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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벌레와 장수유전자

산포로 2008. 2. 11. 12:56

 
노화연구에서 사용하는 실험동물에서 본다면 흰쥐에서는 최장 3년이고 초파리는 2주일 그리고 에레간스선충은 3주일이다. 일반으로 동물 몸의 크기와 그 동물의 최대수명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예컨대 몸이 큰 코끼리는 최대수명이 70년이고 몸이 작은 흰쥐는 3년이다. 이 같이 체중과 수명의 상관관계는 일반으로 정설이 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엘레간스 선충을 사용하여 노화연구와 수명유전자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엘레간스 선충은 3주일 밖에 살지 못하므로 수명연구 실험을 3주일 안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가 흰쥐를 사용하였던바 흰쥐의 수명이 3년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너무 과대하게 소비하게 되어 실험동물사용을 엘레간스 선충으로 스윗치한 것이다. 심장, 폐, 간, 신장을 갖지 않는 단순한 생물인 엘레간스 선충을 연구모델로 사용하여 지난 10년 동안에 10종 이상의 수명 유전자가 발견되었고 놀랍게도 이들 수명유전자가 사람에게도 존재한다고 알려진바 있다.

 

엘레간스 선충은 길이가 1 밀리미터이고 모두 1000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몸이 투명하여서 이들 세포의 움직임을 모두 현미경 아래에서 관찰할 수가 있다. 선충의 먹이는 대장균이다. 따라서 선충을 기르려면 먼저 페트리딧쉬에 한천을 깔고 대장균을 기른다. 다음에 선충을 한천위에 올려놓으면 선충이 한천속의 대장균을 먹으면서 성장을 계속한다. 선충은 한천 위를 우아하게 발레리나처럼 유려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 곡선이 우아하다 의 영어 표현인 알레간트 (elegant)하다고 해서 엘레간스 선충이라 명명 되었다.

 

엘레간스 선충은 수명이 21일인데 그 환경온도에 따라서 수명이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가 있다. 즉 온도를 올리면 수명이 짧아지고 온도를 내리면 수명이 길어진다. 따라서 엘레간스 선충을 기르는 데에는 항온장치를 사용하여 섭씨 20도로 고정을 한다. 선충이 어린 유충시기에 온도를 낮게 하고 영양분을 줄이면 내성 유충의 상태가 되어서 선충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 상태에서 생명활동이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온도가 다시 올라가고 영양상태가 좋게 되면 유충이 활발하게 운동을 한다. 선충은 3일이면 유충이 되고 10일이 지나면 노화현상이 시작되 어서 장관 (창자) 주위에 검은 지방세포가 증가해서 검게 보인다. 이렇게 선충의 수명이 21일이어서 10일이 지나면 선충의 중년기가 되고 사람의 40대 후반처럼 배가 나오고 내장에 지방이 침전하는 현상이 있게 된다. 이 같이 선충은 노화나 장수 연구에서 훌륭한 모델 동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선충을 이용한 노화연구의 한 예를 들기로 한다. 최근에 일반 선충 (와일드 타입 혹은 야생주라 불린다)에 비하여서 한배반 즉 30일 살 수 있는 선충주가 발견되었다. 이 선충주는 다프2 (daf-2) 라 불리며 인슐린 수용체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기 때문에 수명이 연장된 것이라는 사실이 1997년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 의하여 해명되었다. 또 하나의 장수 선충주 클록-1(clk-1) 이 같은 해 캐나다 맥길 대학 연구팀에 의해서 발견되었는데 이 클록-1 선충주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선충보다 한배반 (즉 30일)을 생존할 수가 있다. 최근에 다프2 선충과 클록1 선충의 교배하는 실험을 하였던 바 이들 이중변이주 선충은 그 수명이 5배 즉 100일 가량 수명이 연장되었다. 이렇게 두 개의 수명유전자가 협동하여 수명연장을 크게 증가시키는 상승효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연구에 의해서 선충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단축시키는 유전자 변이주가 많이 발견하였고 수명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10개 이상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이들 유전자들을 구분하면 그 첫째는 세포내 시그널 전달계 유전자 변이 둘째는 미토콘드리아 전자 전달계 유전자의 변이 셋째는 활성산소 생산 시스템 또는 그 분해계 유전자의 변이체라 알려져 있다. 선충과 사람의 유전자 구조는 대단히 가까워서 적어도 그 유전자의 74%는 상동 유전자라 한다. 이 같이 유선충의 다프2나 클록1 유전자의 상동 유전자가 사람에서도 발견되어서 이들 장수유전자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http://bric.postech.ac.kr/biotrend/batong/article_detail.php?nNum=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