽지 않다.
큰 결심을 하고 살을 빼기 위한 식이요법을 하더라도 얼마 안 있어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성과 효능이 보장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야말로 인류의 난제가 되고 있다.
호르몬 합성으로 비만치료제 개발 중
지금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덴마크 생명공학기업인 뉴로서치(Neurosearch)다. 2008년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세 가지 호르몬 분비량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미국 애봇이 개발한 시부트라민(Sibutramine)보다 2배가 넘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미국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인 오렉시겐(Orexigen Therapeutics)이 개발한 엠파틱(empatic)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오렉시겐은 금연보조제로 쓰이는 부프로피온과 간질약 원료인 조니사미드를 조합해 엠파틱을 만들었는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력한 비만치료 능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호르몬 제어약물의 비만치료 능력을 활용해 체중감량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인간이 직접 합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제약사인 아밀린파마슈티컬은 합성 렙틴인 메트렐렙틴(metreleptin)과 합성 아밀린인 프람린타이드(pramlintide)를 제조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결합한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향후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비만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비만치료제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만치료제를 개발해내려는 제약사들의 노력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2010년 07월 15일(목)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42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