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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1년, 무엇이 잘못됐을까

산포로 2021. 3. 24. 13:45

코로나19 팬데믹 1년, 무엇이 잘못됐을까

미국의학회지 팬데믹 선언 1년 분석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1년을 맞았다. 세계적 의학학술지인 미국의학회지(JAMA)는 팬데믹 선언 1년을 맞아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코로나19 기원조사나 대응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국제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고 WHO를 비롯해 국제보건 시스템이 제역할을 하지 못해 사태가 커졌다는 분석기사를 내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019년 12월 중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폐렴이 보고됐으나, 중국은 이를 WHO에 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간 갈등으로 이를 조기에 차단하는데 실패했고  WHO도 이와 관련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유일한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지적이다. 


로렌스 고스틴 미국 조지타운대 오닐보건법연구소장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코로나19 전염병 1년후 무엇이 잘못됐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JAMA에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고스틴 소장은 국가 및 세계 보건법에 관한 WHO 협력 센터의 이사와 국제 보건 규정 (IHR) 전문가위원회 및 정신건강 전문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천연두, 게놈 염기 서열 분석 데이터, 이민자 건강 등 수많은 WHO 자문위원회 위원직 등을 역임했다.


고스틴 소장은 WHO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는 2020년 1월 30일까지 이 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을 것으로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 당시 이미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20개의 국가로 퍼졌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전세계 대규모 질병감염 사태가 우려될 경우 선포된다. 특히 전염병이 발원지 국가를 넘어 다른 국가들의 공중 보건에 위험하다고 인정돼야 한다. 고스틴 소장은 “비상사태 말고 중간 수준의 어떤 선언이라도 있었다면, 전 세계 국가들에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위협을 알릴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비상사태 선언 이후에도 매우 더디었던 국가들의 대응도 지적됐다. 많은 국가들이 감시와 테스트, 접촉 추적을 포함한 핵심 의료시스템 역량을 구축하지 못해, 제대로 된 코로나19 대처에 나서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 국가 지도자들이 건강과 경제를 이분법으로 나눠 경제를 보존하려는 노력에 치중해왔다고 지적했다. 


고스틴 소장은 현재 인류가 매우 빠르게 백신이 개발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지만 고소득 국가에 백신 물량이 몰리는 불공정도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의 팬데믹에 국가들이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에볼라나 지카 바이러스 등을 경험하고도 국가들은 미래 전염병 대비에 소홀했고, 관련 위험 신호들을 무시해왔다”며 “이번에 코로나19가 주는 신호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스틴 소장은 결국 WHO와 같은 국제보건 시스템이 좀 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WHO가 독립적으로 바이러스와 관련된 보고서들을 확인하고, 관련된 인원을 파견하는 권한이 필요하다”며 “전염병으로 인한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감안할 때 현재 핵 확산 금지조약에 들어 있는 조사관 시스템과 같은 강력한 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확산 금지조약 가입국은 국제핵에너지기구(IAEA) 조사관의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 


고스틴 소장은 이런 시스템 마련을 위해 WHO가 특정 국가에 치중해 운영자금을 지원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WHO 연간예산은 미국의 대형병원 운영비용에 해당하는 40억~50억 달러(약4조5000억 원~5조6000억 원) 정도인데, 이 중 약 75%가 특정 국가들에 쏠려 있다”며 회원국들이 지원 자금을 최소한 2배씩 늘려 WHO가 운영에 유연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2020~2012년 미국과 중국 차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WHO가 미국과 중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로렌스 고스틴 미국 조지타운대 오닐보건법연구소장. 미국 조지타운대 제공

동아사이언스 (donga.com) 2021.03.24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