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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침투 막을 새 유전자 표적 찾았다

산포로 2020. 10. 28. 11:51

코로나19 침투 막을 새 유전자 표적 찾았다
콜레스테롤 합성·바이러스 침투 관여...협심증약 코로나 치료제 가능성 확인

 

인체 대장 세포를 이용해 만든 세포주인 Caco-2 가운데 ACE2(보라색) 단백질을 면역 기술을 이용해 형광염색해 관찰한 영상이다. 왼쪽은 표적을 정하지 않은(NT) gRNA를 넣은 경우(즉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억제하지 않은 경우)이고, 오른쪽은 암 유발 단백질인 Ras와 관련이 있는 단백질로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Rab7A 단백질을 크리스퍼로 억제한 경우다. 왼쪽에서는 aCE2가 세포막 표면과 세포 내부에 다 보이지만, 오른쪽에서는 일부분에만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뉴욕게놈센터 제공

미국 연구팀이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인체세포 유전자를 추가로 찾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체 세포 표면 단백질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최근 발견된 ‘뉴로필린-1’ 등 극소수의 유전자만이 코로나19 감염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로 새로운 후보 유전자가 발굴된 것이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응용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네빌 산자나 미국 뉴욕게놈센터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간섭(RNAi) 등 여러 생명과학 기법을 이용해 인체세포의 유전자의 작동을 하나하나 중단시키는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후보군을 찾았다. 또 화합물을 이용해 이 가운데 일부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25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인체 폐포 상피세포를 이용한 세포주인 A549를 이용해 표면에 ACE2를 발현시킨 세포를 다량 준비했다. 그 뒤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크리스퍼 가이드RNA(gRNA) 12만2411개를 이용해 세포가 지닌 1만9050개의 유전자 가운데 하나씩을 선별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교정했다. 이어 이렇게 배양한 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넣어 얼마나 감염 특성이 변하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유전자의 작동을 막았을 때 감염이 특히 즐어드는 유전자군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크리스퍼와 RNA 간섭, 화합물 등을 이용해 코로나19와 관련이 깊은 유전자만을 추가 선별한 결과 최종적으로 세포 내 에너지원인 ‘아데노신3인산(ATP)’을 분해하는 ATP가수분해효소나 암 유발과 관련이 있는 라스(Ras)단백질 관련 효소(RAB7A) 등 6개의 유전자군이 코로나19 감염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군의 공통점을 확인한 결과 세포막을 통해 단백질을 세포 안팎으로 나르는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과 관련이 깊었다. 실제로 연구팀이 고혈압이나 협심증 등에 쓰이는 약물인 암로디핀을 이용해 콜레스테롤 합성과 관련한 신호경로를 막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트리스탄 조르단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연구원은 “암로디핀은 칼슘이온이 드나드는 세포막 통로(이온 채널)를 저해하는 약으로 세포의 콜레스테롤 양을 늘리는 기능을 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해 사용하자 감염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라며 “실제로 임상에서 칼슘 채널을 저해하는 약을 처방 받은 환자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었던 만큼 향후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굴한 유전자 가운데 하나인 RAB7A는 바이러스가 ACE2 단백질과 결합한 뒤 일종의 막을 형성해 세포 내로 침투하는 과정을 방해해 감염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새로운 치료제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산자나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치료는 바이러스 감염이 이뤄진 뒤에 이뤄진다”라며 “인체 세포 유전자가 바이러스 침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짜고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인체세포 단백질의 종류를 단계마다 표시했다. 침투 초창기에 ACE2가 관여하고(1) 이어 세포 안에 침투할 때 RAB7A가 관여함을 알 수 있다(2). 세포내에 들어가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거하고 세포막과 융합될 때는 다양한 ATP가수분해효소(ATPase)가 관여한다(3). 세포내막(엔도좀) 재활용에 관여하는 레트로머, 커맨더 등의 유전자군도 관여한다(4). 셀 논문 캡쳐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ashilla@donga.com 2020.10.27 17:10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