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된 '만성질환자'…기준은?
WHO와 백신 접종 나선 미국, 만성질환자 포함안해…영국도 6순위
2019년 국내 만성질환자 1880만명…전문가들 "세분화·차등화 필요"
정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 대상에 만성질환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공개하면서 '만성질환'의 정의와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및 예방접종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연령(고령)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 ▲의료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 등을 우선접종 권장대상으로 분류하고, 백신이 도입되는대로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정해 백신 접종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접종 권장대상에는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노인, 성인 만성 질환자(19∼64세·중등도 이상 위험),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에는 19세에서 64세 사이의 만성질환 대상자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해외 및 국제기구의 기준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WHO예방접종위원회(SAGE)는 고위험 의료인과 노인을 우선접종 대상자로 권고하고,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1순위를 의료진과 요양시설 거주자, 2순위는 집단시설 거주자, 노인, 필수서비스 인력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지침에 따라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과 요양원 근로자를 1순위로, 80세 이상 고령자 및 의료·사회보건 종사자를 2순위로, 75세 이상 고령자를 3순위로 설정했다. 16~65세 성인 중 위험군(만성질환자)은 6순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만성질환을 어디까지 봐야할까.
지난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9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만성질환(12개 질환) 진료인원은 1,880만명이었다. 고혈압이 65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관절염 502만명, 정신 및 행동장애 335만명, 신경계 질환 328만명, 당뇨병 322만명, 간질환 196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우선접종 대상자의 구체적인 순위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만성질환 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을 위한 세분화·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최근 고려대안암병원 박성미 교수 연구팀(박성미 교수, 배성아 교수)은 심혈관인자 및 심장질환을 가진 젊은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후 중증도 및 사망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이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등에 게재된 9,878건의 문헌 고찰을 통해 51개의 코로나 논문 (48,317명)을 메타 분석(Meta-analysis) 한 결과, 모든 연령에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이 있을 때 위중증 및 사망 위험도가 높게 나왔다.
더욱이 심혈관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및 심장질환이 있을 때 60세 이상의 고령에 비해 50세 이하의 젊은 환자들이 두배 이상 위중증 및 사망위험도가 높았다.
박성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 환자들 또한 기저질환이 있다면 코로나19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상당수가 만성질환자다. (정부에서) 사망률을 떨어뜨리는데 방점을 두고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접종 대상 선정은) 백신 효과나 특성 또한 살펴봐야 한다. 백신 효과는 감염예방(유증상·무증상), 중증질환예방, 사망예방 등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무증상 감염이 많은 젊은이의 경우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질병의 특성, 백신의 효과 등을 다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의사 (docdocdoc.co.kr) 김찬혁 기자 kch@docdocdoc.co.kr 입력 2020.12.23 0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