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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약품 관련 기업들이 전쟁터에서 지지 않을 방법은 뭘까"

산포로 2024. 10. 21. 09:06

"한국 의약품 관련 기업들이 전쟁터에서 지지 않을 방법은 뭘까"

특별기고 |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본부장(상무)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장, 그 곳은 전쟁터였다. 이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은 승리할 수 있을까? 아니 지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의약품 관련 제약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글로벌 본부장인 나는, 협회는, 그리고 정부는 무슨 역할을 해야하지? 넓디 넓은 전시장 한 복판에서 길을 잃은 듯 아득해졌다.

 

CPHI Milan 2024 행사장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의약품 분야 세계 올림픽' CPHI Worldwide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매년 10월 무렵 밀라노,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CPHI Worldwide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 동남아, 중동의 국가에서 개최된다. CPHI Korea, CPHI China, CPHI SEA처럼 말이다. CPHI는 원료의약품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 의약외품, 의약품 관련 설비물류 등 의약품 관련 전주기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의약품 전시회다. 네트워킹과 기술거래 및 컨퍼런스 위주인 바이오 USA, 바이오 유럽보다 전시 규모가 몇 배 이상 크다. 의약품 생산 기업들이 참석하기에 참가기업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가 많다.

 

밀라노 전시회에 160여개국 2400여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 6만명 이상 참가했다고 한다. 전시관 홀이 무려 24개로 나뉘어져 설치되었고, 통합한국관이 위치한 4번홀(API)에서 동아ST/에스티팜, 그리고 YS 생명과학 등이 위치한 24번홀(Integrated Pharma)까지 걸어서 30여분이 소요되는 거대한 장소였다. 참가 기업 관계자들은 파트너들과 수많은 1:1 상담과 미팅을 하기 위해 매일같이 오만보는 족히 걸었으리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주관한 통합한국관. 통합한국관에 41개 기업이 참여했고, 38개 기업이 개별 부스를 차렸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은 79개 기업·기관들이 부스를 차려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외국 제약사들과 각종 딜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판매 경로 확보 및 미래 의약품 시장 동향을 파악하였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주관하고 코트라가 국고 사업으로 지원하는 통합 한국관 부스에 ①완제·원료 의약품뿐만 아니라 ②건강기능식품 ③화장품 등 총 41개사가 참여하였고, 38개의 기업들이 개별부스를 개설하여 참가하였다. 통합 한국관이 위치한 4홀은 원래 API 전시관이다. API 전시관답게 세계 최대 원료의약품 및 출발물질(Starting Material), 의약품 중간체(Pharmaceutical Intermediate) 생산국인 중국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관은 마치 거대한 중국 기업들에게 포위된 양상이다. 전시회에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PD 및 첨단 QbD 등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도 참석하였는데, 미래 의약품 생산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향후 정부의 R&D 과제 기획 등에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딜을 체결하고, 자사 제품의 판매망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베트남에 안과용 CDMO 공장을 완공한 A 제약사는 대만 상장 제약사인 '포모사(Formosa)'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만의 CMO 계약 대상 품목은 포모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안과용 의약품 'APP 13007'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제약사 회장들도 글로벌 제약사들과 실질적 파트너링을 통해 판매망을 크게 확충했다고 전해줬다. B 제약사 회장도 3개 기업과 면담에서 성과가 있었으며 C, D, E 기업들도 CPHI 밀라노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CPHI 행사사장 처음으로 개최한 코리아 나잇. 이 행사에는 170명의 국내외 관계자가 참석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협 '코리아 나잇' 열고 참가 기업 '미팅 공간' 제공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는 CPHI 월드와이드에 사실상 처음으로 참석하였다. 노연홍 회장을 수석대표로, 필자를 비롯해 글로벌본부 직원 3인이 참석하였으며, CPHI 최초로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대한 가운데 '코리안 나잇' 행사를 주최하여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들의 부족한 미팅 공간 해결을 위해 18㎡ 규모의 미팅공간도 마련했다. 노연홍 회장은 80여 국내 기업 부스를 방문해 현지 진출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해외 진출 및 수출 방향 등을 듣고 격려했다. 통합한국관에 입주한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위치한 CDMO 관, 휴온스, GC녹십자 등이 위치한 Finished Dosage Formulation관 등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미래 한국 의약품이 나아갈 방향 등을 같이 고민하였다. 

 

특히,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들과 파트너사들간 1:1미팅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 미팅룸을 대여하여 국내 참석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그간 회원사들로부터 접수된 애로사항 중 하나인 '미팅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간은 18㎡에 불과했지만, 총 7개 회원사가 30여건의 파트너링을 진행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노연홍 회장과 중견·중소기업 오찬 간담회에서 대원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마더스제약, 삼오제약, 삼일제약, 새한제약, 유한양행, 진양제약 등 8개사 임원들은 해외 진출 현황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전쟁을 치를 방안을 모색했다. 노 회장은 "CPHI가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이니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갈 예정이며, 특히 한국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적 공급 및 업계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하였다.

