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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를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확인됐다. 진단은 물론 질병의 조기예측과 치료 경과 확인 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테이시 밀러 월터리드미육군연구소(WRAIR) 연구원은 일명 ‘트라우마’로 알려진 PTSD 발병과 연관된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25~28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PTSD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에 발생할 수 있다.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우울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인명과 관련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은 PTSD 발병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직종이다.
연구팀은 PTSD가 인체에 일으키는 생리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현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의 군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혈액을 채취했다. 임무일을 기준으로 10개월 전, 임무에서 복귀하고 3일 후, 복귀 후 3~6개월 등 총 3회에 걸쳐 혈액을 수집했다.
채취한 혈액에선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정신건강 증상과 관련한 4가지 바이오마커를 분석했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당이 분해되는 비율, 면역력과 심혈관계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 기분과 원활한 수면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학습능력과 기억과 관련한 신경전달물질인 클루타메이트 등이다.
분석 결과 PTSD로 진단된 조사 대상자에게선 이들 바이오마커의 일정한 변화가 관찰됐다.
PTSD를 진단받고 회복되지 못한 조사 대상자는 당분해 비율이 높았으며 아르기닌 수치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PTSD로부터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하는 조사 대상자는 세로토닌과 글루타메이트 수치 또한 지속적으로 낮게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선 생리학적 변화를 기반으로 PTSD를 선별 및 예측하는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법의 개발과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임상현상에 적용하기 위해선 이들 바이오마커의 정확도를 추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3.03.28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