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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문학 리포트] 프로이트

산포로 2010. 11. 2. 11:30

[21세기 인문학 리포트] 프로이트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인간상?
`마음의 억압`서 놓여난 사람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인간상을 한마디로 말해보라면 필자는 `마음이 놓여난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마음이 놓여나는 것이 어려운가? 혹은 중요한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내가 `나`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억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고 내가 `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갈등과 타협을 매 순간 거쳐야 한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나`를 형성시킨 억압과 `나`를 유지하려는 힘든 과정을 가림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관한 프로이트의 가르침을 두 가지만 말해보고자 한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프로이트의 첫 번째 가르침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요체는 `자아`를 성찰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예컨대 `꿈의 해석`에서 그는 꿈을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려는 사람은 자기 마음에 드는 생각을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프로이트의 위대함은 그가 가졌던 자기성찰의 힘에서 나온다. 그의 사고는 당대의 도덕ㆍ윤리ㆍ철학ㆍ종교가 미리 세워둔 생각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성찰을 통해 일궈낸 것이다. 이런 성찰을 통해 프로이트는 인간 주체가 사회적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며 어떤 더 큰 구조의 결과 내지는 효과라는 통찰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생각은 사회에서 주변화된 정체성을 가진 집단들에 그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정당화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인간의 의식이 더 큰 구조의 효과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이성을 중심으로 정의되어온 서구의 근대적 자아관을 더욱 넓은 문맥 안에서 재평가하도록 유도해주었다. 이런 성취는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는 힘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논리보다는 사랑으로 남을 이해

 

프로이트의 또 다른 교훈은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남`이란 진정한 타자(他者)다. 즉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말, 혹은 들리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미친 사람으로 분류되어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추방되는 역사적 시점에서 프로이트는 이들의 말 아닌 말을 들으려 애썼고 이들의 들리지 않는 말을 듣는 법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어느 사회에서든 이런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단순히 자기를 향한 실천만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으로써 중요하다.


프로이트는 `남`의 말을 이해하려면 논리보다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신분석이 사랑을 통한 치유라는 것이다. 피분석가의 말은 이성의 언어가 아니라 욕망의 언어이기 때문에 나와 남, 사실과 허구,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논리와 비논리의 분별을 넘어서야 들린다. 사랑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피분석가의 말은 대화의 문맥 안에 들어온다. 이 문맥 안에서 피분석가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담론의 주체로 거듭 태어난다. 자기 담론의 주체로서 피분석가는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억압에서 놓여날 기회와 힘을 갖게 된다. 이런 대화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 일이 정신분석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우리의 마음이 억압에서 놓여날 때까지 이런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대화가 일상 속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사회를 꿈꾼다.


따라서 정신분석은 사회적 내면에 바라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결들이 쌓이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그것들을 풀어내려 애쓴다. 예컨대 정신분석은 효율성이나 생산성의 원칙이 밀쳐내고 덮어버린 것들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정신분석은 이를 위한 끊임없는 대화다. 어떤 위계나 편견에도 귀속되지 않은 채 서로의 마음이 고개를 끄덕이며 온갖 억압에서 놓여날 때까지 계속 이어나가려는 대화다.


[신광현 서울대 영문과ㆍIFP(미래지도자인문학과정) 교수] 기사입력 2010.10.08 14: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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