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신건강 장애라는 2차 파도가 생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때문에 정신건강 장애라는 ‘두 번째 파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며, 대규모의 대인관계 붕괴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조치 역시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사망이라는 비극에 대처하는 사회적 구조를 크게 변화시켜 정서적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오미 사이먼 미국 뉴욕대 의대 정신과 교수를 비롯한 3명의 연구자들은 12일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연관 사망에 관련된 정신건강 장애’라는 제목의 글을 오피니언 코너에 실었다.
연구진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된 죽음과 그 혼란의 1차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그러는 동안 정신 건강 장애와 약물 사용 장애 비율이 증가하는 2차 파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6월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 5412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0.9%가 우울증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약물 남용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을 보고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3~4배가 늘어난 것으로 응답자의 10.7%는 지난 30일 안에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도 답했다.
연구진은 “대유행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혼란은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을 고조시켰으며, 기존 정신 장애 및 약물 사용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런 2차 파도는 또 흑인 및 히스패닉계, 노인, 사회 경제적 약자, 의료 종사자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코로나19 관련된 갑작스런 대인 관계 상실과 심각한 사회적 혼란은 개인과 가족이 사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미국만 해도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이 2백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들의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위한 공중보건 및 지역사회 포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살 위험을 포함해 가장 위험이 높은 사람을 식별하기위한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하고, 정신건강 상의 문제로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을 위한 진료 임상의나 정신 건강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정신 건강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을 잃는 것이 모든 사람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공통된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0.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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