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원료물질 합성하는 만능촉매 개발
- IBS 연구진, 탄소양이온 합성 및 반응경로 조절하는 새로운 촉매 개발
-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 원료 합성 성공 … 부작용 줄인 신약 개발 기대
화학소재, 의약품, 플라스틱 등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유기화학 반응의 산물이다. A라는 물질이 화학반응을 거쳐 B라는 물질로 변할 때 짧은 수명을 가진 중간단계를 거치는데, 이 중간물질의 하나가 ‘탄소양이온’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은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이를 원하는 구조의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또, 이 촉매를 활용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 물질로부터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감마 및 베타 락탐을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탄소와의 결합을 견인하는 탄소양이온은 유기화학 반응에서 중요한 중간체 중 하나다. 매우 불안정해 여러 분자와 쉽게 반응을 일으키지만, 수명이 10억 분의 1초 보다 짧아 실험적 관찰은 물론 반응성 조절이 어려웠다. 탄소양이온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에 1994년 노벨화학상이 수여됐을 정도다.
탄소양이온은 탄소에 붙은 수소 이온을 제거하여 탄소-탄소 이중 결합을 형성한다. 하지만 한 분자 내 여러 개의 수소가 존재할 경우 특정 수소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웠다. 즉, 불안정성 때문에 합성이 까다로운데다, 원하는 특정 유형 화합물만을 골라 합성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여 이 난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2018년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이리듐 촉매를 탄소양이온의 형성과 변환 등 모든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다측면성 촉매로 개선했다. 우선 친전자성이 도입됐을 때 탄소양이온이 쉽게 형성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나이트렌이라는 강한 친전자체를 탄소-탄소 이중결합에 삽입시켜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들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윤 박사후연구원은 “계산화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의 특정 부분이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서 수소이온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함을 파악했다”며 “이 스펀지 역할을 극대화한 촉매 설계를 통해 반응경로를 조절해 부산물 형성 없이 원하는 화합물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석유,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화합물로부터 더 다양한 의약품 원료물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개발한 촉매는 5각형 고리 구조 질소화합물인 감마-락탐(제약품의 기본 골격)만을 합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촉매는 4각형 고리 구조인 베타-락탐까지 합성 가능하다. 베타-락탐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계열 약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물질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 분자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 약물의 형성을 막아 부작용 위험을 줄인 신약 개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석복 단장은 “유기화학 반응의 핵심 중간체인 탄소양이온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반응경로를 조절했다는 학문적 진보와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산업적 의의가 있다”며 “감마-락탐, 베타-락탐은 물론 카이랄 화합물까지 합성 가능한 ‘만능 촉매’를 이용하면 자연에 풍부한 물질로부터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2월 22일 새벽 1시(한국시간) 화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IF 30.471) 온라인 판에 실렸다.
연구 추가 설명
논문명/저널명
Catalytic Access to Carbocation Intermediates via Nitrenoid Transfer Leading to Allylic Lactams / Nature Catalysis(www.nature.com/articles/s41929-020-00558-x)
저자정보
Seung Youn Hong, Dongwook Kim and Sukbok Chang*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탄소양이온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많은 유기 반응의 핵심 중간체이며, 탄소양이온의 발견은 유기합성 및 반응 메커니즘 연구의 급진적인 발전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탄소양이온을 생성시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에서는 강한 산 조건이 필요로 했지만, 최근 촉매를 활용하여 온화한 조건에서 탄소양이온 반응을 매개할 수 있음이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높은 불안정성의 탄소양이온을 선택적으로 원하는 유기화합물로 변환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었다. 특히 제거 반응은 여러 합성 가능한 화합물 중 오직 가장 안정한 형태의 이성질체만을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 과정]
본 연구는 동 연구단에서 2018년 Science지에 보고했던 촉매 합성 기술을 활용하여 탄소양이온 생성에 적합한 이리듐 촉매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알케인 화합물의 친전자성 삽입 반응(electrophilic addition)이 탄소 양이온에 접근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임에 착안, 연구진은 촉매가 디 옥사졸론(dioxazolone) 기질과 만나 생성하는 나이트렌 중간체가 강한 친전자성 물질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여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촉매를 개발했다. 또한, 범밀도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를 이용한 양자 화학적 평가로 촉매가 분자 내 염기로 작용하여 탄소양이온을 원하는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단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극대화해 높은 위치 선택성을 주는 촉매를 완성했다. 이후 탄소양이온의 특성인 자리 옮김 반응과 치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기질을 활용하여 탄소양이온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 방법을 활용하여 합성적 측면에서 기존 방법으로는 만들기 어려웠던 고부가가치의 알릴릭 락탐(allylic lactam)을 높은 선택성과 수율로 생성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미 개발된 많은 항생제 및 의약품의 핵심 골격 구조인 베타-락탐과 카이랄-락탐의 합성에도 적용함을 증명하여, 새로운 촉매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성과 차별점]
이전의 연구들에서는 주로 탄소양이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형성할 것인지 대한 질문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왔다. 실제 탄소양이온의 다양한 접근법이 개발되었지만, 실제 합성 응용에 있어 선택성 조절의 어려움이 항상 수반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촉매 반응의 모든 단계를 제어할 수 있는 다측면성 촉매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존 탄소양이온 제거 반응과는 정반대의 위치 선택성을 유도하는 최초의 촉매적 방법을 증명할 수 있었다. 향 후 본 연구단에서는 이리듐 촉매 같은 희토류를 넘어 훨씬 많이 존재하는 1주기 전이금속 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촉매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의학약학 항생제 원료물질 합성하는 만능촉매 개발 (20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