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개 세포 중 암세포 척척 검출
휘어지는 종이진단칩 등 다양한 진단칩의 세계
반도체칩은 실리콘 기판위에 미세한 전자회로를 집적한 것을 일컫는다. DNA칩은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위에 수많은 DNA를 집적시킨 칩을 말한다. DNA칩은 다양한 병의 원인, 이상 유전자를 찾는 용도 등의 의학적 용도로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90%이상에서 나타나는 p53이라는 단백질의 DNA염기서열을 기판위에 부착시키면 하나의 DNA칩이 완성된다. 어떤 사람이 암에 걸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DNA를 추출해 이 칩에 뿌리면 암에 걸린 환자는 혈액 속 p53 단백질 유전자가 DNA칩 상의 p53 DNA와 서로 결합한다.
DNA 염기를 구성하는 A, T, G, C 등이 각각 A와 T, G와 C가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원리를 응용했다. 결합의 여부는 샘플 DNA에 형광물질을 부착해 형광 스캐너를 통해 판독할 수 있다.
DNA칩 DNA 염기 상보적 결합, 단백질칩 항원-항체 결합 응용
단백질칩은 기판 위에 DNA 대신 단백질을 집적한 칩이다. 예를 들어 p53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기판 위에 올려 집적하면 하나의 단백질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환자의 혈액을 뿌려주면 암환자의 경우 혈액 속 단백질 가운데 암의 분자지표(p53단백질)가 포함돼 있어 칩 상의 항체와 결합하게 된다. 이런 원리로 암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단백질칩의 원리는 DNA칩과 동일하지만 항원, 항체 반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렇게 기판위에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의 DNA나 단백질을 집적해 빠른 속도로 다양한 검사를 하는 기술을 마이크로 어레이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마이크로 어레이 기술의 장점은 한 방울의 혈액 샘플로 매우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1994년 미국 애피메트릭스사가 처음 개발한 DNA칩 기술은 이후 다양한 응용분야로 발전했다.
마이크로유동성 칩, 혈액 속 10억 세포 가운데 암세포 검출
최근 개발된 환자의 혈액을 순환하고 있는 암세포를 잡아내 암인지의 여부를 판독하는 마이크로유동성 칩 기술은 이러한 칩 기술 응용의 한 예이다.
메사추세츠 의과대 연구팀은 혈액 속 10억 개의 세포 가운데 암세포인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암세포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마이크로유동성 칩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또한 암세포가 최초의 발생지에서 성장하고 전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세포 덩어리를 최초로 검출하는데도 성공했다.
암 조직은 전이하기에 앞서 혈관에 미량의 암세포를 뿌린다. 환자로부터 혈액 샘플을 채취해 이 적은 수의 암세포를 잡아낼 수 있다면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최적의 의학적 진단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의사들이 암 검사를 위해 환자들의 암 조직을 외과적으로 떼어내는 현재의 생검사 방법에 비해 시간과 환자의 고통을 경감해주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암 치료에 있어서 최근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맞춤형 치료 처방이다. 즉 의사는 환자가 어떤 암 징후를 나타내지 정확히 포착해 이에 따라 맞춤형 약품을 처방하거나 어떤 항암치료에 환자의 암세포가 내성을 가질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유동성 칩은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이미 받은 바 있는 필터기반 기술을 적용했다. 필터기반 기술은 세포의 수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혈액 속에서 순환하고 있는 암 세포를 모니터하는 기술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병리학자들이 생검사를 통해 조직을 검사하는 것처럼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혈액 속의 미세 세포를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 중에 있다. 이러한 기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세포를 잡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세포를 잡아낼 수 있는 마이크로유동성 칩 기술을 이미 개발한 바 있다.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이 돌연변이가 일으키는 생체현상에 관여하는 치료제를 환자에게 처방할 경우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칩 속 소용돌이 구조, 항체-항원 반응 높여
