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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浪仙紀行 가평 보납산~물안산 종주산행]09년 7월18일

산포로 2009. 7. 20. 08:54

[浪仙紀行 가평 보납산~물안산 종주산행]09년 7월18일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입니다.

산과 계곡엔 물이 넘쳐 곳곳에 사고를 치네요.

적운과 함께 가평에서 오랜만에 만나 안전한 부근 산을 오르기로 합니다.

이곳은 북한강을 낀 산들이기에 풍광이 무척 좋지요.

오늘도 비는 줄기차게 오지만 아름답습니다.

 

적운과 함께 빗속에서 다정하게 술한잔 하면서 더불어 좋은 옛시 한수를 올립니다.

 

醉吟(취음)                           취하여 읊다

 

醉揷茱萸獨自娛(취삽수유독자오) 술에 취해 수유 꽂고 홀로 즐기다가

滿山明月枕空壺(만산명월침공호) 달빛 가득한 산에 빈 술병 베고 누웠네.

芳人莫問何爲者(방인막문하위자) 사람들이여, 무엇 하는 놈인가 묻지 마소

白首風塵典艦奴(백수풍진전함노) 풍진 세월에 늙어버린 전함사 관청의 종이라오.

 

9월 9일 중양절, 하루의 귀한 휴가를 얻게 되자 산에 올라 홀로 술을 마십니다.

당시 중양절 풍속에 따라 머리에 산수유 꽃을 꺽고 한잔두잔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달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빈 산, 달빛 아래 빈 술병을 베개 삼아 누워 봅니다. 달빛 휘영청한 산에 취해 혼자 누워 있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누가 있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볼 리 없건만, 오늘만은 자기가 누구인지 새삼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위 시 醉吟(취음)은 조선 중기 때의 시인, 白大鵬(백대붕,?~1592)의 시입니다. 시인은 천인의 신분으로 시를 잘 지어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순변사 이일을 따라 상주에서 싸우다 죽었습니다. 천인의 신분으로 시를 잘 지었던 유희경과 함께 “유백(劉白)으로 일컬어졌습니다.

전함사(典艦司, 함선의 일을 맡아 보던 관청)의 노비인 자신의 신분을 말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은 하루입니다. 통한의 한평생을 살아오며 마음으로 삭이고 누른 한이 얼마나 깊고 질겼으랴. 그러니 중양절 마시는 술은 호쾌한 음주가 아니라 자조 가득한 폭음일수 밖에,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술이 아니라, 홀로 마시는 서글픈 술인 것입니다.

 

수고많은 적운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멀리 월두봉 뒤로 삼악산이 보이네요. 

 

 

 

 

 

명지산에서 시작하는 가평천입니다. 

 

 

 

 

 

 

 

 

 

 

영지버섯이 빗속에서 꿋꿋하게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