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유전상담 이야기] <4> 상담 과정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잘 알려진 변이 중 침투율(Penetrance, 유전자가 표현형 발현에 미치는 정도)이 비교적 높고, 결과에 따른 치료 및 예방적 처치에 대한 정보도 많다. 그래서 상담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유방암학회에서 출판한 [유전성 유방암 유전상담 매뉴얼]과 최근의 자료들을 참고로 유방암 유전상담에 대해서 소개한다. 암 유전상담의 목적은 암 발생의 다양한 원인을 설명하고 그중 유전적 소인의 의미를 이해하고, 유전자 검사, 암 선별검사, 암 예방 등에 대해 적절히 알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정보를 환자의 연령이나 교육 정도, 가족력, 위해 환경 노출 정도, 사회적 환경 등에 맞추어 내담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유방암에서 유전적 소인은 5-10% 정도로 중요한 인자다. 유방암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방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올리는 것과 암 발생 위험이 높은 가족을 찾아내고 이들의 발병 위험도 함께 낮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가 환자와 가족에게 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따른 위험과 이득을 적절히 상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상담 과정은 크게 검사 전과 검사 후로 나뉜다. 검사 전 상담은 환자의 과거력과 가족력을 청취하여 가계도를 작성하고, 암 위험도와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측정한다.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대상인지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검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전자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다양한 사회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할지 말지, 가족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고 함께 검사를 받을지 말지는 환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반드시 유전자 검사 동의서를 받는다. 검사 후 상담에서는 결과의 발표와 해석, 검사 결과가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개인의 사회심리학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 향후 의학적 관리, 가족의 돌연변이 가능성과 암 발병 위험도, 가족에게 검사 결과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처음으로 소개할 것은 가계도 작성인데, 가족력 청취와 함께 특히 상담사에게 많은 시간이 할당되는 부분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진료 중에 미처 말하지 못한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들은 위험도 분석 및 가족 검사 결정 등에 활용될 중요한 자료가 되고, 진료 기관에 따라서는 환자가 전반적인 검사나 치료에 대해 가장 높은 이해도를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병원의 평균 진료시간은 6-7분 정도인데, 가계도 조사는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내담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가족사에 민감한 부분을 말하기 꺼려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너무 먼 친척이거나, 요즘엔 친척들과 왕래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서 아주 적은 양의 정보를 기억해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중에 오류를 여러 차례 수정하기도 하는데, 일반 진료 시간에는 이런 충분한 상담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력 및 가족력 청취와 가계도 작성>
1) 암에 영향을 미치는 생식적 인자와 환경 노출을 확인한다. 이전의 유방 조직 검사에서 비정형 관증식증(atypical ductal hyperplasia, ADH)이나 소엽성 상피내암(lobular carcinoma in situ, LCIS)와 같은 위험인자가 있었는지 관찰한다.
2)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을 크게 낮추는 수술력이 있다면 암의 유전형태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가족력 확인 시에 정확히 기술되어야 한다. 본인과 가족의 난소/난관 절제술, 유방절제술에 관한 수술력을 질문해야 한다. 다른 이유로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경우 예상한 경우보다 가계 내 암 발생이 낮게 산정될 수 있다. 가족의 수가 적을 경우, 위험도가 있는 성별의 수가 적은 경우, 예방적 수술을 받은 경우, 입양, 부정확한 정보 등이 있는 경우 돌연변이 가능성과 암 발생 위험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3) 정확한 위험도 측정을 위해 가능하다면 의무 기록 확인이 필요하다. 모든 의무 기록을 참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유전상담을 받는 내담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해서만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고 제공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 내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 유방암/난소암 이외의 복부 암이나 여성 암이라고 보고된 경우에는 정확한 위치 정보가 필요하다.
4) 가계도 작성
세대는 위에서 아래로 좌측에 로마숫자로 표기(Ⅰ, Ⅱ, Ⅲ)하고 최소 3세대 이상 그리는 것이 좋다.
나이는 기호 아래에 나이가 아닌 태어난 연도를 기입하는 것이 좋다. 가계도 작성 당시 나이를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가계도를 작성한 사람과 작성 일시를 반드시 적고, 가계도를 수정할 경우 수정 내용과 수정 일시를 표기하는 것이 좋다.
내담자는 화살표로 표시한다.
유전 상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희귀질환, 산전 진단도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질병이 ‘암’이라서 주제로 정했다. 누구나 암에 걸릴 가능성을 안고 사는데, 작은 암세포가 초기에 발견되면 치료할 수 있지만, 너무 늦게 알아버리면 치료가 어렵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걸리고, 6개월 전에 받은 내시경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대장암에 걸린다. 이런 이유로 일정 나이가 넘으면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고, 가족력이 있다면 해당 암유전자 검사를 받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에서 변이가 발견되었을 경우 100% 암에 걸리는 걸까? 종양이 확인된 환자에게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변이를 공유하는 가족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암의 진단에서 임상적 정보가 더 확실한 근거가 되며, 유전자 검사는 대부분 보조적인 수단이거나, 예측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검사 이후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적절한 정보와 가이드가 필요하다. 최근엔 병원에서 질병을 확진하는데 사용하는 병원용 유전자 외에도 유전체분석 전문 회사에서 암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사람은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서 위험도 평가, 검사 결과 전달, 검사의 중요성 설명 등 나머지 내용을 마저 다룬 후에, 유전체 분석 회사의 암 검사에 대한 내용도 소개할 예정이다.
친절한 유전상담 이야기 최빛나 (테라젠바이오)
유전상담에 대해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비의료인 출신의 상담사로서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의학약학 최빛나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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