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비밀 : 통증 예측과 외부 자극이 통합돼 나타나
통증을 느낄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넘어, 통증 요인들이 어떻게 통합돼 우리가 통증을 경험하는지가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우충완 부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과 유승범 참여교수(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교수) 공동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으로 측정한 뇌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가 통증 정도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 자극의 세기를 어떻게 통합하는지 규명했다.
통증은 외부 자극에 대한 단순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생물학적·심리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험이다. 예시로 통증의 강도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의 세기뿐만 아니라 자극이 얼마나 아플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기존 연구는 통증 요인들이 각각 뇌의 어느 영역을 활성화하는지를 밝혔지만, 이 요인들이 어떻게 하나의 통증 경험으로 통합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우선 연구팀은 통증 요인들이 통합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피험자들에게 앞으로 주어질 열 자극(통증 자극)이 얼마나 아플지 예측하게 했다. 이후 피험자의 팔뚝에 열 자극 기기를 부착해 다른 강도의 자극을 전달하며 fMRI로 뇌 신호를 측정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자극의 세기에도 통증이 클 거라고 예상한 피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험자보다 더 아프다고 보고해, 통증에 대한 기대치와 자극의 세기가 통합돼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통증 정보가 뇌에서는 어떻게 통합되는지 밝히기 위한 가설을 세웠다. 통증 정보가 통합되려면 일단 예측과 자극 정보가 보존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보존과 통합이라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또한, 뇌를 피질계층별로 나눠 접근했다. 연구팀의 가설은 감각 영역과 같은 낮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두 정보 중 하나만 보존돼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연합 영역과 같은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모두 온전히 보존 및 통합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뇌의 피질계층별로 나누어 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설과 달리 모든 피질계층의 뇌 영역에서 예측과 자극 정보를 모두 보존하고 있었다. 다만, 통증 정보의 통합은 오직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만 이루어졌다. 특히, 피질계층 영역별로 각 통증 정보를 보존하는 하위 공간이 존재했고,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는 각 하위 공간에서 나오는 정보 패턴들의 합과 실제로 피험자들이 보고한 통증의 양상이 일치했다. 이로써 통증 정보가 단순히 뇌의 특정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층위의 영역에서 통합돼 통증 경험을 형성함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전기생리학 방법론과 뇌 전체 촬영이 가능한 fMRI를 결합해 뇌 전체 수준에서의 통증 정보 처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기존 연구는 주로 특정 뇌 영역과 통증 정보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통증 정보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한 수학적 원리를 밝혔다.
우충완 부단장은 “이번 발견은 통증의 신경과학적 이해를 확장하는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으며, 유승범 교수는 “뇌 활성화 패턴의 기하학적 정보를 이용해 각기 다른 정보의 통합 메커니즘을 밝힌 혁신적 연구”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9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정보
A Computational Mechanism of Cue-Stimulus Integration for Pain in the Brain / Science Advances (2024)
저자정보
Jungwoo Kim, Suhwan Gim, Seng Bum Michael Yoo & Choong-Wan Woo
연구내용 보충설명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통증에 대한 기대치의 정도와 주어지는 통증 자극의 세기를 달리 전달하며 fMRI로 뇌를 측정했다. 이후 피질계층의 각 네트워크가 구성하는 고차원적 신경 활동 데이터에서 통증 기대치와 자극의 세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저차원적 하위 공간(subspace)을 반지도적 선형 차원 축소(semisupervised linear dimensionality reduction)라는 수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구해냈다.
수학적인 방법을 통해 얻은 두 통증 정보의 하위 공간이 실제 그 정보를 잘 보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각 하위 공간 내 정보의 선형 합산(linear summation)이 실제 피험자들이 보고했던 아픈 정도의 양상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확인해 각 네트워크의 두 통증 정보에 대한 보존 및 통합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피질계층을 구성하는 모든 네트워크가 두 통증 정보를 다 보존하고 있지만, 두 정보를 통합하는 것은 높은 단계의 네트워크라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김정우 연구원은 영역 중심적인 fMRI 연구들에 답답함을 느끼고 fMRI 데이터에 수학적인 방법론들을 적용해 한 단계 발전된 해석을 하고자 했다. 이런 김정우 연구원의 갈증을 알던 우충완 부단장이 수학적 방법론에 정통한 유승범 교수와의 협업을 제안해 연구가 시작됐다.
[어려웠던 점]
전기생리학적 데이터에서 적용하던 방법론을 신호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fMRI 데이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fMRI 데이터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방법론을 단순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제한된 영역만 측정하는 전기생리학적 데이터와 달리, 전체 뇌를 촬영한 fMRI 데이터에서는 뇌의 어느 수준에서 분석할 것인지 범위를 조율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성과 차별점]
비단 통증이라는 주제를 떠나서도 이번 연구는 전기생리학적 방법론에 fMRI 데이터를 적용한 매우 초기 연구 중 하나다. 이런 독창적인 접근 방식은 통증 외의 분야에서도 사람 특이적으로 연구되던 심리학적 주제들을 수학적 메커니즘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향후 연구계획]
AI의 시대다. 이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이미 옛이야기가 됐고, 코딩은 물론 사람과 대화까지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계산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AI가 사람의 뇌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를 연구함으로써 뇌가 처리하는 지각 및 인지 기능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지만, 통증이나 감정에 기저가 되는 뇌의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AI를 활용한 모델들로 결국엔 1인칭 체험(first-person experience)인 통증과 감정에 대한 뇌의 수학적 메커니즘의 개인차를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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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뇌의 활성화 정도를 표상하는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통증 정보의 보존과 통합 [사진=기초과학연구원]
A는 뇌의 활성화 정도와 이것이 어떻게 공간상에서 표상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의 왼쪽은 fMRI 복셀(fMRI로 촬영된 뇌 영역의 단위) 3개의 시간에 따른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고, 오른쪽은 각 복셀들의 활성화 정도가 축이 되어 3차원 공간상에서 표시된 결과이다. 왼쪽의 숫자는 오른쪽 공간상에서 같은 색의 점으로 표현했다.
B의 왼쪽에서 기대 하위 공간은 통증에 대한 기대치 정보를, 자극 하위 공간은 통증에 대한 자극의 세기 정보를 보존하는 하위 공간을 나타낸다. 네트워크 복셀들의 활성화 정도를 각각의 하위 공간에 투사시키고, 그 정보들을 기반으로 각 네트워크가 두 정보를 보존 또는 통합하는지를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낮은 피질계층 영역에서는 두 정보가 모두 보존됐지만 피험자들의 통증 보고가 재구성(통합)되지 않았고, 높은 피질 계층 영역에서는 두 정보에 대한 보존과 통합이 모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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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하위 공간 내 패턴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통증 보고와 실제 피험자 통증 보고의 비교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시각 네트워크(낮은 층위의 피질계층)와 변연계(높은 층위의 피질계층) 네트워크에서의 결과. 각 행 왼쪽부터 기대 하위 공간에서의 시간에 따른 뇌 패턴, 자극 하위 공간에서의 시간에 따른 뇌 패턴, 그리고 재구성된 통증 보고와 실제 통증 보고를 비교한 결과를 나타낸다. 기대 하위 공간과 자극 하위 공간에서는 각 기대치와 자극의 세기에 대한 정보를 보존하고 있었다. 마지막 열을 살펴보면 시각 네트워크에서는 기대치에 대한 차이가 있지만, 변연계 네트워크에서는 기대치와 자극 세기 정보 모두 성공적으로 재구성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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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등록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