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G유형 "세포에선 증식 왕성하지만 백신 효능 영향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5300만 명 이상의 환자를 발생시키며 확산하는 가운데 현재 전세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인 ‘G유형(D614G)’ 바이러스의 증식 특성을 인체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유형과 동시에 세포 내에서 배양했을 때 G유형이 더 빨리 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동물실험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도 빨리 이뤄진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개발중인 백신의 효능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진행중인 예방 정책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랄프 배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교수팀은 일본 도쿄대 의대와 함께 D614G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 특성을 인체 세포를 이용해 실험하고 동물 개체간 전파 특성을 확인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9월 말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됐던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D614G 변이는 현재 전세계에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변이 유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세포 표면의 단백질(ACE2)을 인식해 침투를 개시하는데, 이 과정을 담당하는 돌기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 아미노산(단백질의 재료)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리신(G)로 바뀌어 D614G 또는 G유형이라고 불린다. 바이러스 게놈 가운데 2만3403~2만3404번 염기서열 두 개가 바뀐 결과다. 이 유형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서 이후 G와 GH, GR 등 세 유형으로 세분화됐다.
바이러스 게놈을 공동으로 분석하는 과학자들의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넥스트스트레인’에 따르면, 이 유형은 1월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2월 이후 비율이 급증해 지난 여름 이후로는 전세계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거의 100% 이 유형이 ‘평정’한 상태다. 한국에서도 5월 서울 이태원 유행 이후 이 바이러스 유형이 유행해 최근에는 거의 이 유형만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다만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적어도 세포실험에서 바이러스의 증식력이 더 뛰어나고, 동물 사이에서 전파속도 역시 빠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크게 세 가지 실험을 통해 D614G 바이러스의 특성을 실험했다. 먼저 12명의 환자로부터 콧속이나 기도 또는 폐의 상피세포를 얻어 D614G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 또는 변이가 없는 바이러스(WT)를 감염시키고 1~3일 증식 속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콧속과 기도 상피세포에서는 D614G 유형이 변이가 없는 WT 유형에 비해 증식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폐 상피세포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두 유형의 바이러스를 하나의 기도 상피세포에 동시에 감염시키고 경쟁시키는 실험을 추가로 한 결과 WT를 D614G보다 10배 더 많이 넣고 실험해도 D614G가 더 많이 증식해 주류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실험에서 D614G의 강한 증식 능력을 확인한 것이다.
D614G 변이(노라낵)과 WT유형(녹색)의 계통도(왼쪽 위), 지역별 분포 비율(오른쪽 위), 게놈 지도(아래)를 표시했다. G유형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넥스트스트레인 제공
이어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모델 동물인 햄스터 8쌍을 이용해 각각 두 유형의 바이러스에 개체간 전파 특성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D614G 바이러스에 감염된 햄스터는 8마리 중 5마리가 이틀 뒤 감염돼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같은 시간에 WT는 감염되지 않았다. 변이 유형이 개체간 전파가 더 잘 이뤄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변이의 전파 특성은 연령이나 나이 등 다른 조건에 따라 다르고 D614G 유형이 감염되기 위해 더 적은 바이러스가 필요한지 등은 불확실하다”라고 밝혀 인간 간 전파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또 이런 변이가 바이러스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성에는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특히 항체의 중화 효능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변이가 바이러스 형태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성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했는데, 변이는 바이러스 형태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중요 구조, 수 등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특히 혈장과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독성을 중화시키는 비교실험을 한 결과 효능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현재 개발중인 백신이 D614G 변이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ashilla@donga.com 2020.11.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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