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일IT템] 곰팡이가 수컷 집파리를 변태로 만들었다

산포로 2022. 7. 18. 09:09

[1일IT템] 곰팡이가 수컷 집파리를 변태로 만들었다

 
병원성 곰팡이 '엔토모프토라 무스카에'
감염된 암컷을 높은 곳에서 죽게 만든 뒤
수컷 유혹하는 물질 분비해 시체와 짝짓기
포자가 공기중에 퍼지면서 수컷까지 감염
 
수컷 집파리가 바셀린으로 고정한 암컷 집파리 시체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암컷 시체 배쪽의 하얗게 보이는 것들이 곰팡이 포자로 수컷이 짝짓기를 하면서 공중으로 퍼지고 수컷에게도 옮겨 붙어 감염시킨다. 필리포 카스텔루치 제공
 
[파이낸셜뉴스] 특이한 곰팡이가 수컷 집파리를 변태로 만들어 생존한다는 사실을 해외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 곰팡이는 우선 암컷 집파리 몸 속에 들어가 온몸에 퍼지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한 뒤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암컷 파리가 죽은 뒤 수컷을 유혹하는 물질을 계속 분비해 찍짓기를 유도한다.

수컷 파리가 이 물질의 유혹에 넘어가 죽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면 암컷 몸 속에 있던 곰팡이가 수컷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공중으로 퍼지면서 또 다른 숙주를 만나 생존한다. 이 병원성 곰팡이가 바로 '엔토모프토라 무스카에(entomophthora muscae)'.

이 진균이 향후 효과적인 파리 퇴치제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환경·식물 과학부 헨리크 H. 드 파인 리히트 교수는 "죽은 파리 대신 이 곰팡이 향으로 수컷 집파리를 유인하는 생물학적 해충 방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코펜하겐 대학과 스웨덴 알나프 농업 과학대 연구진이 지난 16일(한국시간)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미생물생태학회(ISME) 저널'에 발표했다.

리히트 교수는 "이 화학 물질은 수컷 집파리를 현혹시키는 페로몬으로 작용해 죽은 암컷 집파리와 짝짓기를 하도록 엄청난 충동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엔토모프토라 무스카에(entomophthora muscae)'는 치명적인 포자로 일반적인 집파리를 감염시켜 생존하는 병원성 곰팡이다. 이 곰팡이는 생존을 위한 매우 독특한 전술을 가지고 있다. 수컷 집파리를 죽은 암컷 집파리 시체로 '유혹'해 변태로 만들어버린다.
 
리히트 교수는 "고도의 전략을 펼치는 이 진균은 진정한 조작의 대가이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라고 말했다.
 
집파리. 게티이미지 제공
 
일단, 이 곰팡이는 숙주가 된 암컷 집파리 안에서 천천히 퍼지게 된다. 이후 6일간 집파리의 신경계를 장악해 나무나 벽 등 가장 높은 지점으로 몰아넣고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암컷이 죽으면 몸 밖으로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s)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만든다.

수컷이 죽은 암컷과 짝짓기할 때 곰팡이 포자가 수컷에게 뿌려지고, 그 후 수컷도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이 곰팡이는 새로운 희생자에게 포자를 퍼뜨리고 생존을 이어간다.

이 곰팡이는 약 7일간 파리의 몸을 분해하는 특별한 효소를 분비한다. 또한 자연의 움직임 중 가장 빠른 속도인 초당 10미터의 속도로 곰팡이의 포자가 퍼져 나간다.

연구진은 파리의 행동을 추적함으로써 죽은 암컷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실험 결과, 수컷 파리 중 73%가 진균 감염으로 죽은지 25~30일된 암컷 시체와 짝짓기 했다. 반면 15%만이 죽은지 3~8시간된 암컷 시체와 짝짓기 했다.

리히트 교수는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곰팡이 포자 수가 증가해 매혹적인 향기를 더 많이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