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5세 미만 영유아도 임상 중...코로나 치사율 낮은 아이들까지 맞아야 할까
이달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5~11세 어린이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해당 연령 어린이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해외에서 어린이 대상 접종 사례가 늘어나면 국내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약사의 임상결과와 정부의 권고, 일부 전문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백신 맞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 5세 이상 어린이들이 화이자 백신을 12세 이상의 3분의 1 수준인 10ug만큼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앞서 화이자는 5~11세 어린이 2268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0.7%였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현재 2~5세, 생후 6개월~2세 영유아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면 영유아 대상으로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사용승인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결과가 꽤 긍정적임에도 현지 학부모들은 아이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카이저가족재단이 5~11세 자녀를 둔 부모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이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겠다고 답한 사람은 27%(59명)에 그쳤다. 33%는 다른 아이들이 맞는 것을 먼저 지켜보겠다고 답했고 30%는 절대 맞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기준 미국 내 12~15세 청소년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비율이 47%에 그쳐, 5~11세 어린이 접종 비율은 훨씬 낮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일부터 12세 이상 청소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을 넓혔다. 아직까지 11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다른 나라에서 접종을 시행하는 상황, 국내외 연구결과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에서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율이 높아진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승인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학부모들도 어린이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대개 부정적이다. 11세 자녀를 키우는 이미선 씨는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고 중환자가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부모 등 주변 어른들이 백신을 다들 맞았으니 어린이가 전파하는 일은 적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지난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의 경우 4차대유행 이후 12세 미만 연령층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며, 19세 미만에서 중증화 비율은 1% 미만에 그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지난달 29일 미국소아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 코로나19 감염자가 입원할 위험은 0.1~2.0%, 사망 위험은 0.00~0.03%로 매우 낮았다.
9살, 7살 자녀를 둔 금미정 씨는 "아이들은 매년 맞는 독감 백신을 맞고도 갑자기 고열이 날 때가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된 지 얼마 안됐고 어린이 임상 사례도 매우 적어 맞히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12살, 10살, 7살, 3살 자녀를 둔 박나영 씨는 "내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때는 걱정이 안됐지만 어린 아이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니 부작용이 걱정된다"며 "내년에 먹는 치료제도 나온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 접종 후 이득이 더 커 VS 최소 1년 추적관찰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이들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며 옹호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과 조지타운대 오닐국립및세계보건법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5일 '미국의학회지(JAMA)'를 통해 어린이가 백신을 맞으면 본인의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고, 대면 수업 등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학업성취가 달라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이자가 5~11세에 대한 임상시험 당시 백신 접종자 1591명을 2.5주간 추적관찰했더니 주사 부위 통증이나 피로, 두통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은 대중이 우려하는 접종 부작용인 심근염이나 심낭염 위험이 어린이에게는 더욱 낮아진다고 봤다. 지난달 6일 이스라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16~29세 남성은 10만명 중 11명꼴로 심근염이 발생했는데, 연령이 낮아질수록 위험이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보다는 오히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집단감염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렇게 어린이들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옹호하지만 면역학자들은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사의 임상결과만 놓고 보면 백신 접종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어보여 실보다 득이 더 많아 보이지만, 성장기 어린이에게 백신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려면 성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소아 면역질환 대가인 오재원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라 FDA도 기존처럼 복잡한 절차 없이 백신 사용을 승인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면역학자나 의사들 입장에서는 어린이들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에 찬성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신약이나 새로 개발한 백신을 어린이에게 사용 승인하려면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골격계와 장기 등 온몸에서 성인보다 대사가 활발히 일어나는 성장기이므로 체내 어디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 후 바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수 주 후 나올 수도 있고, 그 증상이 백신 접종 때문인지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최소 1년~수 년은 추적관찰을 해봐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미국 머크앤컴퍼니(MSD)나 화이자에서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상용화를 기다리며 백신 접종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에 대해 오 교수는 "가령 독감에 걸려도 먹는 약인 타미플루가 있어 가볍게 지나갈 수 있고 치사율도 낮아진다"며 "이처럼 코로나19도 먹는 치료제가 나온다면 감염되더라도 경미하게 지나가니 (반드시 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아동, 영유아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승인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당장 어린이 대상으로 승인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 코로나19 대유행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주려면 장기적인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2021.11.09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