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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잃은 후각 찾기 프로젝트 시동 걸렸다

산포로 2022. 6. 14. 13:53

코로나19로 잃은 후각 찾기 프로젝트 시동 걸렸다

 

사람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해 뇌에 전달하면 냄새를 느낀다. 미국모넬화학감각연구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유증인 후각 상실에 대한 치료전략 등 해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후각이 상실되는 원인을 규명하고 잃었던 후각을 되살리는 방안을 본격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과학자들이 코로나19로 어떻게 후각이 상실되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스테로이드와 혈장을 이용한 가능성 있는 치료전략 임상시험에 본격 착수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하고 점차 진화하면서 후각 상실을 겪는 감염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61만63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알파 변이 감염자들 중 후각 장애를 겪은 비중은 코로나19 초기 버전에 감염된 사람들에 비해 절반인 약 50%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의 경우 후각 상실을 겪을 가능성이 더 낮아진 44%, 오미크론 변이는 17%에 그쳤다. 

 

문제는 장기간 후각 상실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21년에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경증 코로나19 환자 100명을 1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46명은 여전히 후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서히 드러나는 후각 상실 원인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냄새를 감지하는 뉴런과 연결된 코 속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후각 상실의 원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 뉴런에서 코로나19 감염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규명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뉴런 손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막수용체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일부 감염자에게서만 후각 상실 증상이 나타나는지 이유를 찾아내 연구도 나왔다. 코에서 냄새 분자를 제거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 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같은 유전 변이가 나타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후각이나 미각을 상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후각을 상실한 코로나19 환자의 뇌에 지속적인 변화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지난 3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뇌 영상을 두 차례 촬영한 785명의 뇌 영상을 분석했다. 785명 중 400명은 두 번의 뇌 영상 촬영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돼 감염 전후 뇌 영상을 비교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뇌의 후각 중추와 연결된 뇌 영역에서 다양한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코를 통해 입력되는 냄새 신호가 차단되면서 뇌의 구조가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 치료전략 소규모 임상시험 진행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상실된 후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전략 개발을 위한 소규모 임상시험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에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염증을 줄이는 스테로이드 치료제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광범위한 염증을 유발하는 만큼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를 통해 후각 회복을 기대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을 코에 주입하는 치료전략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0년에 진행된 파일럿 연구에서 7명의 후각 상실 환자의 코에 혈장을 주입한 결과 3개월 후 5명의 후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는 2020년 파일럿 연구보다 규모를 키운 56명에게 혈장을 주입하는 임상 결과 후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치료법 개발은 속도가 더디다”며 “장기 후유증 연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2022.06.14 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