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사이언스, 달 표면의 동심원 모양 크레이터 생성과정 규명
일자리 부족하고 경쟁도 심해… 위기의 젊은 과학자들
네이처 제공
이번 주 ‘네이처’ 표지에는 ‘젊은 과학자들의 어려운 처지’라는 문구와 함께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삽화가 실렸다.
27일자 ‘네이처’는 연구 사업이 어떻게 젊은 과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에 대해 다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박사(PhD)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4년을 기준 영국은 전년 대비 6.2%로 1만7400만 명이 증가했고, 미국은 전년 대비 4.3%(4만100명), 독일은 0.8%(2만600명), 일본은 0.7%(1만2800명) 증가했다.
20년 전 당시 20~39세 사이의 젊은 과학자 숫자는 전년 대비 0.8%씩 증가해왔던 반면, 2014년에는 1.6%로 2배가량 증가율이 늘었다. 그만큼 젊은 과학자들이 안정적인 연구를 할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 셈이다.
네이처는 연구자가 원하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랜트’ 연구비나 정규직 수가, 늘어나는 연구인력에 비해 많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매년 4만여 명씩 과학자가 배출되고 있지만 대학 정규직 자리는 연간 3000개 정도만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경쟁 심사를 통해 그랜트를 취득할 수밖에 없는 연구자는 경험과 인프라, 연구 성과 등을 갖춘 중견 과학자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영국 의료연구의회(MRC)의 경우 그랜트를 받은 과학자 중 25~30%는 50대 이상이, 15~25%는 40~49세가 차지했다. 반면 20~39세의 젊은 과학자는 10~20%에 불과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그랜트도 마찬가지다. 그랜트를 받은 41~55세 과학자는 1980년 약 4000명에서 2015년 약 1만40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56~70세 과학자도 1980년 약 500명에서 2015년 약 7500명으로 늘었지만 24~40세의 젊은 과학자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4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사이언스’ 표지는 달 표면에 생긴 3개의 동심원 모양을 한 크레이터(충돌로 생긴 구덩이) 그래픽이 장식했다. ‘동쪽 바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메어 오리엔탈(Mare Orientale)’로 불리는 이 크레이터는 달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좋은 크레이터 중 하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중력 복원 및 내부 실험실(GRAIL·그레일)’을 이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어 오리엔탈에 관한 새로운 연구 논문 2편을 ‘사이언스’ 28일자에 실었다.
보통 크레이터는 충돌이 일어날 때 땅이 원 모양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종종 달이나 화성 등 행성에서 2개 이상의 동심원 모양의 크레이터가 발견됐는데, 이들 크레이터가 어떤 과정으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먼저 마리아 주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기행성과학과 교수팀은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미국 메이랜드대 등 공동 연구진과 함께 달의 중력장 분포를 지도로 만든 뒤, 이를 활용해 메어 오리엔탈의 세부 구조를 파악했다. 크레이터의 어느 지점에 질량이 쏠려 있는지 파악해 지하 구조까지 알아낸 것이다.
그 결과 충돌 시 생긴 가장 바깥쪽 원은 지름이 930㎞이며, 충돌 직후 파동에 의해 순간적으로 생성된 동심원은 지름이 320~460㎞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버 교수는 “충돌 직후 생성된 동심원의 크기와 현재 달 표면에서 보이는 동심원의 크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표면에 쌓여 있던 힘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든 존슨 MIT 대기행성과학과 교수팀은 메어 오리엔탈의 동심원 생성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름이 64㎞인 소행성이 초당 15㎞의 속도로 날아와 부딪힐 때 메어 오리엔탈과 같은 형태의 크레이터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소행성이 처음 충돌했을 때는 최대 180㎞에 이르는 깊이의 우묵한 그릇 형태로 크레이터가 생겼지만, 이 같은 공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력에 의해 무너졌다. 이후에는 맨틀에 의해 지각이 움직이면서 바깥쪽에 2개의 동심원이 추가로 형성됐다. 이후 7㎞가량 밑으로 가라앉았던 중심 부분의 지각이 위로 솟아올라 현재와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존슨 교수는 “메어 오리엔탈의 생성 과정을 규명한 이번 연구 성과는, 달뿐만 아니라 지구와 화성 등 태양계 행성 표면에 있는 거대 크레이터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태양계 생성과 진화에 관한 새로운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입력 2016년 10월 30일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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