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이론으로 과일의 모양 형성과정 설명
사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알려진 과일 중 하나다. 사과의 모양은 전체적으로 둥근 구형이지만, 줄기와 연결된 부분에 특이하게 가운데가 쏙 들어간 보조개를 가지고 있다. 사과는 어떻게 이런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됐을까?
미국 하버드대 수학자와 물리학자 팀이 관찰과 실험, 이론과 계산을 통해 사과의 이 볼록한 부분의 성장과 형성을 알아냈다. 이 연구는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 4일 자에 발표됐다.
하버드대 공대(SEAS)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과와 물리학과 응용수학 석좌교수인 마하데반( L Mahadevan) 박사는 “생물학적 형태는 종종 구심점(focal points) 역할을 하는 구조의 존재에 의해 체계화된다”며, “이런 구심점들은 때때로 변형이 국소화되는 특이점(singularities)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흔한 사례를 사과의 볼록한 끝 부분, 즉 줄기가 과일과 만나는 안쪽 보조개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과는 어떻게 볼록한 보조개 형태를 만들어내나?
마하데반 교수는 전에 사과의 형태와 성장을 설명하는 간단한 이론을 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연구팀이 실제 사과를 다양한 성장 단계에서 관찰하고, 이론과 컴퓨터 계산에 따라 사과의 성장을 모방하는 젤 실험을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준비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피터하우스 칼리지(유명한 사과 애호가인 아이작 뉴튼의 모교) 과수원에서 다양한 성장 단계의 사과들을 수집했다. 이들은 이 사과를 이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과의 보조개 혹은 첨두(cusp)가 성장하는 모습을 매핑했다.
연구팀은 사과 특히 첨두 모양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특이점 이론(singularity theory)으로 알려진 오래된 수학 이론으로 눈을 돌렸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특정 물리량들이 정의되지 않거나 무한대가 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블랙홀에서부터 수영장 바닥의 빛 패턴, 물방울의 붕괴, 균열의 전파와 같은 일상적인 사례에 이르기까지 많은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피질과 사과 속의 성장 속도 차이
논문 공동 제1저자로 하버드 공대 박사후 연구원이었다가 현재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강사로 재직 중인 토머스 마이클스(Thomas Michaels) 박사는 “특이점이 갖는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그것이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편성의 개념은 매우 깊이가 있고, 전혀 다른 물리적 시스템 안에서 관찰되는 특이점 현상과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수치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과일 피질과 코어 사이의 차등 성장이 어떻게 첨두 형성을 유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창하는 젤을 이용해 사과의 성장을 모방한 실험을 통해 이 시뮬레이션을 확증했다.
실험에서는 사과의 과육 덩이와 가운데 속 부분 사이의 서로 다른 성장 속도가 보조개 모양의 첨두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논문 공저자인 아디티 차크라바르티(Aditi Chakrabarti) 하버드대 공대 박사후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간단한 재료 도구로 특이한(singular) 첨두의 형태 형성을 제어하고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그는 “젤을 활용한 모방에서 기하학적 구조와 구성을 다양화하면, 일부 사과를 비롯해 복숭아와 살구, 체리, 자두 같은 다른 핵과일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첨두 모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기본적인 과일의 해부학적 특성과 기계적 불안정성이 여러 개의 첨두를 만들어내는데 공동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하데반 교수는 “형태 형성(morphogenesis), 즉 문자 그대로 모양의 기원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며, “사과의 형태를 대상으로 생물학적 특이성의 몇 가지 물리적 측면들을 조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생물학적 모양에 대한 더 폭넓은 이론 개발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서, 당연히 첨두 형성 이면에 있는 분자 및 세포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기자 ㅣ 2021.10.08 ⓒ ScienceTimes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