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시장선점 위해 뛰는 글로벌 선두기업들
시장규모 2022년까지 10배 성장 전망, 각국 정부의 규제와 안전성 이슈가 관건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IRSPR)는 2017년 바이오분야의 키워드로 꼽힐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슈중 하나다. 크리스퍼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기술자체가 갖고 있는 강력한 파급효과 때문이다. 크리스퍼는 마치 가위처럼 특정 유전자를 인식해 자르고 또 편집할 수 있어 유전자치료(gene therapy)를 가능케 하는 개념이다. 2세대 탈렌(TALEN)에 비해 유전자 교정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며, 정확성 또한 높다.
이미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지난해 6월 크리스퍼를 이용한 첫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고, 중국에서는 이미 크리스퍼을 이용해 PD-1유전자를 편집한 T세포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외 지금 이순간에도 유전자를 편집한 수확을 앞당긴 방울토마토, 갈변방지 버섯 등 각종 농작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크리스퍼는 현재 어디쯤 와 있을까? 앞으로의 시장전망은?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센터장 유승준)에서 발행한 '크리스퍼 기술 개발진단과 시장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크리스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들과 각국 정부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원문링크)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크리스퍼 기업, "활발한 투자 이뤄져"...국내엔 원천특허 보유한 툴젠
크리스퍼가 이전의 유전자가위에 비해 훨씬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기대감은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ZFN(Zinc finger nuclease)을 독점하고 있는 상가모(Sangamo)와 크리스퍼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그렇다. 리포트에서 제시한 2016년 11월 15일 기준의 자료를 참고해보면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3개의 크리스퍼 관련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과 비교해볼 때 상가모는 60%에 못미치는 수치를 가진다. 상가모는 혈우병환자에 대한 임상을 진행중이고 ZFN을 이용한 수익을 내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미 유전자치료제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리스퍼 기술로 넘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크리스퍼 관련 기업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먼저 상장한 기업은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cine)으로 장펑 교수와 브로드연구소에 의해 설립됐으며,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비엔고(bngo)에서 연구기금과 구글 벤처스로부터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다음으로 상장한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는 다우드나 교수가 만든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CARIBOU Bioscience)를 모태로 설립된 회사다. 노바티스와 제휴를 맺고 1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는 독일 바이엘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5년간 3억30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후 나스닥 상장을 통해 5600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바이엘사로부터 3500만 달러를 추가적으로 투자받았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이 세 기업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가진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크리스퍼 기술 개발진단과 시장전망 레포트 참조
나스닥에 상장한 크리스퍼 기업들의 공통점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 혹은 거대자본과의 제휴를 통해 충분한 자본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즉, 크리스퍼를 이용한 사업적 경쟁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계민 바이오협회 연구원은 "각 기업들의 기술자문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특허분쟁의 주체이기 때문에 특허분쟁의 결과가 크리스퍼 시장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국내는 어떨까? 크리스퍼 선도기업인 툴젠(ToolGen)은 기초과학연구원 김진수 단장이 기술자문을 맡고 있으며,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ce)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다. 툴젠은 2016년 9월 6일 크리스퍼와 관련된 국내 특허 2건을 등록으며,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한 바 있다. 이에 탄력을 받아 툴젠은 지난해 10월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크리스퍼를 이용한 R&D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계민 연구원은 앞으로 툴젠의 가능성에 대해 "아직 특허 등록이 안된 중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특허등록을 선점한다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020년 시장규모 10배 증가 예상"...시장선점을 위해 규제와 안전성 이슈가 관건
보고서에서는 Occam's business research & consulting의 크리스퍼 시장전망 사업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크리스퍼 시장은 2022년까지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크리스퍼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산업적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크리스퍼 기술 개발진단과 시장전망 레포트 참조
대표적인 예로는 유전질환 및 난치성질환을 포함한 유전자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다. 이계민 연구원은 "향후 유전체 기반의 맞춤의료가 발달하면서 인간줄기세포 분야에서 크리스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아직 전임상이나 임상1상 단계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재조합식품 분야에서도 큰 잠재력을 가진다. 그 예로 병충해로부터 자유로운 농작물이 있으며, 이는 동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얼룩무늬 털을 가진 양, 양모가 빨리 자라는 양,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2배 많은 슈퍼돼지 등 다양한 상업적 가능성을 가진다.
