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국형 항암신약①]노벨∙WEF 주목한 mRNA…‘난치성 암’ 정복 나선다

산포로 2024. 9. 2. 09:11

[한국형 항암신약①]노벨∙WEF 주목한 mRNA…‘난치성 암’ 정복 나선다

코로나戰 승리 후 타깃은 ‘암’…여러 암으로의 백신 개발 확대가 과제

 

편집자주: 의학기술이 발달하며 암도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완치율이 10% 이하인 ‘난치성 암’도 마찬가지다. 단백질 생산 설계도로 불리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의 활용도가 높아지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한양행 ‘렉라자’와 한미약품 ‘롤론티스’ 등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세계 항암신약 트렌드와 글로벌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알아본다.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코로나 재유행이 온 현재도 코로나의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다. 개발에 10년이 걸리는 다른 백신 개발 방식으로는 팬데믹(대유행)에 대응할 수 없어서다. mRNA는 백신의 항원 정보가 담긴 지시서를 주입하면 우리 몸의 세포가 스스로 항원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어떤 병원체든 백신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모더나 등은 mRNA 백신 개발 시작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걸린 기간이 11개월에 불과했다. 당시 모더나는 창업한 지 10년 넘게 상용화한 제품이 없었다. mRNA는 모더나 매출액을 2020년 8억달러(약 1조653억원)에서 지난해 68억달러(9조522억원)로 끌어올렸다. 회사는 단숨에 대형 바이오사로 거듭났다.

 

이처럼 빠른 개발 기간에 제약‧바이오 산업은 mRNA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mRNA 기술로 바이러스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 정보를 바꾸면 암 치료제 개발 속도도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세계 제약‧바이오사들은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mRNA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리서치는 mRNA 시장 규모가 지난해 196억달러(26조1464억원)에서 2034년 859억달러(114조59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셔터스톡
 

호주 정부, mRNA 암 예방 백신 연구 지원

 

연구자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난치성 암의 치료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의 정보를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 세포에 넣은 후, 다시 환자 몸에 삽입하면 이 단백질을 겨냥한 면역반응이 생겨 암이 치료된다. 이를 통해 ‘맞춤형 암 백신’이 현실화되면 난치성 암의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mRNA가 중요해지자 해당 기술을 개발한 주역들은 작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암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호주다. 호주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6일 관련 백신을 찾는 연구에 1900만 호주달러(약 170억원) 이상을 지원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퀸즐랜드 대학교에는 mRNA의 암 적용 평가를 위한 시설 설립금으로 330만 호주달러(약 3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대학 연구팀이 백신으로 췌장에 있는 종양의 돌연변이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췌장암은 생존율이 약 15%로 한국인 10대 암 중 가장 낮을 만큼 대표적인 난치성 암이다.

 

제약사 중에서 mRNA 암 백신 개발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미국의 모더나와 머크다. 지난 6월 미국 타임지는 양사의 3‧4기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환자 임상 2상에서 관련 백신과 기존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병용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두 치료제를 병용한 환자들은 키트루다만 사용한 이들보다 암이 전이될 위험이 62%나 줄었다. 연구에 탄력을 받은 모더나는 모든 암과 관련된 맞춤형 mRNA 백신을 2030년까지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셔터스톡

 

獨 바이오엔테크, mRNA 암 백신 6개 개발 중

 

독일 바이오엔테크사는 지난 5일 기준 환자 맞춤형 mRNA 암 백신 6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 중 한 후보물질로 췌장 종양 재발을 최대 3년 동안 지연시켰다고 지난 4월 공개했다. 바이오엔테크사는 해당 물질로 췌장암뿐 아니라 대장암과 흑색종에 대해서도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두경부암(머리‧목‧입‧코 등에 생기는 종양)과 폐암 후보물질도 임상 2단계에 있다.

 

국내에서는 차백신연구소가 작년 10월 mRNA 전달체(체내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인 리포플렉스를 개발했다. 피부암이 이식된 쥐에게 mRNA-리포플렉스 백신을 투여한 결과 mRNA만 투여한 쥐보다 종양 성장이 41% 억제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는 리포플렉스의 안정성과 전달력 등을 활용해 항암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4월에는 정상용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리포좀(지방으로 둘러싼 둥근 형태의 물질) 생산법으로 만든 리포플렉스의 독성 문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면역원성(면역반응)을 검토하면 높은 균일성과 캡슐화 효율을 갖춘 유망한 방법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셔터스톡

 

mRNA 암 백신 개발, 난치성 피부암과 췌장암만 성공

 

mRNA 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과제는 독성 연구와 면역반응 검토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미국 암연구학회가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백신 후보물질은 많은 유형의 암 치료를 위해 시험되고 있지만, 난치성 피부암과 췌장암에 대한 물질을 제외하면 치료 단계에서 성공한 물질이 없다. 학회는 mRNA 암백신을 사용한 뒤 부작용을 예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두 암을 제외하면 mRNA 백신의 후보물질로 암 치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암은 뇌암이다. 같은 달 미국 국립보건원도 지난 5월 1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mRNA 백신을 포함한 면역 요법은 뇌암의 치료법으로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최근 몇몇 mRNA 백신 시험 결과는 이런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믹 리뷰(econovill.com) 이혜진 기자 입력 2024.09.0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