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드럭, 삶의 질 높이고 약값도 높였네
금연ㆍ조루 편하게 치료해 좋긴한데…
최근 제약사들이 약물을 개발할 때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환자의 `삶의 질`이다. 발기부전, 조루, 탈모 등과 같이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생활을 활기차게 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약물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의약품들을 소위 `해피 드럭(Happy Drug)`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약물들이 다양한 치료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또 하루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한 번으로 줄이거나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꾸는 등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질환을 관리케 하는 약물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약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은 부담이다.
◆ 금값 능가하는 조루치료제
= 한국얀센은 얼마 전 세계 최초로 개발된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 알약을 공개했다.
프릴리지 1팩(3정)은 6만1050원. 회사 측은 유럽의 절반가격 수준이라고 하지만 금값과 비교했을 때(중량으로 환산한 가격) 7~8배 이상을 호가하는 귀한 몸이다. 프릴리지는 조루증으로 진단받은 성인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임상연구 결과 프릴리지는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약 7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이나 수입 양주에서나 사용되는 위조 방지 방법과 유사한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약은 위조(짝퉁)에 대비해 위조방지 장치를 곳곳에 설치하고 양파껍질 벗기듯 여러 과정을 통해 포장을 풀 수 있다. 정제가 패키지와 한번 분리되면 패키지가 복원되지 않고 봉합용 실이 일단 뜯어지면 독특한 문양이 남도록 고안됐다.
◆ 속눈썹도 돈 들이면 크고 예뻐진다
= 보톡스로 유명한 한국엘러간은 속눈썹이 자라는 라티쎄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이 약은 속눈썹이 부족하거나 옅은 사람들의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고, 진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전문의약품이다. 이 약은 녹내장 치료제를 임상시험하다가 그 부작용 중 하나로 속눈썹이 자라는 것에 착안해 개발됐다.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하루에 한번 속눈썹 모근 위에 제품을 바르면 이용 후 8주째부터 눈썹이 길어지고 짙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효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발라야 하고 만약 사용을 중단할 경우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사용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비용은 4주에 10만~15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진화하는 골다공증 치료제, 가격도 쑥쑥
=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한 약물로는 골다공증치료제가 대표적이다. 과거 하루 2회 복용에서 지금은 월 1회, 연 1회 치료제 등이 잇달아 출시됐다. 심지어 뼈를 생성하는 약물도 등장했다. 노바티스의 골다공증치료제 `아클라스타`는 1년에 한 번 15분간의 정맥주사를 맞으면, 폐경 후 골다공증 환자에게서 3년 이상 모든 유형(엉덩이, 척추, 손목, 팔, 다리뼈 등)의 골절 발생률을 감소킨다.
하지만 이 약을 한번 주사 맞기 위해서는 대략 40만원이 필요하다. 진료비와 처방료를 더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중증 골다공증 치료제인 한국릴리의 `포스테오(성분명 테리파라타이드)`는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제들이 약해진 뼈가 더 이상 약해지지 않도록 뼈 강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뼈의 생성을 촉진시켜 골절을 예방하는 치료제다.
투여 초기부터 조골세포에 의한 골 형성 작용을 촉진해 골의 양을 증가시키는 한편, 골 재형성 과정 자체에 작용을 해 뼈의 자연적인 재형성과정을 도와준다. 이 약도 한 달에 6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진료비와 처방료는 별도다.
◆ 금연치료제=담배 100갑 가격
=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 때문에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할 수 있는 확률은 3%에 불과하다.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성공률이 15~20%에 그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는 금연을 위해 개발된 첫 비(非)니코틴성 약물로 기존의 니코틴 대체제와는 달리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되 부분적으로 활성화해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금연치료 보조제다. 회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성공률도 더 높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다소 비싸다. 챔픽스 12주 코스에 약값만 30만원 정도 든다.
치료제 가격만 최소 담배 100갑 정도이니 용돈을 모아 담배를 끊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또 챔픽스도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은 필수다.
[박기택 MK헬스 기자] 2009.10.20 15:25:46 입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544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