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혈액 속 암세포 DNA 콕 집어낸다...美·英서 대규모 연구 돌입

산포로 2022. 9. 16. 09:13

혈액 속 암세포 DNA 콕 집어낸다...美·英서 대규모 연구 돌입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여러 종류의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방점을 찍은 대규모 임상 연구가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착수된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 혈액 속 암 DNA 찾는 검사 결과 '고무적'...내년 대규모 확대

 

미국 생명공학기업 '그래일(Grail)'은 미국 내 50세 이상 성인 66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혈액 검사의 첫 결과를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그래일이 개발한 검사의 이름은 '갈레리 검사'로 혈액에 포함된 암 관련 DNA를 분석한다. 

 

6621명의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갈레리 검사에서 암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은 92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검사에서 19명은 유방·간·폐·결장 등 조직에서 고형암이 확인됐다. 특히 통상 말기에 발견돼 생존율이 낮은 난소암과 췌장암도 발견됐다. 


혈액암이 발견된 사례도 36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14명은 초기 단계로 확인됐고 정기 건강검진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례는 36명 중 26명으로 약 72%에 달했다. 그만큼 갈레리 검사의 유효성이 입증된 셈이다. 

 

이같은 결과가 공개되자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 검사를 잠재적인 ‘게임 체인저’라고 추켜세우며 2023년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갈레리 검사를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을 지난 11일(현지시간) 천명했다. 

 

뎁 슈래그 미국 뉴욕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선임 연구원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새로운 혈액 검사법의 흥미로운 점은 표준 검진방법이 없는 암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혈액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고 정밀 검사를 완료하는 데 일반적으로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나세르 투라비 영국 암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한 혈액 검사는 공상 과학 소설에 나오는 얘기였지만 현재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은 '캔서 문샷' 착착 실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백악관에서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최소 50% 이상 줄이겠다며 ‘캔서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은 혈액 샘플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사상 최대 규모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 2월 암 환자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캔서 문샷’의 일환이다. 최소 2만4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하는 ‘시범(파일럿) 연구’에만 7500만달러(약 1043억원)을 투입한다.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45~70세 성인 최대 3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역대급 규모의 장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장기 임상시험이 7~8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일럿 연구 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을 훌쩍 넘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일럿 연구에서도 그래일과 대장암 관련 분자진단 기업 ‘이그잭트사이언스’의 혈액 샘플을 이용한 암 진단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필립 캐슬(Philip Castle) 미국립암연구소(NCI) 암예방국장은 “2~3개 기업이 제공하는 진단 기술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파일럿 연구 이후 진행할 후속 연구는 30만명을 대상으로 약 7~8년간 진행하는 것으로, 그동안 미국에서 이뤄진 암 진단 관련 임상시험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2.09.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