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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계속 출현하는데 새 백신 빨리 안 나오는 이유

산포로 2022. 6. 3. 10:20

코로나19 변이 계속 출현하는데 새 백신 빨리 안 나오는 이유

백신 생산에 수개월 걸리는데 독감처럼 유행 예측 못해
 
미국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 변이가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지만 새로운 백신의 등장 소식은 없다. 지금도 각국에서는 2019년 등장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주로 접종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재감염 사례가 늘면서 백신 무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이 변이 특성이 잘 알려지지 않다보니 섣불리 새 백신 개발과 생산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가 백신 등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와 ‘영국의학저널(BMJ)’은 이달 1일 각각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빠르게 생산되지 않는 이유를 짚었다. 현재 주로 접종되는 미국 화이자의 mRNA 백신은 지난 2020년 12월 2일 최초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모더나의 mRNA 백신은 같은 달 18일 미국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들 백신은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2021년 말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가 이전 변이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면서 새 백신 생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존 베이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미생물학 및 감염병과 임상 연구 부국장은 미국의학협회지와 인터뷰에서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패턴은 잘 알려진 반면 코로나19가 어떻게 행동할지 그 규칙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오미크론 변이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어떤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예측하고 있다. 이 예측결과에 적합한 백신을 수개월에 걸쳐 생산해 겨울이 오기 전부터 전 세계에서 접종이 진행된다. 이런 발빠른 대응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구된 덕분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30년대 처음으로 분리돼 1940년대에 최초의 백신이 승인됐다. 이후에도 백신 개발사와 관련 기관이 수십 년간 독감 예방접종 전략을 수립하고 수정하길 거듭했다. 

 

독감 유행 예측이 지금까지도 종종 빗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예측조차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베이겔 부국장은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을 생산하는 건 오미크론 변이가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오미크론 백신이 출시됐을 때 베타나 델타 변이가 다시 유행할 수 있고 또 알파나 오미크론과 크게 다른 변이가 유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백신의 교차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새 백신 개발에 있어 백신 제조업체 간에 협의가 없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리 위어 미국 식품의약국 백신연구실 바이러스제품부문장은 지난 4월 열린 백신및관련생물학적제품자문위원회에서 “대부분 인플루엔자 백신이 업데이트에 필요한 유사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그렇지 않다”며 “백신 제조업체 간에 이에 대한 조정도 없다”고 말했다.

 

여러 변이를 동시에 막기 위해 다가 백신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아직은 한계가 있다. 다가 백신은 각 바이러스 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물질을 한 데 혼합한 백신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2종을 모두 포함한 4가 백신이나 이 중 세 종을 포함한 3가 백신의 형태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모더나는 지난 4월 19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베타 변이를 포함한 2가 백신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페니 워드 영국 런던킹스칼리지 교수는 영국의학저널을 통해 “백신 제조업체들이 어떤 균주를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해 아직 합의를 얻지 못했다”며 “계속 새로운 변이가 빠르게 출현하면서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가 백신이 1가 백신보다 생산하는 데 더 오래 걸리는 점도 문제도 지적됐다. 

 

칸타 수바라오 WHO 인플루엔자 참조및연구협력센터장은 미국의학협회지를 통해 “일부 백신 제조업체에서 코로나19와 계절성 인플루엔자 혼합 백신을 연간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적절한 접종 주기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처럼 계절적 패턴을 따르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코로나19가 겨울에 전염이 더 잘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실내에 더 오래 머무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니버설 백신도 제안되고 있다. 물론 이른 시일 내 개발은 녹록치 않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코로나바이러스 하위 종마다의 차이도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먀 스와미나선은 영국의학저널을 통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백신이 2년 내에는 가능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2022.06.02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