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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옥수수의 꽃가루는 언제 부모 유전체 받을까

산포로 2022. 2. 3. 09:47

[표지로 읽는 과학] 옥수수의 꽃가루는 언제 부모 유전체 받을까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7일 표지로 검은 줄기에 마치 보석 알갱이가 알알이 박힌 듯한 모습을 실었다. 이는 옥수수 수염에 묻어 있는 꽃가루를 형광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옥수수 수염은 옥수수 꽃봉오리 끝에서 자라는 암꽃이다. 옥수수는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고 수꽃이 피었다 꽃가루를 만든 후 지고 암꽃이 핀다. 이후 다른 식물개체의 꽃가루가 날아와 암꽃에서 수분한다. 암꽃은 이후 갈색으로 변하고 꽃 개수만큼 옥수수알이 열린다.

 

옥수수가 다음 세대로 변화하기 위한 시점이 언제인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브래드 넴스 미국 조지아대 식물학과 교수팀은 옥수수의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꽃가루가 발달하는 과정의 중간 지점이 돼서야 꽃가루의 유전체가 부모 세대의 유전체를 대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꽃가루는 정상 식물의 세포와 비교했을 때 염색체가 절반밖에 없는 반수체다. 꽃가루는 염색체가 다 있는 이배체인 부모 식물과 자손 식물 사이의 발달과 생리학적 활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각각의 꽃가루 알갱이는 감수분열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유전자 발현을 가지면서도 자체로 세포의 수를 늘리며 증식하는 다세포 유기체다. 하지만 꽃가루가 자라는 동안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변환이 이뤄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19년에도 화분모세포가 꽃가루가 되기 위해 감수분열을 시작하고 꽃가루로 발달하는 과정을 관찰해 전사체가 여러 단계를 거쳐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옥수수 유전자가 발현된 산물 5000개 중 약 26.7%에 해당하는 1335개가 이 과정을 거치면서 2배 이상 달라진 것이다. 이는 체세포 분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연구팀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꽃가루가 배출될 때까지 26일간 옥수수 꽃가루 전구세포와 가루의 메신저리보핵산(RNA) 함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감수분열이 시작된 후에도 11일까지는 이배체의 RNA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 후에야 반수체의 유전체가 활성화하면서 꽃가루의 특성이 점차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배체인 포자세포가 반수체인 생식세포로 전환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새 RNA 염기서열 분석 결과는 이 세대가 언제 충분한 나이가 들어 독립적인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시작하는지 확인한다”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22.01.3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