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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생과 사, 폐에 바이러스 얼마나 쌓이냐에 달렸다

산포로 2021. 9. 2. 09:59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생과 사, 폐에 바이러스 얼마나 쌓이냐에 달렸다

 

美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네이처 미생물학’ 발표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위중증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정적인 이유는 폐에 축적된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연구진은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야 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589명의 폐 시료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지난달 31일자에 발표했다. 


그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사망 원인으로는 급성 폐렴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폐를 직접 공격해 급성 폐렴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 환자의 경우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한 2차 감염도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젊은 연령층의 경우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 폭발적으로 증식하면 몸의 면역 체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민반응을 일으키며 필요 이상으로 많은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2020년 3월 3일~6월 18일 코로나19에 의한 호흡 부전으로 뉴욕대 랑곤병원 두 곳에 입원한 위중증 환자 589명 가운데 기관지 절개술을 받은 환자 142명의 폐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 등 미생물의 양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142명 가운데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숨진 환자는 34명이었다. 이들의 연령은 56~72세였고, 중환자실 입원 기간은 평균 29일이었다. 또 고혈압(17명), 당뇨병(13명), 고지혈증(7명) 등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다.   


연구진은 사망자 34명과 위중증에서 회복한 환자 108명을 비교한 결과 사망자의 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양이 평균 10배가량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가 제대로 제거되지 못하고 계속 증식해 폐에 많은 양이 축적됐다는 것이다. 연구논문의 제1 저자인 임란 술라이만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는 폐를 감염시키는 수많은 바이러스에 신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기존에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던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한 2차 세균 감염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술라이만 교수는 “바이러스가 폐 조직을 공격하고 위험한 수준의 염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그런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오히려 인체 면역반응의 강도는 바이러스의 양에 비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폐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축적되는 이유가 체내 면역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망자 34명은 위중증에서 회복한 환자 108명과 비교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체내 면역 물질 생산량이 절반 아래였다. 이 면역 물질은 우리 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 역할을 하는 맞춤형 단백질에 해당한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신체 면역 체계가 작동하며 기억 T세포에 의해 면역 물질이 생산되고,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교신저자인 레오폴드 시갈 교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인체의 면역 체계”라며 “면역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찾으면 효과적인 치료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에게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 사용을 권하지 않고 있지만, 연구진은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위중증 환자에게 여전히 유의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중증에서 회복된 환자 108명 가운데 18명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를 투여했고, 13명은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다.

 

반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은 위중증 환자의 증세 호전에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통계 기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희생된 사람은 모두 451만8377명이다. CDC는 지난달 21일 기준 미국에서 62만3985명이 코로나19로 숨졌고, 이 중 10%는 코로나19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2021.09.01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