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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뇌 장벽 붕괴의 병리적 중요성

산포로 2024. 3. 11. 09:40
혈관-뇌 장벽 붕괴의 병리적 중요성
 
김수영 영남대학교 약학대학 약학부  sooykim@yu.ac.kr

 

[서론]

고령화 사회에서 퇴행성 뇌질환의 유병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장기간의 약물 치료 및 신체 장애 동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사회적 부담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뇌질환 치료 표적의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는 꾸준히 지속되어왔으나,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임상적으로 효율이 높은 약물 치료법은 많지 않아 난치성 질환인 경우가 많다. 기존의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경향을 살펴보면, 주로 신경세포 자체의 퇴행 기전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교세포 (glial cells)를 비롯한 비신경세포 (non-neuronal cells)의 병리적 역할에 대하여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 실질 (brain parenchyma) 외부에 존재하는 세포의 병리적 역할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혈관-뇌 장벽 (Blood-brain barrier, BBB) 이라는 뇌 내 모세혈관의 구조적 특이성을 들 수 있다. 혈관-뇌 장벽은 뇌 내 미세혈관 내피세포에 발현된 연접 (tight junction) 단백질과 선택적 수송체 (transporter)로 구성되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리적, 화학적 ‘장벽’과 같은 작용을 하게 된다. 항상성 유지가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인 뇌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혈관-뇌장벽의 구조적, 기능적 무결성 (integrity)은 필수적이다. 실제로 많은 퇴행성 뇌질환에서 혈관-뇌장벽 붕괴가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 내 퇴행성 신경 병변에서 동반되는 염증 반응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최근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뇌 내 신경 퇴행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가 아닌, 발병 초기에 신경 병변의 초래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에서는 퇴행성 뇌질환 중 1) 치매 전 단계로서의 인지장애 (mild cognitive impairment) 그리고 2) 뇌전증 (epilepsy)에서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진단 또는 치료의 표적이 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론]

인지기능 저하 정도에 대하여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혈관-뇌장벽 투과도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AD)을 포함한 치매의 약 50%가 뇌 내 미세혈관 관련 질환과 연관이 있으며, 최근 많은 임상 연구들을 통하여 인지 기능 장애에 대한 혈관의 병리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AD 환자의 뇌에서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나타나며, 이는 AD의 주요 병리 표지자인 아밀로이드 베타 (Amyloid-β)와 타우 (Tau)에 의하여 유도된 뇌 내 미세혈관의 반응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은 혈관 내피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혈관-뇌 장벽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뇌 내 혈관 기능 이상 및 혈관-뇌장벽의 기능 저하가 AD의 발병 초기에도 발견 된다는 점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 역시 AD 발병 초기에 증가함을 고려한다면, 혈관-뇌장벽 붕괴와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 단백질의 병리적 연관성에 대해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2019년 Nature Medicine 에 출판된 Zlokovic 그룹의 연구 [1] 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하여 인지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혈관-뇌 장벽 투과도 및 뇌내 미세혈관 손상도를 측정하였다. 뇌 내 미세혈관 손상도 측정을 위하여 혈관-뇌장벽과 연계된 주위세포 (pericyte)의 표지자인 용해성 혈소판 유래 성장인자 수용체-β (sPDGFRβ)를 마커로서 사용하였다. 뇌 영역별 혈관-뇌장벽 투과도는 DCE-MRI 를 통하여 분석하고 이러한 지표들을 인지 장애 정도와 비교하였다. 초기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해마에서 뇌내 미세혈관의 손상과 혈관-뇌장벽의 붕괴를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같은 AD 조기 표지자의 양과는 무관하였다는 것이다 (그림). 이는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AD의 발병 초기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또한 같은 연구 그룹에서는 후속 연구로서, AD와의 유전적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Apolipoprotein E의 E4 variant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APOE4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개체간의 비교를 통하여 APOE4 의 혈관-뇌장벽 붕괴의 긴밀한 연관성을 제시하였다 [2]. APOE4는 원래 혈관-뇌 장벽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뇌 내 미세혈관 주의세포의 병변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왔으나, 해당 연구에서는 이러한 APOE4의 뇌 내 미세혈관에 대한 영향이 실제 인지 장애 유발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확인하였다. APOE4보유자는 혈관-뇌 장벽의 붕괴 면에서 확연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인지장애 정도에 따라 붕괴정도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인지장애가 없는 APOE4보유자의 경우도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발견되었고, 역시 이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와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1) 병증 초기에 나타나며, 2) AD의 주요 표지자인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와는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3) APOE4와 같은 유전적 위험인자의 경우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혈관-뇌장벽 보호를 통한 뇌전증 완화