연구팀은 기존의 마이크로유동성 칩보다 보다 많은 세포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을 개발했다. 청어가시 무늬로 디자인한 칩의 내부는 칩을 통과하는 혈액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 소용돌이가 칩의 내부에 달라붙은 항체와 혈액 속 세포의 접촉을 보다 많이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칩 내부의 항체는 특별한 암의 표지인자를 특이적으로 인식해 달라붙는 역할을 한다. 즉 소용돌이로 항체와 암세포 표지인자의 접촉을 최대한 늘려 보다 많은 암세포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국립과학원회보, PNAS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최대 14까지 혈액 속에서 순환하는 암세포 무리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까지 다른 어떤 기술로는 검출된 바가 없는 신기술이다. 이들 암세포 무리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연구를 주도한 토너 박사는 “이들 세포 덩어리가 암의 전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암세포 덩어리가 혈액을 순환하면서 또 다른 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를 주도한 토너 박사는 “새로운 칩은 비싸지 않으며 공장에서도 쉽게 제조할 수 있다”며 “향후 2년 이내에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서지역 환자들이 비싼 병원에서 의료 검사를 받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도서지역 소규모의 병원에는 효율이 뛰어난 검사장비가 부재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휴대가 용이하면서 값싼 진단용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LED 집적 종이 진단 칩, 값싸고 휴대 용이
일리노이대와 벤처기업 다이그노스틱포올, MC10 공동연구팀은 종이 한 장에 추가적인 비용없이 질병을 진단을 하는 있는 종이 진단용 칩을 최근 개발했다. 다이그노스틱포올 유나 라이언 CEO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도서지역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장비를 걸어서 또는 오토바이로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 진단 칩의 기본 아이디어는 우표 크기의 종이에 오줌이나 혈액 한방울을 흘리면 이 것이 종이에 집적된 화화물질과 반응은 하게 만들어 진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혈액 샘플과 화학물질의 반응이 일어나면 파랑색, 노란색, 녹색 등의 색깔 변화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병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종이 진단 칩의 원리에 LED 어레이 기술을 접목했다. 즉 빛 센서, 트랜지스터, 마이크로 LED를 종이 표면에 집적해 질병에 따라 빛 센서가 감지를 하고 이를 LED를 통해 검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빌 게이츠 재단 후원으로 에이즈 바이러스 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진단 칩을 개발 중에 있다.
종이 진단 칩은 싸고 무겁지 않으며 테스트 후 간단히 불태워버리면 뒤처리가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 우표 크기 정도의 종이 진단 칩은 혈액이나 타액이 종이의 화학물질과 접촉하면 반응을 통해 LED 색깔이 변함으로써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에이즈 환자에게 잘못된 약을 처방할 경우 증가되는 간 효소 등은 종이 진단 칩을 통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이 색깔의 변화는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지 아닌지와 같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휘어지는 종이 진단 칩, 얇은 동력원 개발 다음 과제
종이 진단 칩은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구부러지는 전기소자에 사용되는 반도체 물질보다 더 적은 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 전자소자에 비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구팀은 휘어지는 진단칩을 개발 중에 있다. 휘어지는 버전 연구는 존 로저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 교수가 연구 중에 있다.
로저 교수 연구팀는 반도체 와이퍼 표면에 얇은 다수의 레이어를 만드는 방법으로 같은 양의 재료로 사용해 보다 많은 생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로저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 머터리얼스, Nature Materials’ 최신호에 휘어지는 전자소자를 응용한 몇 가지 연구의 초기버전을 게재했다.
종이 위에 집적하는 LED 어레이 기술 및 빛 검출 기술을 의학적으로 응용한 연구가 바로 그러한 연구결과의 하나이다. 로저 박사는 “LED 어레이, 빛 검출 시스템을 이용한 신기술은 향후 다양한 의료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이 병의원에서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서 남은 과제는 진단 칩을 구동할 동력의 문제이다. 다행인 점은 이 진단 칩은 단지 몇 분만 돌릴 동력이면 충분하다는 점이다. MC10 루즈 가파리 CEO는 “다음 단계의 연구는 얇은 필름 배터리에 대한 연구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2010.10.26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45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