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공학도의 미국 바이오테크 진출기] 개인은 팀을 이기기 어렵다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다. 나는 박사과정 동안 혼자서 많은 일을 하려고 했고 좌절을 맛보았다. 회사에 와서 달리진 점은 팀을 중요시하고 항상 팀으로서 일을 한다는 점이다. 팀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협업하면 개인들이 상상하지 못했을 큰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조직샘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나에게 드디어 팀이 생겼다. 회사에서는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곧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는 내가 회사에 지원을 하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나와 일할 사람을 내가 인터뷰하고 뽑는다는 것은 매우 설레기도 하지만 부담감이 크기도 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고 또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나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회사의 채용 단계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고용 관리자(hiring manager)가 원하는 인재상을 작성하면 이를 기반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회사 채용팀에서 서류 스크리닝을 한다. 원하는 인재상에서 너무 멀다고 느끼게 되면 리쿠르터가 알아서 지원자들을 탈락시킨다. 그리고 남은 이력서들은 고용 관리자에게 넘겨지고 이력서를 검토하여 1차 인터뷰를 할 사람들 선택한다. 나는 1차 인터뷰를 약 6명 정도 했었고 인터뷰 후에는 양식에 맞춰 지원자의 피드백을 작성했다. 그리고 고용 관리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후보들을 선정하고 패널 인터뷰 위원회를 구성한다. 후보들의 패널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최종 후보를 2~3명 정도로 추리고 패널 인터뷰 위원회 그리고 채용팀이 모여서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합격 통보를 줄 것인가 회의한다.
내가 찾던 인재는 단순히 내가 하는 일을 반복해서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두 명이 되어 단순히 업무를 두 배를 한다고 팀의 임팩트가 커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현미경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는 코드를 짜는 스킬은 있었지만 이 코드가 더 체계적이고 더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스킬은 부족했다. 단순히 바이오 실험을 이해하고 수행해 줄 수 있는 사람보다는 엔지니어링, 프로그래밍 스킬이 있는 인재를 선호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전화 인터뷰, 패널 인터뷰 및 내부 회의를 통해 내가 찾는 인재를 한 명 채용할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어떻게 팀을 이끌어서 결과를 낼 수 있는지였다. 내 경우는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일이 왜 중요하고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왔는지 설명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다행히도 이와 일할 친구가 회사에서 배우고 싶은 것,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내가 팀으로서 하려고 하는 일과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는 이미지를 빠르고 많이 분석할 수 있는 툴을 함께 만들었고 우리 팀의 실험 결과들은 항상 매우 빠르게 분석되어 보고가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다른 팀의 실험까지도 우리 팀이 분석해 줄 수 있었다. 이렇게 일이 빨리 진행되자 회사 내에서 우리 팀의 인지도가 많이 상승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팀 내부에서 임팩트를 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다른 팀과의 협력에서 큰 임팩트를 낼 수도 있다. 앞서 내가 진행했던 생체조직 준비 방법은 그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실패율이 높았다. 더 안정적으로 샘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도구의 개발이 필요했는데 우리 팀 내부에는 도구를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엔지니어링 디렉터와의 미팅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왜 중요한지를 계속 설명했고 우리와 같이 일할 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팀 간의 목표 및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매주 미팅을 진행했고 도구의 디자인을 같이하면서 프로토타입을 빠른 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었다.
개인은 팀의 역량을 이기기 힘들다. 박사 과정 중의 나였다면 파이썬 (python) 코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동작하게 할지 배우고, 또 도구를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하기 위해 디자인 툴을 배우고 3D 프린터 사용법을 배우는데 시간을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 조직에서 필요한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일 해결 속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또는 팀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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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고재경) 등록일202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