특히 최근 동물에서 질병감염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경제적손실이 심각한데, 크리스퍼는 돼지에서 질병과 연관된 여러 유전자를 한번에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바가 있다. 이에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축을 생산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크리스퍼를 이용해 시장선점을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크리스퍼가 신기술인 만큼 기술을 적용했을 때의 안전성과 이에 따른 각 나라의 규제가 관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관련해 각 나라마다 매우 상이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 향후 기술의 상업화와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이기에, 이에 대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DNA 교정연구에 대해 알아보자. 이에 대해선 영국, 중국, 일본이 비교적 자유로운 기준을 갖고 있다. 영국정부는 최근 이를 승인, 배아 유전자를 교정해 배아의 성장과 착상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가위 활용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기에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5월 기초연구에 한해 유전자 교정으로 인간 수정란을 조작에 대해 일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기술 개발진단과 시장전망 레포트 참조
반면, 미국과 한국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체 교정연구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직 인간 생식세포에 적용하기에 이른감이 있으며,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국내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래 인간배아와 태아의 유전자치료 연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금지한다는 설명이다.
가장 활발한 기술적용이 예상되는 농축산물에 대해선 어떨까? 이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농축산물을 기존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볼 것이가 혹은 새로운 규제를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후자의 의견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크리스퍼로 기존 유전자변형 식품과는 다르게, 외부유전자를 도입하지도 않고도 충분히 품종개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만 없애기에 전통적인 육종방법에 비유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크리스퍼 규제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으로 최근 미국 농무부의 유전자재조합식품 규제대상 사례를 참고해봤을 때, 대부분 유전자재조합식품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된다. 유럽도 조만간 규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도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적용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 이계민 연구원은 "글로벌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식품규제에 대해선 아직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 후 완화하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단, "농축산물의 기술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분야에 한해서는 어느정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 "한중일 협력체계 구축제안"
앞서 언급했던 중국 쓰촨대학교는 이미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크리스퍼 변형 T세포로 임상을 진행중이다. 또한, 싱가모는 CCR5 에이즈 환자 대상으로 ZFN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임상2상을 진행 중에 있다. 유전자 가위가 환자의 질환치료에 적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은 크리스퍼 공동연구와 특허와 관련된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미국시장에서 특허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판결을 마냥 기다릴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퍼 기술 개발진단과 시장전망 레포트 참조
이계민 연구원은 "아시아가 향후 크리스퍼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높이기 위해 한중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못지 않게, 일본과 중국도 크리스퍼 연구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 1월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Genetics, NIG)와 오사카대학교 사람의 유전자 크기가 큰 DNA를 실험용 동물에 도입해 인간질병모델 구축했다. 정부차원에서도 2016년부터 5년간 85억엔을 투자했으며,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에서도 유전자가위 산업화를 위해 17억2000만엔 예산 편성했다. 중국은 유전자가위와 관련된 임상규제가 자유로워 가장 빠르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크리스퍼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툴젠이 있고, 크리스퍼 분야에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 기초과학 연구원 단장을 맞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원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미 많은 성과를 냈다. 특히 김진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보다 정확성이 높은 Cpf1을 발표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계민 연구원은 "한국 중국 일본의 여러 장점을 활용해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크리스퍼 시장에서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크리스퍼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서기 위해 혁신적 연구와 글로벌 비지니스가 조화된 시스템과 이를 뒷바침하는 정부차원의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sungmin.kim@bios.co.kr 기사입력 : 2017-01-30 09:58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2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