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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미래를 약속했던 그때 그 연구들

산포로 2011. 1. 31. 11:32

건강한 미래를 약속했던 그때 그 연구들 (상)

[파퓰러사이언스 공동] 획기적 의학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의학계에서는 여러 혁신적 연구 성과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다양한 난치·불치병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줬다.

이런 연구들 중 몇몇은 어느새 현실 속으로 한걸음 다가서 있지만 많은 수는 아직도 먼 미래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큰 기대를 했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입장에선 실망의 크기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이들도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파퓰러 사이언스에 소개됐던 획기적 의학 연구들의 현주소를 되짚어봤다. 그때 그 연구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고통 없는 초소형 주사바늘

주사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은 어린이와 성인 모두 싫어 마지않는 경험이다. 하지만 링거라도 맞을 때면 혈관을 찾는 바늘의 공격을 수차례나 감수해야 한다.

과연 언제까지 이처럼 불친절한(?) 주사기에 시달려야만 하는 걸까.

지난 2004년 3월 파퓰러사이언스에는 ‘마이크로 니들’이라는 초소형 주사바늘이 소개됐다. 미국 조지아텍 조지아기술연구소의 마크 프라우스니츠 박사팀이 개발한 이 바늘은 실리콘, 금속, 유리 등으로 제작됐으며 일반 피하 주사침보다 500배나 작은 것이 특징이다.

부드럽게 피부를 찌르는 마이크로 니들은 인슐린처럼 서서히 방출되는 약물을 투여하는데 특히 적합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당시 이 바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지 못한 상태였다.

7년여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 최근 병원에 가봤다면 알겠지만 아직도 이 바늘은 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크로 니들은 진화를 거듭해 작년 7월 피부에 붙이는 주사기로 재탄생했다. 연구팀은 약 650㎛ 길이의 미세 바늘 100개를 소형 기판 위에 촘촘히 박아 패치 형태로 만들었으며 이를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약제가 체내로 흡수된다.

쥐 실험에서 이 패치를 피부에 붙이고 5~15분 후 경과를 측정한 결과, 정확한 용량의 약물이 전달된 것이 확인됐다.

또 인체를 대상으로 약물을 주입하지 않은 채 통증인지실험을 실시했는데 기존 바늘형 주사기에 비해 통증이 5~10%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패치가 정식 출시되면 전문적 의료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도 약국에서 파스를 사 붙이듯 주사제를 처방받아 스스로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수시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고통 경감은 물론 편의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프라우스니츠 박사는 임상시험을 거쳐 이르면 5년 내 마이크로 니들 패치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약물전달시스템

눈부신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아직 인류 최대의 적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600만 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암 치료법인 화학치료는 암세포와 함께 주변의 정상세포까지 사멸시켜 심대한 부작용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지난 2006년 8월호 파퓰러사이언스에는 이런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나와 있다. 오직 암세포만 찾아 정확히 공격하는 MIT 로버트 랭거 교수팀의 ‘나노셀’이 그 주인공. 연구팀에 따르면 나노셀의 내부에 극소량의 항암물질을 넣어 체내에 주입하면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내 사멸시킨다.

나노셀에 암 조직 고유의 단백질과 반응하는 앱테이머라는 미세분자를 결합, 암세포에만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당시 랭거 교수는 나노셀을 활용, 쥐의 전립선암을 제거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동물연구와 임상시험 기간을 감안, 오는 2014년경 상용화를 예상했다.

이 연구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최종 독성실험을 성공리에 마쳤으며 지난해에는 25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제1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1상에 이어 2상, 3상까지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014년 상용화가 가능하다.

한편 랭거 교수팀은 지난해에 나노셀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적용, 동맥경화로 손상된 동맥의 벽을 치료하는 직경 60㎛의 나노분자 ‘나노버’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인체에 투입하면 손상된 동맥에 달라붙은 뒤 치료물질을 방출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맥경화를 앓는 쥐의 꼬리 정맥에 나노버를 주입하자 손상된 경동맥을 정확히 찾아가 치료제인 파클리탁셀을 성공적으로 방출했다. 파클리탁셀은 항암제로도 쓰이기 때문에 나노버는 심장질환과 암치료에 모두 활용 가능한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춘기 호르몬 불임 치료제

전 세계 부부의 10% 이상이 불임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활발한 연구가 무색하게 아직 우리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결정적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와 관련 파퓰러사이언스 2007년 4월호에 사춘기 남녀에게서 분비되는 키스펩틴이라는 호르몬이 불임 치료에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연구를 주관한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의 월지트 딜로 박사는 “KiSS-1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키스펩틴이 배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체형성호르몬(LH)의 분비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량의 키스펩틴을 건강한 여성에게 주사하자 LH의 순환 농도가 증가했다”며 “이는 키스펩틴이 성호르몬 분비가 적은 여성의 생식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향후 불임 여성을 대상으로 효과를 시험해볼 가치가 높다는 것. 지난 2009년 3월 딜로 박사팀은 마침내 불임 여성에 대한 키스펩틴의 영향을 측정해냈다. 총 10명의 불임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키스펩틴 호르몬을 주사하고 다른 그룹에는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결과, 키스펩틴 투여군이 대조군에 비해 LH 수치는 48배,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는 16배나 높았다.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이 된 여성의 불임 치료에 키스펩틴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딜로 박사는 한 외신을 통해 “키스펩틴이 모든 불임 여성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생식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불임을 겪는 여성의 경우에는 치료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딜로 박사팀은 더 많은 수의 불임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제공: 파퓰러사이언스 | 2011년 01월 31일(월)

글: 박소란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저작권자 2011.01.31 ⓒ ScienceTimes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47922

 

* 건강한 미래를 약속했던 그때 그 연구들 (하)

[파퓰러사이언스 공동] 혈액형 전환 장치 등

수혈의 가장 기본은 환자의 혈액형과 수혈하는 혈액형이 동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O형의 경우 A형, B형, AB형 모두에게 수혈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른 혈액형의 피를 O형으로 바꿀 수 있다면 특정 혈액형을 구해야하는 불편이 없어 수술 등의 치료가 훨씬 원활해지지 않을까.

