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호르몬 요법과 회춘 효과
서울 강남의 의원 에서 주로 부유층 사람들과 연예인이 피부미용, 불임치료, 노화방지 목적으로 큰돈을 주고 태반주사를 맞는다는 기사가 2003년 신문에 보도 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의 엉터리 업자로부터 밀수 해온 태반 엑스트락트 (태반 에키스 라 한다) 를 엉덩이에 주입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신생아 출산시에 나오는 태반 성분을 의료약으로 사용하는 케이스가 없다는데 유독하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이비 의료가 성행하고 있다. 임상효과가 실증되기 전에는 환자에게 투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의 식품약제 관리청 (FDA) 의 기본방침이다. 한국정부 식약청이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이러한 무허가 의료행위를 막아야 한다.
임신한 어머니가 태아에게 탯줄을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하는 조직은 태반을 어떠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어떠한 성분을 주사약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중소기업이 불확정한 방법으로 제조한 주사약을 이렇게 투여 받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정상인지 의심된다.
이와 같은 생물제제를 노화방지에 사용하는 케이스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한 뒤 계속되어 온 바 있다. 최근 예를 보면 스위스 몽트로(Montreux)에 있는 클리닉에서는 노화방지를 위하여 소의 뇌하수체 조직을 환자 근육하조직에 이식하여 성과가 있었다고 과학저널이 아닌 일반 월간잡지에 기사가 실리기도 한다. 이 뇌하수체 클리닉이 유명하게 된 것은 1980년대에 크리스찬 바나드박사 (C. Barnard, 1956년 세계에서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한 외과의사)가 이 클리닉에서 일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이러한 뇌하수체이식이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과학저널이나 일반잡지, 기사에서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의료행위를 돌팔이 의료 또는 사기의료행위라 하고 미국에서는 �커리(quackery)라 한다.
소인증이란 어린애들의 병이 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여 신장이 충분히 크지 않는 병인데 유전성인 경우와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어서 발병한다. 이러한 소인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을 정기적으로 주사해주면 키가 커질 수가 있다. 1980년대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제넨텍이란 바이오텍 회사가 유전공학으로 인 간 성장호르몬을 만들어 낼 때까지 성장호르몬은 죽은 사람에서 분리한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 제제를 만들고 있었다. 이러한 시체유래 뇌하수체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시체로부터 뇌하수체를 분리하는데 그 수가 부족하고 또한 그 수집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체유래 성장호르몬 투여를 받은 소인증 환자에서 광우병과 유사한 프라이온 병원체에 의한 크로이츠펠트-제이콥병이 발병하는 케이스가 수건 있었다. 이러한 시체유래 성장호르몬은 1980년대에 자취를 감추었는데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텍 회사인 제넨텍이 유전자공학 기법으로 리콤비난트 성장호르몬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 한 것이다. 리콤비난트 인간 성장호르몬과 이라이 릴리 제약 회사의 인간 인슐린은 유전자 공학 에 의한 신약 개발 의 성공 케이스가 된다.
