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9] 뇌 이식 (2)

산포로 2008. 2. 11. 13:01

 

10년 전 1996년 10월부터 1997년 3월까지 6개월간 나는 초빙교수로서 뇌 이식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지인 스웨덴 룬트 대학 신경외과에서 새로운 뇌 이식 프로젝트를 연구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탈수 신경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crosis) 환자 뇌 속에 사람 태아의 희돌기신경 교세포(oligodendrocyte. 올리고덴드로사이트)를 이식하여 환자들이 기능을 회복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사람의 뇌 이식 수술이 성공하리라고 기대된다. 나는 마이엘린프로젝트 연구실의 책임자로서 환자의 뇌 속에 이식 할 올리고덴드로사이트를 사람 태아의 뇌에서 순수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스웨덴 의사들에게 기술 지도를 하였다.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서 태아 뇌를 사용하는 이유는 태생기 뇌가 성숙한 동물이나 사람의 신경 조직에 비해 저산소 상태에서 저항성이 높고, 미분화된 상태에 있으면서 잠재적으로 재생하고 성장하는 능력이 훨씬 높으며 호스트와 사이에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세포 항원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연구실에서는 최근 알츠하이머병-치매의 동물모델에서 뇌 이식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쥐의 아세틸콜린 신경계인 중격-해마 회로를 파괴하여 기억을 상실하게 한 다음 태생 쥐 뇌의 중격 조직을 이식하였더니 T자형 미로에서 기억 행동이 훨씬 우수해졌다. 원숭이에게도 신경 독을 사용하여 전뇌 기저부의 콜린성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치매 환자와 같은 기억 장애를 일으키게 한 다음 태생 원숭이 뇌의 콜린성 신경세포를 이식하였더니 기억 장애가 크게 회복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처럼 기억 장애를 일으킨 원숭이의 뇌 속에 신경 성장 인자(NGF)를 생산하는 세포를 이식한 결과 원숭이의 학습 능력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신경 성장인자가 뇌 속에서 충분하게 생산되면서 죽지 않고 남아 있는 콜린성 신경세포(기억과 학습 등의 고등 정신기능을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신경세포 그룹)를 재생하고 생존 할 수 있도록 크게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앞으로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뇌 이식을 시도하게 되면 가장 처음으로 태아 전뇌 기저 부 혹은 해마의 신경세포를 환자의 해마에 이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뇌 이식을 시작하려면 여러 가지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우선 사람 태아의 뇌를 이식 재료로 사용하는데 따르는 윤리적인 문제가 널리 논의되어야 하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가이드 라인(지침)이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태아의 뇌 사용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또한 태아의 뇌를 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향으로 첫째 유전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환자 자신의 피부에서 분리된 섬유아세포에 신경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넣어 인공 신경세포를 만든 다음 이것을 뇌에 이식한다. 둘째 사람이 아닌 동물의 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나 돼지의 뇌 조직을 일부 잘라내어 이식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이종간 이식(xonotransplantation)은 최근에 크게 논의 되고 있다. 원숭이나 돼지의 기관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이미 여러 번 시행되었고, 기술적이고 윤리적인 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큰 문젯거리는 원숭이나 돼지 같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 몸 안에 들어와서 새로운 감염체가 되어 무섭고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다. 에이즈와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다른 동물에서는 오랫동안 아무런 장애를 일으키지 않고 잠재해 있다가 사람에게 침입하여 무서운 유행성 질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종간 이식은 앞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과학적인 수법으로 검토한 다음에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http://bric.postech.ac.kr/biotrend/batong/article_detail.php?nNum=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