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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0년 한반도는 아열대 지역”

산포로 2011. 2. 25. 09:42

“2090년 한반도는 아열대 지역”

농작물, 해산물, 산림 보존 위한 기후모델 연구

대한민국 녹색기술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20년대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았던 물고기는 참조기였다. 이어 많이 잡은 물고기는 명태, 고등어, 정어리, 멸치 순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고 있는 물고기는 ‘강달이’다.

강달이는 몸길이가 13cm 정도에 눈이 크고 등 쪽이 밋밋하게 생긴 민어과 바닷물고기다. 강달이 다음으로는 오징어, 갈치, 고등어, 멸치 순으로 많은 어획량을 기록했다.

한반도 어장에 참조기와 명태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 자리를 강달이 오징어, 갈치 등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바닷물 온도변화 때문이다.

명태는 지금 한반도 연안서 멸종위기

국립수산과학원 한인성 박사는 지난 10~12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 녹색기술포럼’에 참석, 지난 1987년 이후 강달이,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온상승으로 인해 어종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반면 한류성 어종은 1980년대 이후 계속 낮은 어획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명태의 경우 어획량이 급감했다. 냉수성 어종인 명태의 어획량은 1998년 5천438t, 1999년 1천329t, 2000년 977t, 2002년 312t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2007년 이후에는 연간 1t 정도에 불과해 한반도 근해에서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조개류, 해조류 등 동·식물 전반에 걸쳐 생식주기를 바꾸어놓고 있다. 또한 연근해에서 최근 수년간 마비성 패류독소 발생 시기를 앞당기고 있으며, 백화현상까지 발생해 연안 저층의 해양 황폐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 박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어장환경의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장·단기 해양관측 시스템을 가동해 각 분야에 걸쳐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온난화로 인한 어장 변화에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현재 만들고 있는 어장환경 예측시스템은 한국형 기후모델에 한반도 주변 해양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모델, 한반도 주변해역의 생태계 변동 모델 등을 종합한 것이다. 한 박사는 “이 모델을 통해 연안 및 갯벌 어장을 보호하고, 유독성 어종으로부터의 어업 피해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손지영 연구사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식량, 원예작물의 북상, 병충해 발생지역의 확대, 아열대 작물의 도입 등 한반도 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벼 줄무늬잎라름병의 발생지역이 북상해 그 피해지역이 1만4천137ha에 달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벼 생산량 급감 예상

손 연구사는 “지금처럼 기온이 상승할 경우 생육기간이 단축되고 고온 등숙(登熟, ripeness), 고온 장해 등으로 벼 수량 및 품질이 저하되며 벼 생산량은 최소 3%, 최대 25%까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벼의 등숙기에 일평균 기온이 섭씨 27도 이상이 되면 미숙립(immature grain, 未熟粒)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고사하고 있는 전북 무주의 잣나무 숲. (자료 국립산림과학원) 
손 연구사는 “미래 식량자원의 안정적 생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벼 수량 및 품질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적응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이를 위해 온도 및 이산화탄소 량 변화, 등숙기 고온에 따른 벼 수량 및 품질 변화를 연구 중이다.

일품벼를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변화를 연구한 결과 등숙율이 80.5~84.2%에 머물렀고, 완전미율은 53.5~63.8%에 불과했다. 손 연구사는 “현재 일품벼 외에 동안벼, 오대벼, YR 계통 벼 전반에 걸쳐 실험을 진행 중에 있으며, 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 김석권 박사는 “온난화가 한반도 산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전국 72개 기상대 관측자료를 통해 국내 상록침엽수림의 지난 10년 간 생육동태를 모사하고 있으며, 최근 소나무림 고사현상에 대한 기후연관성을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동 중인 시뮬레이션은 전국을 10km 간격으로 격자화한 것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상록침엽수림의 변화사항을 24시간 발표하고 있는 기상자료와 연계해 수집하고 있다.

한 박사는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밀양, 장수 지역의 상록침엽수림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봄까지 생육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으며, 특히 밀양의 경우 2005년 이후 매년 일시적 생육장애를 받아온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아열대성 질병 옮기는 흰줄숲모기 늘어나

온난화의 영향은 한라산 고산지대 등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쇠퇴는 온난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광릉 숲의 졸참나무와 서어나무 역시 기온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다.

한 박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A2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오는 2090년에는 한반도 중부이남 지역이 아열대화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속히 과학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 이근화 교수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험 대응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지고,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병, 뎅기열 등의 새로운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 제주공항, 서귀포항 부근, 보목동 숲 지역 등에서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영·호남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제주도에서는 해외에서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감염성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는 질병에 대한 원인 규명 및 대응을 위해 전국적인 규모의 체계적인 조사, 감시, 경보, 예방, 연구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2.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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