제넨텍 회사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 소인증 이외의 환자적응을 찾아서 시장을 개척하려 하였다. 이 첫 케이스가 소인증이 아닌 키작은 어린애들이었다. 제약회사가 스펀서를 해서 키 작은 애들에 대한 성장호르몬의 임상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 키 작은 애들이 성장호르몬 투여에 의하여 신장이 커진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키가 큰 사람들이 키가 작은 사람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수입도 높다는 통계가 존재하는 미국사회에서 키가 크다는 것이 사회적 성공의 제일보 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키가 작은 애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임상 예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장기간의 신중한 연구결과 로서 성장호르몬 투여군과 대조 플라시보군 사이에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일간신문 전면을 사용하여 키를 크게 하는 민간요법이나 보충식품에 대한 광고가 있다. 너무 과대한 광고가 주가 되어서 내용을 모르는 부모들이 이에 속아서 필요 없이 돈을 허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유전공학-유래 성장호르몬을 성인에게 투여하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뇌하수체 종양환자에서 종양수술 후에 보충요법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였던 바 환자의 증세가 크게 호전하였다. 이러한 환자는 종양수술 후에 근육력이 저하하고 성욕이 감퇴하고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나오는 등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한 듯한 임상 증세를 보인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경우에는 근육력이 증가하고 우울증이 없어지는 듯 극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였던 바 우울증이 개선되고 무드가 호전하였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대조군에 비하여 베타엔돌핀의 혈중농도가 높아져 있었다고 한다. 베타엔돌핀을 사람 뇌에서 행복감을 갖게 하는 내인성 펩 타이드 (분자량이 작은 단백질)로서 조깅 뒤에 오는 “런너즈 하이” 나 운동 뒤에 오는 상쾌감은 이 베타엔돌핀 분비가 증가한 결과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여 회춘요법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미국 버지니아 의대에서 노인들에게 성장호르몬에 대한 임상실험을 시행하였다. 이들 투여군에서 보인 변화는 젊어진 피부와 근육이라 한다. 피하조직의 교원섬유 (콜라젠)가 증가함으로써 피부의 탄력이 회복하고 표피의 케라틴층이 두꺼워져서 피부가 젊어지고 근육에서는 지방의 축적이 감소하고 근력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성장 호르몬은 근육조직에서 지방조직은 감소시키고 근육축적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소나 돼지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엘지 바이오텍 회사가 유전자공학-유래 소 성장호르몬과 인간 성장호르몬을 생산하여 한국의 낙농농가에서도 그리고 소인증 환자에 투여하고 있다.
의학계에서 성장호르몬을 회춘요법으로 노화방지에서 적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인 즉 첫째 성장호르몬의 장기적인 효과와 장기투여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없다는점 둘째로 노화는 질병이 아니고 생리적 현상임으로 미국이나 한국의 식약청이 이러한 성장호르몬 투여를 허가 할 수가 없다.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에서 걱정이 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인간 성장호르몬 투여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에서 병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도 그 부작용이 크게 걱정되는 것이다. 또한 암의 종류에 따라서는 성장호르몬 투여에 의해서 암 조직이 커졌다는 보고가 있다. 결론적으로는 앞으로 노화방지나 회춘요법으로 성장호르몬 투여가 대단히 유효한 요법으로서 일반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 부작용이 검증되어 있지 않은 현상에서 더욱 신중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멜라토닌과 디하이드로 에피안드로스테롤 (DHEA) 두 가지 호르몬이 노화 방지약으로써 화제가 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체에서 만들어져서 그 혈중 농도가 밤에는 높고 낮에는 낮아지는 것이 알려져 있고 수면의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과 나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50~60대 이후에는 점차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멜라토닌과 노화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쥐를 이용하여 실험 하였던 바 멜라토닌 그룹에서 수명이 1.2배 증가 하였다. 건강식품 으로서 미국에서 유행했던 멜라토닌은 항산화제로서의 작용이 있어서 세포에 대한 보호작용이 있는데 사람의 경우에는 대량으로 투여해야 한다. 나의 연구실에서 배양한 인간 신경세포에서 산소독에 대한 세포보호 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02년에 발표한바 있다.
두번째 호르몬인 디하이드로 에피안드로스테롤 (DHEA)은 부신에서 생산되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전구체로 알려져 있다. DHEA를 복용하면 성적 능력이 높아지고 기억력 향상, 체지방 감소와 피부가 고와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바 있다. DHEA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이고 객관성이 없어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DHEA를 복용하면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질로 변화하기 때문에 그 생리작용을 검사하기가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교훈은 성분도 알 수 없는 생물제제나 한약 (특히 중국에서 들여온 한약제) 을 투여-복용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족이나 친지에게도 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의 친지 중 에서도 성기능 촉진제라는 한약제를 복용하여 죽을뻔 한 사람이 있다. 조심해서 장수합시다.
http://bric.postech.ac.kr/biotrend/batong/article_detail.php?nNum=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