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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5일 2021년 한해 동안 과학계에 기여한 1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1년 동안 과학계에서 주요한 사건들이 일어났으며 그 사건마다 이정표 역할을 한 주요 인물을 선정했다. 이를 상징하기 위해 네이처는 복잡한 자연 속에 우뚝 솟아 있는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를 23일 표지에 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첫 발견해 신속하게 보고하고 대중에게 코로나 변이에 대한 정보를 알린 인물, 백신 불평등을 예견하며 해소법을 주장했던 인물 등이 선정됐다.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연구혁신및시퀀싱플랫폼연구소(KRISP) 소장은 지난달 25일 오미크론 변이를 전 세계에 신속히 알렸다. 그는 지난해 베타 변이를 첫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드 올리베이라 소장은 베타 변이를 발표했을 당시 각국이 남아공에 대한 출입국을 제한하며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줬던 상처를 떠올렸다. 하지만 대유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리지 않고 오미크론 변이를 신속하게 보고했다. 이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는 유행 초기부터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를 찾아내고 역학조사가 가능할 수 있었다.
네이처는 "드 올리베이라 소장이 새 변이에 보고할 시 남아공에 미칠 타격을 예상하면서도 오미크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하게 보고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메간 칼 영국공중보건국 코로나19 수석역학자는 본인의 SNS 트위터에서 코로나19 변이에 대한 정부 데이터를 정확하고 쉽게 설명해왔다. 네이처는 인터넷에서 코로나19 변이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곁들이며 올해의 인물에 선정했다.
네이처는 위니 바이애니마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장을 '백신 워리어'라 칭하며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중저소득국가에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을 것을 경고해왔다. 이미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치료제 공급에서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백신 접종 기회를 부여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기업이 백신을 제조해야 하고, 백신 공급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백신 불평등은 현실화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주요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은 지적재산권 권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백신 대부분은 고소득국가로 돌아갔다. 네이처에 따르면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6%에 불과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저소득국가 백신 접종률을 약 7.5% 가량으로 보고 있다.
바이애니마 국장은 세계국민백신연합(PVA)을 설립하고 백신 공급에 형평성이 있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백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제조사들의 특허 포기를 지지하도록 이끌어 냈다.
네이처는 이외에도 폭염, 홍수 등 극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 명예 연구원, 장 룽차오 중국국가과학기술산업위원회 달탐사센터 화성탐사선 톈원 1호 수석 설계자, 인공지능(AI) 윤리 전문가인 팀니트 게브루 분산인공지능연구소 설립자,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개발한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또 전세계 원주민들이 생물다양성과 기후 보호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받게 한 환경운동가 빅토리아 타울리코르푸즈, 엉터리 논문을 찾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가짜논문 수백 편을 철회하도록 한 기욤 카바낙 프랑스 툴루즈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을 포함한 여러 의약품 이슈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재닛 우드콕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 대행도 올해의 10인에 선정됐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2021.12.2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