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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 수벌, 여왕벌로 이뤄져 집단생활을 하는 꿀벌은 ‘사회적인 곤충’으로 불린다. 꿀벌들은 서로 역할을 분담해 꿀을 채집하고 무리에 공급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꿀벌이 이같은 생활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주 표지로 꿀벌들이 벌집에 모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실었다. 집단생활을 하는 꿀벌 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은 학계의 관심사였다. 특히 꿀벌의 주식인 꿀을 획득하기 위해 꽃의 방향과 거리를 알리는 ‘8자 춤’은 학자들의 주된 연구 대상이었다.
제임스 니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꿀벌이 숫자 ‘8’ 모양을 그리면서 꿀이 담긴 꽃의 위치를 알리는 8자 춤이 학습을 통해 후대 꿀벌에게 전수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9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꿀벌 떼가 추는 8자 춤이 유전적으로 이어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꿀벌을 두 그룹으로 나눠 8자 춤을 추는 방법을 어ᄄᅠᇂ게 습득하는지 관찰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성체가 된 꿀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두 번째 그룹에서는 다른 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분석 결과 모든 꿀벌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8자 춤을 추게 됐다. 성체 꿀벌의 춤을 보지 못한 꿀벌도 태어나고 1~2주가 지나면 8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춤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성체로부터 배우지 못한 꿀벌들의 8자 춤은 꽃의 거리나 방향을 나타내는 정보에서 많은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어난 직후 춤을 배우지 못한 꿀벌들은 나중에 다른 꿀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재학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부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방향을 나타내는 동작에선 정확도가 올라갔지만 거리를 표현하는 동작에선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초기 발달시기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이 꿀벌도 생후 38일 이전에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에 8자 춤을 배우지 못한 꿀벌은 평생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3.03.12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