 

코리아 나잇 리셉션에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노 회장은 협회가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BIO USA, BIO Europe 등에서 대규모 네트워킹 자리인 코리아 나잇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던 협회는 이번에 CPHI 최초로 코리아 나잇을 개최하였다. 리셉션 참석자들은 CPHI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대가 없었는데, 한국 전문가뿐만 아니라 외국인 바이어들까지 모이는 기회를 제공해 너무 좋다고 평가하였다. 처음인데도 170여명 이상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CPHI가 일반적인 바이오 전시회와 성격이 다르지만, 협회는 향후에도 국내외 파트너들과 협력해 행사를 더욱 확장해나가고,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도록 한층 짜임새 있게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Piero Iamartino 유럽 산업약사회 회장(가운데)과 노연홍 회장(오른쪽 두번째).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유럽의 산업약사 단체(European Industry Pharmacists Group, EIPG)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와 면담도 진행했다. EIPG 회장 Piero Iamartino는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QP 도입이 필요할 것같다고 제언했다. 의약품 생산 과정이 GMP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QP(Qualified Person)라는 민간 전문가와 유럽 규제기관 간 민관 협력 체계를 예로들며 한국에서도 유사 제도의 운영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QP는 유럽연합에서 인증받은 전문가로 EIPG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양 협회는 향후 제약산업에서 전문 인력들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 협력 관계를 모색해 나가기로 했는데, 협회 방문단은 신속한 GMP 실사를 통한 우수 의약품의 빠른 시장 출시를 위해서는 QP 제도의 도입 필요성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번 CPHI 전시회부터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통합적으로 지원한다는 정부의 기조 아래 올해 6월 바이오 USA부터 시도한 통합한국관 시스템을 운영하였다. 따라서 협회의 미팅룸에도 통합한국관의 로고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밀라노 주재 총영사도 통합한국관을 찾아 우리 기업들을 격려하였으며, 통합한국관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코트라 밀라노 무역관도 한국관에 상주하면서 협회가 주최하는 코리아 나잇에도 관장을 포함한 직원 3명이 참석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였다. 주밀라노 총영사는 노연홍 회장을 관저 만찬에 초청하여 이탈리아 제약바이오산업 및 전시산업 등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협회 대표단은 CPHI 직전인 10월 6일 우신라보타치(대표 남택수)의 슬로베니아 자회사인 우신 라파체 공장을 방문하였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작은 한국기업의 '빅 스텝'... 슬로베니아 우신라파체 공장 방문 

 

협회 대표단은 CPHI 직전인 10월 6일 우신라보타치(대표 남택수)의 슬로베니아 자회사인 우신 라파체 공장을 방문하였다. 우신라파체 공장은 2020년 업계 최초로 EU-GMP(유럽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를 획득했으며, 유럽에서 두번째로 EU-GMP를 통과한 하이드로겔 패치 생산 시설이다. 2023년 구강 용해 필름(Orally Disintegration Film, ODF) 생산시설로 EU-GMP를 획득한 바 있다. 슬로베니아는 사회주의 해체기인 1990년대 초반 구 유고연방으로부터 최초로 독립한 이후 EU에 가입하였으며, 전체 인구가 20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약 분야의 국가 GDP 기여율이 2위에 달할 정도로 국가 규모에 비해 제약산업이 강한 국가다. 전체 매출액 규모가 아직 500억원에 달하지 않는 우리 중소기업이 FDA와 더불어 까다롭다고 알려진 EU GMP를 획득하고, 70개국 이상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업계 차원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택수 대표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매드 래빗(Mad Rabbit) 타투 리페어 패치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3 최고의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2023)'(뷰티 부문)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노연홍 회장은 CPHI Milan 2024 한국 기업 부스 80곳을 방문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동아에스티/에스티팜, 유한양행, 신풍제약,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Beyon Korea!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도전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규모의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주요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의약품 개발에서부터 제조, 생산, 수출까지 의약품 전주기에서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활발한 R&D를 바탕으로 아웃라인센싱 확대를 통해 한국 파이프라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 실적은 9조8851억원, 수출국은 200개국 이상을 기록했으며, 2023년 하반기 싱가폴, 스위스와 더불어 우리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세계 최초로 WHO 우수 규제 기관 목록(WLA)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특히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및 미국 생물보안법 등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및 수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및 수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인 만큼,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신속하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약바이오협회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들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다.

 

히트뉴스 입력 2024.10.21 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