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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 주 표지로 미국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 호수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모습을 실었다.
기후변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군림하는 동물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포식자의 죽음이 생태계 먹이사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그간 자세히 규명되지 않았다.
자연의 생태계 유지 능력은 인간의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먼 타이 미국 아칸소대 교수 연구팀은 호수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대량 폐사 이후 오히려 먹이사슬이 안정화 됐다는 연구결과를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 그리고 물고기로 구성된 호수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재현했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물고기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는다.
연구팀은 인공 호수에 풀어놓은 물고기들을 인위적으로 폐사시켰다. 처음에는 최상위 포식자인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이 증식하고 이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면서 결국 호수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같은 예상과는 달랐다. 죽은 물고기가 분해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됐다. 풍부한 식량을 얻은 식물성 플랑크톤은 점점 그 수를 늘려갔고 이윽고 호수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안정화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실험 결과가 포식자 대량 살상사건(MME), 대규모 폐사 사건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죽은 포식자가 분해되면서 자연에서 새로운 자양분으로 역할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상위 포식자의 개체 수 급감이 당장 생태계를 파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포식자 대량 살상사건의 새로운 생태학적 특징을 드러낸다"며 "지구에서 일어나는 생태 역학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4.02.10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