뇌전증 (epilepsy)은 약 30%에서 약물 치료에 저항성 (pharmaco-resistance)을 보이며, 신경 퇴행을 동반한다. 혈관-뇌장벽의 붕괴와 뇌전증의 연관성은 많은 연구에서 제시되었으나, 이에 대한 기저 분자기전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최근 뇌전증의 치료 표적으로서 혈관-뇌 장벽을 이루는 연접 단백질 (tight junction protein)을 설정한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3]. 연접 단백질은 혈관-뇌장벽의 기능 유지를 위하여 중요하며, 특히 Claudin-5는 뇌 내 혈관 내피세포에 풍부하게 발현된다. 약물저항성 뇌전증 환자의 수술적으로 제거된 뇌 조직에서 Claudin-5의 발현양이 상당히 감소하였고 (그림), DCE-MRI를 통하여 실제 혈관-뇌 장벽의 붕괴 및 기능 이상을 함께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마우스 모델에서 claudin-5의 저하를 유도하였더니 뇌전증과 유사한 자발적인 경련의 반복적 발생 및 심한 신경 염증 증가 양상을 보였다. 이에 Claudin-5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RepSox (TGF-β 수용체 저해제) 처리한 결과 혈관-뇌 장벽의 붕괴가 안정화 되고 경련 감수성이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뇌내 TGF-β 수용체 매개 신호 전달 체계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점을 고려하면 [4], RepSox를 통한 뇌 내 혈관-뇌 장벽 의 안정화 및 치료효과는 뇌전증에서 혈관-뇌 장벽 붕괴의 병리적 역할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결론]

이러한 연구들은 퇴행성 뇌질환에서 혈관-뇌장벽의 병리적 중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질병의 조기 바이오마커 및 치료 표적으로서의 유용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뇌 내 혈관 조절을 통하여 뇌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혈관-뇌장벽의 붕괴가 어떠한 경로로 신경 병변 및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에 기여하는 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서로 다른 성격의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혈관-뇌 장벽의 붕괴가 어떻게 질병 특이적인 병증과 연계되는 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 1.Nation et al. 2019. Blood-brain barrier breakdown is an early biomarker of human cognitive dysfunction. Nat Med 25:270-276
  • 2.Montagne et al., 2020. APOE4 leads to blood-brain barrier dysfunction predicting cognitive decline. Nature 581:71-76.
  • 3.Greene et al. 2022. Microvascular stabilization via blood-brain barrier regulation prevents seizure activity. Nat Commun 13:2003
  • 4.Kim et al., 2017. TGF-β signaling is associated with changes in inflammatory gene expression and perineuronal net degradation around inhibitory neurons following various neurological insults. Sci Rep. 7:7711.

 

저자약력

  • 1998-2002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 2002-2004서울대학교 생물정보학 협동과정, 석사
  • 2005-2011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신경과학 박사
  • 2011-2016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박사후 연구원
  • 2016-2019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센터 연구위원
  • 2019-현재영남대학교 약학대학 부교수

 

KSMCB Webzine sooykim@yu.ac.kr 2024. 03.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