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창간 23주년] 신약, 신속한 도입이 해결책일까?

산포로 2024. 7. 18. 09:32

[창간 23주년] 신약, 신속한 도입이 해결책일까?

FDA, 신속승인 약물 중 60%만 정식 승인
환자지원 프로그램의 국가 정책화 주장도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박근혜 정부 이후 신약 접근성 제고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담보를 위한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암 및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신속심사 및 신속등재 일환으로 경제성평가 면제 확대와 허가-평가-협상 동시 진행이 추진돼 신약의 시장 조기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신속심사·등재가 이뤄졌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약 등재 이후 사후관리가 중복적·분절적으로 이뤄져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간 약가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한국 시장 철수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신약 접근성 제고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향을 짚어봤다. 

 

① 신약 접근성 높이자는 업계...‘신약 가치 인정’으로 화답한 정부
② 신약의 가치 인정, 글로벌 국가는 어떻게? 
③ 신속한 도입이 해결책?...환자지원 프로그램의 국가 정책화 주장도

 

글로벌 제약업계와 정부가 신약의 가치 인정 등 새로운 정책을 만들려는 근본적 이유는 신약을 신속하게 도입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신약을 신속하게 도입한다고 환자에게 실질적 이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그동안 정책 개선에 지지부진했던 것도 건강보험 재정 지출과 신약의 불확실한 효능 및 경제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쌓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한 신속도입 의약품의 단점은 명확하다.

 

최근 JAMA Network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항암제의 정식 승인 비율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2024;331(17):1471-1479).

 

결론부터 보면, 미국에서 신속승인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항암제 10개 중 6개는 5년 이내에 전체생존(OS)이나 삶의 질에서 이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연구에서는 2013~2017년 신속승인을 받은 항암제 46개를 5년 이상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정식 승인으로 이어진 품목은 63%(29개)에 불과했다. 특히 신속승인 이후 허가가 취소된 품목은 22%(10개)에 달했다.

 

주목할 부분은 43%(20개) 품목만이 확증 임상3상에서 임상적 이점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정식 승인된 품목 가운데 40%는 OS, 44%는 무진행생존(PFS), 10%는 객관적 반응률(ORR)과 반응지속기간(DoR)에서 이점을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정식 승인으로 전환됐다.

 

신속승인을 받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효능을 입증하기까지, 즉 신속승인부터 확증 임상연구를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13년 3.4년에서 2017년 4.5년으로 늘었다. 아울러 신속승인부터 완전승인까지 소요된 기간은 1.6년에서 3.6년으로 늘었다.

 

연구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의대 Edward Scheffer Cliff 박사는 “신속승인을 받은 항암제 대부분은 신속승인 이후 5년 이내에 OS 또는 삶의 질 측면의 이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신속승인된 항암제 중 일부는 실제 임상 결과에서 혜택을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일부 제약사가 운영 중인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정책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다.

 

진료 현장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적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과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도 비급여로 환자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제약사에서는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환자지원 프로그램은 제약사 또는 의약품별로 지원 내용이 다르고 사업 주체도 산발적이어서 환자들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지원 대상의 투명성을 고려해 정부가 이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종양내과)는 “제약사의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운영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의약품을 국내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정부도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상적 근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정특례제도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다양화하는 것도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종양내과)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데 부담이 된다면 산정특례제도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정특례 대상자는 대상 질환으로 인한 입원 및 외래 진료 시 질환에 따라 최대 10%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비급여는 전액 환자 본인부담이다.

 

김 교수는 “암을 환자 본인부담률을 5%로 고정할 게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능력, 의약품의 가격,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최대 30% 안에서 유연하게 조정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늘리지 않으면서 신약 접근성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monews.co.kr) 양영구 기자 입력 2024.07.18 06:00