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021] 신축년 주목할 과학계 이슈
전 세계 과학계 공유·개방 가속화 전망
코로나 백신 개발 등 감염병 전쟁 지속
기후변화 대응, 우주 개척 가속화 될 듯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쟁에서 2021년은 인류가 반격에 나선 한해로 기록될 수 있을까. 지난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온라인에서 바이러스 게놈 정보를 공유하고 백신 개발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출현부터 백신 개발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1년. 앞서 인간에게 사용 승인된 가장 빠른 백신은 볼거리(mumps) 백신으로 개발에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1년 만에 mRNA(Messenger RNA) 백신뿐만 아니라 DNA 백신과 합성항원백신, 전달체 백신 등이 개발 중이다.
올해 전 세계 과학계 이슈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신종 감염병 분야 기초 핵심 원천 연구를 위해 IBS(기초과학연구원) 산하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 연구소에선 중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설립으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백신 개발에 축적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21년 과학계 주목할 이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포함해 코로나19 발병지를 찾는 연구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우주 개척을 위한 전 세계 동향(유럽, 중국, UAE), 과학자들의 공유·개방 '오픈 액세스' 가속화 등도 주목할 이슈로 선정했다. 국내에선 연초부터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관장이 줄줄이 선임될 예정이며 한국 과학계 인재 싱크탱크인 KAIST가 개교 50주년이 된다.
◆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속
신년에도 전 세계 과학·산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접종이 시작된 백신은 화이자(Pfizer)-바이오앤테크(BioNTech)와 모더나(Moderna)가 개발하는 mRNA(Messenger RNA) 백신. mRNA는 유전자를 통해 몸속에서 '가짜 항원'을 만들어 '진짜 항체'를 만드는 원리다. mRNA 백신은 인체 세포에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정보를 제공한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생성되면 질병은 유발하지 않지만 인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밖에도 DNA 백신과 합성항원백신, 전달체 백신 등도 개발 중이다. 네이처(Nature)는 2021년 과학계 이슈를 점치며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Novavax)와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이 개발하는 백신의 임상 결과도 관심을 끈다고 분석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로 만든 백신으로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에 비해 제조와 보관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영국 가디언(Guardian) 등 외신은 지난 3일(현지시각) 영국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도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영국 규제당국이 백신을 사용 승인하고 곧바로 승인 허가를 냈다. 인도는 앞으로 첫 단계에서 3억명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으며 며칠 안에 백신 분배가 시작될 전망이다.
◆ 코로나19 발병 기원을 찾아서···
올해는 코로나19 발병 기원을 찾는 과학계 연구도 시작될 전망이다. 네이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한 태스크포스는 올해 1월 코로나19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라며 "이 그룹은 2019년 코로나19 감염이 처음 확인된 중국 우한에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 태스크포스에는 전염병학자, 바이러스학자, 공공·동물 보건 연구자 등이 포함됐다.
네이처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는 중국 화난(Huanan) 시장에서 판매되는 육류와 동물을 살펴보고 중국과 국경을 넘어 근원을 찾을 것"이라면서 "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발견하는 것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몇몇 새로운 정보가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공유·개방' 오픈 액세스 가속화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개발 속도가 이처럼 빠를 수 있었던 배경을 '오픈 액세스'로 봤다. 이 매체는 '백신은 어떻게 빠르게 만들어졌나'(How were the vaccines made so fast)라는 기사에서 "과학자들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례가 있기 전부터 그들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며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바이러스 게놈을 템플릿으로 활용하면서, mRNA 백신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도 2021년 주목할 과학계 이슈로 오픈 액세스를 꼽았다. 네이처는 "빌&멀린다게이츠재단 등 20개 이상 단체들은 1월부터 자신들이 후원하는 연구로 출판된 학술 논문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 기후변화 전면 대응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시대의 과학은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2조 달러(약 2243조원)가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이처는 "2021년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중추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본다"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지구 온난화와 싸우기 위해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는 것을 포함한 명확한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과 중국도 2050~206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 로드맵은 과학기술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탄소중립 로드맵을 만들고 발전시켜달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 '지구는 좁다' 우주 개척 나선 국가들
네이처는 우주를 향한 개척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우주 과학에 대해 소개했다. 중국국가우주국(CNSA)은 지난해 7월 톈원 1호(Tianwen-1)에 착륙선과 로버(탐사차량)을 실어 화성에 보냈다. 톈원 1호는 오는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한 뒤 4월에 착륙선과 로버를 화성 표면에 내려놓을 계획이다. 톈원 궤도선은 화성 고도 265km에서 1만2000km 사이를 오가는 극타원궤도를 돌며 1년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UAE(아랍에미리트) 화성 궤도선 '아말'(희망)은 예정대로면 UAE 건국 50주년에 맞춰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할 전망이다. 아말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UAE는 미국, 러시아, 인도 등에 이어 화성 진입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7월 발사한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도 오는 2월 화성 표면에 내려앉을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산 우주 로켓 '누리호'를 오는 10월 발사할 예정이다. 누리호 길이는 47.2m로 아파트 15층 높이다. 중량은 200t이다. 발사체는 1~3단으로 구성된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1단에서 75t급 액체엔진 4기가 300t의 추력을 만들어 중량 200t을 들어 올리고, 이후 2단 75급 액체엔진 1기가 추력을 만들어 대기권을 뚫는다. 3단 7t급 액체엔진 1기는 추력이 낮지만 길게 연소해 정밀한 비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600~800km)에 도달해 1.5t급 실용위성을 펼쳐 다양한 우주 임무를 수행한다.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다. 지난 2013년 1월 발사된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발사체다. 현재 개발 중인 누리호는 나로호보다 길이는 14.2m 길고, 중량은 60t 무겁다. 발사체의 핵심인 탑재 중량은 15배 늘었고, 투입 고도도 2배 이상 늘어나 기술 난이도가 높다.
◆ 연구현장 기관장 선임 이슈
국내 과학계에선 연초부터 주요 기관장 선임이 예정돼 있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25개를 관할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부터 KAIST 총장 선임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관장 인선도 예정돼 있다.
한국 과학기술 인재 싱크탱크인 KAIST는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또 IBS 산하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설립돼 신종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기초·장기 연구 축적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기초연구 증대 기조에 따라 연구비는 지난해보다 2917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총 1조5312억원 규모다.
헬로디디 (hellodd.com) 김인한 기자 inhan.kim@HelloDD.com 입력 2021.01.0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