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하려면 많이 걷고 많이 읽어라
노령화로 암ㆍ에이즈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부상…10~20%는 치료 가능
주부 A씨(59)는 두 아이의 엄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전공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혼자 습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왔는데, 1년 전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져 방금 들은 이야기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종종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낭패를 보곤 했다.
집안에서도 건망증으로 인한 실수는 반복됐고 점차 가족에게 신경질이 늘어갔다. 최근 들어 외출했다가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가족에게 이끌려 병원을 찾게 됐다. 진단 결과 A씨는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앓고 있었다.
◆ 치매와 건망증은 확연히 달라
=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노인 인구는 1990년 5.1%였지만 2000년 7.1%로 늘었고 2020년에는 13.2%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치매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대표적인 노화질환으로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질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지적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건망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주요 원인이 뇌의 기능 이상에서 오는 점에서 파킨슨병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어수 교수는 "대화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건망증, 이에 비해 엉뚱한 단어를 사용해 문장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면 치매로 간주한다"고 설명한다.
◆ 치매는 기억력 감퇴ㆍ언어장애 순으로 발생
= 치매 증상은 △기억장애 △언어장애 △방향감각 상실 △계산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등 5가지이며, 이 중 3개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치매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 표현이 곧바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다음으로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 실수와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초기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많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70가지 이상 다양한 질환에 의해 발생하며 이 중 80~90%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질환 때문에 발병한다.
나머지 10~20%는 감염성 질환, 대사성 질환, 내분비 질환, 중독성 질환, 파킨슨병, 수두증, 간질 등으로 치매가 발생한다.
◆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생각은 잘못
= `치매는 불치병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나덕렬 교수는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 중 10~20%를 차지한다"며 "치료 가능한 치매의 증상이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치매는 고치지 못한다`라고 생각해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치료 가능한 치매에는 신경 매독, 수두증, 뇌종양, 경막하 출혈, 비타민 결핍증에 의한 치매, 갑상선 질환에 의한 치매 등이 있다. 이들 치료가 가능한 치매는 혈액검사나 뇌촬영으로 쉽게 진단이 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독서를 많이 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 보자. 머리를 많이 쓰면 쓸수록 치매에 덜 걸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종교단체 등 모임에 참가해 대화를 해야 한다. 걷기는 뇌에 혈액 공급을 원활히 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장기, 바둑 등도 도움이 되지만 독서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좋다. 또한 자원봉사와 같은 생산적인 일에 참여하면 예방에 좋다.
김어수 교수는 "머리를 많이 쓰면 신경세포가 분지(分枝)를 내어 서로의 연결이 활발해지고 쓰지 않는 뇌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적당한 와인과 커피를 마시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병문 기자] 2009.04.17 15:20:51 입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23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