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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浪仙紀行 삼각산~와이프와 함께]08년 9월 15일

산포로 2008. 9. 16. 17:23

낭선은 지금까지 살면서 미나엄마를 산행에 동반해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자신이 먼저 산을 가자 합니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입니다. 하여튼 낭선은 속으로 바라던 바 고마웠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삼각산으로 항했습니다. 벌써 산입구에는 예쁜 코스모스가 만발했네요.

가을이 성큼 느껴집니다.

 


 

조선일보 애송시에 올려진 문정희시인의 <남편>이라는 시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남편에 대한 시인데요 너무나  좋아 전문을 올립니다.

이에 제목을 <아내>로, 남자를 <여자>로 바꿔 읽어 봐도 무척이나 절감합니다.

 

                                                                                      <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일러스트=클로이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얼마 전 종영됐습니다. 드라마에서 탤런트 김혜자씨의 가출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 '아내, 또는 엄마의 가출'을 미리 말한 시가 있었습니다. 문정희 시인(61)의 시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공항에서 쓸 편지〉)라는 작품입니다. 시는 '(…)/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테니까요'라고 끝을 맺습니다.

현재 가장 절실한 삶의 문제가 시가 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문정희 시인은 위의 시 〈남편〉에서처럼 사랑하여 함께 살기로 한 결혼이라는 제도가, 혹은 남편의 존재가 중년 이후 어떻게 변화를 겪으며 성숙해가는지 솔직하고 과감한 언어로 꽃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문정희의 사랑시는 독특합니다. 모두가 아는 연애시의 범주를 깨고 중·장년의 사랑의 서글픔 내지 깊이를 단도직입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냄새는/ 내가 최초로 입술을 가진 신이 되어/ 당신의 입술과 만날 때/ 하늘과 땅 사이로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냄새'(〈당신의 냄새〉)라는 절창이나,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응"〉)이란 발견에는 서늘한 에로스가 아득하다.'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가 바로 남편이라고 했을 때, 그 '전쟁'에 동원된 살림살이의 오합지졸들을 상상해봅니다. 슬픕니다. 허나 그것이 바로 우리네 사랑의 진풍경 아닌가.

이 시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출판되어 주목 받고 있는 문 시인의 영역 시선집 《우먼 온 더 테라스》에 실렸고, 미국 평단으로부터 '펄펄 살아있는 한국 현대 시'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입력 : 2008.10.03 06:37

 

 

미나엄만 산에 마음먹고 다니면 몸이 가벼워 잘 다니겠는데 지금까지 엄두를 내질 않네요. 산이 익숙칠 않으니 당연합니다.

 

산도 자주 다녀야 친해집니다.

 

바쁘다 피곤하다 핑계 대지 말고 우리 모두 자신의 건강을 위한 Well-being 차원에서 힘들지만 다녀보도록 하시죠.

앞으로 가능한 열심히 노력해 미나엄마를 잘 모시고 다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