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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거리두기 장기화로 항생제 남용 줄었다

산포로 2021. 4. 20. 14:00

코로나19 거리두기 장기화로 항생제 남용 줄었다

美감염학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유행한 기간 한국의 항생제 이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유행한 기간 한국의 항생제 처방량이 과거 3년간 같은 기간 대비 많게는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석현 건양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벤저민 카울링 홍콩과기대 전염병 및 생물통계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의 항생제 처방량이 코로나19로 15~55%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15일 국제학술지 ‘미국 감염학회지’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항생제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필수 의약품이다. 그러나 남용되는 문제로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서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항생제 과다 처방 국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1000명당 항생제 처방이 2018년 29.8명으로 (OECD) 25개국 평균 18.6명보다 높았다. 한국은 2016년부터 5년간 1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를 진행했으나 항생제가 필요 없는 감기 환자 항생제 처방은 2016년 42.9%에서 2019년 38.3%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항생제 이용량이 늘 수 있다는 예측을 놓고 분석하기 위해 2019년 8월에서 2020년 7월 사이 국내 항생제 처방 건수를 이전 3년간 같은 기간 처방 건수와 비교했다. 또 호흡기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감기나 독감 등 급성호흡기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한 양도 비교했다. 유 교수는 “한국 의료진은 감기 등 호흡기 질병에서 2차 예방을 위해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분석결과 코로나19 유행 기간 국내 항생제 처방량은 15~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호흡기질환을 대상으로도 분석한 결과 항생제 처방량은 14~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에 대한 항생제 이용량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4종의 국내 처방량을 시기별로 분석했다. 2019~2020년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해지면서 항생제 처방량이 같은 기간 함께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석현 교수 제공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든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독감 예방접종 등 호흡기 바이러스를 막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취해지며 질환이 줄어든 것을 들었다. 매달 항생제 처방량은 독감이 봄방학 이후 재확산하는 2월부터 늘어난다. 반면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며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진 이후는 항생제 처방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호흡기 질환을 막는 조치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1기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에서 항생제 사용량을 하루 1000명당 25.4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었으나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유 교수는 “독감 유행시기 예방접종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공중보건사업이 항생제내성 저감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 첫 연구”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21.04.19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