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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공을 받는 '축구 헤딩’이 장기적인 뇌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헤딩은 언어학습 수행능력 저하와도 연관성을 보였다.
마이클 L. 립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간) 북미방사선학회 연례회의에서 평균 나이 27세의 아마추어 축구 선수 148명(여성 26%)을 대상으로 머리로 축구공을 쳤을 때 일어나는 뇌 변화를 살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선수들의 헤딩 횟수를 측정하기 위해 역학 설문지를 개발했다. 설문지는 공 연습을 하는 빈도, 헤딩을 하게 되는 상황 등에 대한 일련의 질문으로 구성돼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 2년간 헤딩 노출 ‘높음’, ‘보통’, ‘낮음’으로 그룹을 나눴다.
연구 초와 2년 후에는 확산텐서자기공명영상(DTI MRI) 촬영을 진행했다. DTI는 신체조직에서 물 분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추적해 물의 확산 정도를 살펴 조직의 구조를 특징짓는 MRI 기법이다.
분석 결과 2년 동안 1500회 이상 헤딩을 한 고노출 그룹은 전두엽 백질 영역에서 물의 확산성이 증가했고, 특정 뇌 영역에서 배향분산지수가 감소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2년간 높은 수준의 헤딩이 가벼운 외상성 뇌 손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뇌 미세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높은 수준의 헤딩은 언어학습 수행능력 저하와도 연관을 보였다. 연구팀은 18~53세 아마추어 축구 선수 353명(여성 27%)을 대상으로 헤딩과 언어학습의 연관성을 살피는 두 번째 연구를 진행한 결과 헤딩을 많이 반복한 사람일수록 언어학습 수행능력이 낮았다.
앞선 연구가 DTI 기술을 백질 영역에 적용했다면, 이번 연구는 두개골 가까이 위치한 뇌의 회백질과 백질 경계 상태를 평가하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헤딩을 많이 한 그룹에서 회백질-백질 경계면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뇌 질환이 있을 때 회백질과 백질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반복적인 헤딩과 뇌 손상, 인지 수행능력 사이에 상관성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립튼 교수는 “축구 헤딩은 장기적으로 뇌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젊은 성인기에서의 신경 퇴행과 치매 발생 위험과도 잠재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캐나다와 노르웨이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뇌손상’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헤딩을 자주할수록 뇌 혈류 패턴이 바뀌어 뇌 신호 전달 경로가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영국 리버풀호트대 연구팀이 '사이언스 앤 메디신 인 풋볼'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헤딩을 한 선수들에서 뇌진탕 징후가 감지됐다.
기존 연구들이 헤딩 직후의 뇌 상태를 살폈다면, 이번 연구는 2년에 걸친 뇌 변화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헤딩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는 점이 다르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2023.11.3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