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 백신 확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이해당사국들이 백신 지식 재산권의 포기 제안에 동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전했다.
백신 쿼드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의한 이 초안은 6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통상장관이 참석하는 제12차 각료회의(MC12) 논의에서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주요 이해당사자로 떠오른 중국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합의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다. 만에 하나 제안이 회원국의 승인을 받으면 개발도상국들은 주요 코로나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기타 제약 회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고소득국가의 예방 접종률은 현재 70~90%로 이미 4차 접종까지 논의하고 있다. 반면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비용과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예방 접종률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0개 이상의 국가가 인구의 10% 미만에게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남아공이 주도하고 과학자와 비정부기구(NGO),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포함한 학술지들은 캠페인을 통해 대유행 기간 동안만이라도 특허를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지식재산권에 대한 일시적 유예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 많은 국가에서 법률적 위협 없이 백신을 만들고 더 많은 회사에 백신과 약물을 복제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공급을 늘리고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실행 가능한 부분을 만들자는데 있다”며 “164개 회원국들이 6월 이번에 마련된 제안을 마무리하고 승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또 “다음 전염병이나 이번 팬데믹의 확산을 위해 백신 형평성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또 “이번 협상이 중국을 포함해 이 제안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일단 중국이 이 협정의 선진국으로 간주되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문은 일단 6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인데 WTO 164개 회원국 모두가 합의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WTO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다른 회원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며 "만에 하나 이런 행동이 이어지지 않으면 다른 회원국들이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주재 미국 무역대표부 마리아 페이건 수석대표는 “미국이 다른 회원국과 건설적으로 협력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의견 차이를 좁히고 논의를 촉진했다”고 말했다. 페이건 대표는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WTO 회원국이 텍스트를 고려하는 동안 미국은 의회와 이해 관계자와 계속 협력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국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이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가 몰려 있는 영국과 스위스만 해도 지난 회의에서 제약 연구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백신 지식재산권의 광범위한 포기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는 4자 회담의 투명성 부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제약업계 로비도 한몫하고 있다.
일부에선 개도국 대부분 제조와 공급 문제가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특허를 포기해도 단기적으로 백신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회의적인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합의문 문서 초안은 면제 유효 기간이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결정되지 않았고 그 외에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
의료 자선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도 합의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고 WTO 회원국에 촉구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염병 기간 동안 필요한 의료 도구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증가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미래의 세계 보건 문제에 부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2022.05.04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