이 같은 상상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기기가 파퓰러사이언스 2007년 7월호에 소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생명공학기업 자임퀘스트가 개발한 ‘혈액전환장치’다. 식기세척기 크기의 이 장치는 A형과 B형 혈액을 O형으로 변환해준다.

사용자는 그저 시작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90분 만에 약 8팩 분량의 혈액이 O형으로 전환된다. 이 장치의 비밀은 두 개의 효소에 있다. 박테리아의 일종인 ‘엘리자베트킹기아 메닝고셉티쿰’과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에서 추출된 효소로서 이들은 각각 A형과 B형 혈액에서 항원을 제거해 O형을 만들어준다.

혈액형 전환 장치

당시 자임퀘스트는 두 효소가 혈구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혈액 내의 모든 세포를 O형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극소량의 혈액세포라도 원래의 혈액형으로 남아 있다면 치명적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환된 O형 혈액의 인체 안전성 역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후 자임퀘스트는 지난 2009년 B형 혈액을 O형으로 완벽히 전환, 인체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상 1, 2 단계를 거쳐 증명했다. 현재는 A형 혈액에서 전환된 O형 혈액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임상시험을 마치고 기기의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병원측 실수로 다른 혈액형을 수혈받는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확률은 약 1만2천분의 1로 매우 드물지만 분명 존재한다. 또한 이는 혈액이 부족해 수혈을 받지 못할 확률보다 높은 수치다.

자폐증 치료제

우리 주변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만 자폐증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은 너무도 더딘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8월호에 실린 미국 시나몬의과대 제니퍼 바츠 교수팀의 말을 빌리면 걱정을 잠시 접어도 좋을 듯하다.

기사에서 바츠 교수는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을 흡입하면 자폐증 증상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옥시토신은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에게 풍부하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차단하며 반복적이고 편집증적인 행동을 취하는 자폐증 환자들의 혈액 내 옥시토신 수치는 극히 낮다. 바츠 교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자폐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할 경우 기존의 정신요법이나 행동교정 등의 치료법보다 효과가 뛰어나며 어떤 부작용이나 중독성이 없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거쳐 그 결과를 2년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9월 바츠 교수는 이 약속을 지켰다. 27명의 성인 남성을 모집해 실험군에는 옥시토신, 대조군에는 가짜 약을 주고 타인의 생각을 읽는 공감능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한 것.

그 결과 원래부터 적극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은 옥시토신 투여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과제를 잘 수행했던 반면 사회성이 부족한 피실험자들은 옥시토신 투여 시 공감능력이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를 놓고 옥시토신은 평범한 사람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자폐증 환자 등에게는 사회적 인지능력 향상 효과를 발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바츠 교수팀은 옥시토신의 새로운 기능에 대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마비 환자 재활 돕는 전극

머지않아 신체 마비 환자들도 자유자재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지난 2009년 11월호에는 이런 미래를 구현하기 위한 미국 유타대 브레들리 그레거 박사 연구팀의 활동이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16개의 마이크로 전극을 내장, 뇌의 정밀한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뇌의 피질 표면에 부착하면 뉴런들 사이를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감지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레거 박사는 이러한 뉴런 간의 전기신호를 해석할 경우 뇌졸중 등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전신 마비 환자와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레거 박사는 또한 전기신호를 지령으로 삼아 로봇의 수 등을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사지 마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1년여가 지난 탓에 이 연구는 아직 기대만큼의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장치를 활용, 간질 환자가 생각하는 몇몇 단어를 알아내는 실험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언어능력과 밀접한 뇌 부위에 전기신호 감지장치를 부착하고 환자로 하여금 ‘네’, ‘아니오’ ‘배고파요’, ‘목말라요’와 같은 기본적 단어 10개를 소리 내어 읽게 한 뒤 각 단어를 말할 때의 뇌 신호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컴퓨터는 환자가 말을 하지 않고 오직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한 단어를 28~48%의 정확도로 맞췄다.

‘네’와 ‘아니오’에 대한 정확도는 무려 90%에 달했다. 현재 연구팀은 더욱 많은 단어에서 더욱 높은 정확도를 이끌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장치가 상용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 실생활에 도입된다면 마비 환자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희망적인 뉴스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휴대용 의료영상기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후진국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기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호에 실린 ‘셀 스코프’도 그중 하나다. 미국 버클리대의 댄 플레처 교수팀이 개발한 셀 스코프는 휴대폰에 현미경을 장착한 형태의 극히 단순한 설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미경은 최고 50배율까지 사물의 확대가 가능하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혈액샘플은 물론 피부 속의 말라리아 기생충까지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셀 스코프로 촬영한 사진은 정밀진단을 위해 멀리 떨어진 의료연구소에 보낼 수도 있다. 촬영과 진단에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질병진단의 신속성이 배가될수록 치료시기를 놓칠 확률도 줄어들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당시 연구팀은 콩고에서의 필드테스트를 실시한 뒤 이 기기가 의료시설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수 렌즈로 보다 더 작은 셀 스코프의 개발에 나서는 한편 상용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지금쯤 셀 스코프는 출시됐을까. 연구팀은 콩고에 더해 케냐, 우간다, 인도 등지에서 추가 필드테스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셀 스코프에 적용된 기술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인만큼 상용화에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제공: 파퓰러사이언스 |

글: 박소란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저작권자 2011.0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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